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얻은 것 같았고,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것만 같았던 분야들이 실은 수많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오감으로 보고 느끼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해당 미술관의 역사(설립 과정부터 발전 과정 등)와 작품들의 전시 방법 등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경제와 세계사, 리더십, 동료의 정의와 같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에 대한 내용을 읽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한 발자국 더 가깝게 등을 밀어주는 책이기도 하였다. 평소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선호하던 나로서는 이 책이 반가웠다.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고,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또 어릴 적부터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본 적이 있던 나는 여전히 전시를 관람하고 체험하는 것을 즐겨한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박물관을 좀 더 가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미술관의 작품 뿐만 아니라 미술관이라는 '그 자체'의 공간과 장소로부터 느껴지는 흥미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되었다. 더불어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아예 다른 건물이던간에 해당 공간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보고 읽고 싶어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미술관'이란 작품들을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한 충분한 조건을 갖춘 공간을 칭하는 단어 정도로 정의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작품에 대한 열망과 관심과 같은 감정 뿐만 아니라 그 건물이 품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들도 충분히 나에게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작품보다 건물이 나에게 더 보고 싶은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현재를 거쳐
사람은 혼자 살지 않는다. 언제나 옆에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친구'나 '동료', '경쟁자'와 같은 단어들이 말하는 범주에 얼마나 어떤 사람이 들어가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다른 단어는 몰라도 '친구'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치만 동료나 경쟁자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봤거나 생각해봤던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생각을 해볼 시발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미래까지
미래에 팀원이나 팀장 등 각자의 직책과 상황에 맞춰서 발휘해야 할 능력들(리더십이나 팔로워 등과 같은)에 대한 깨달음이 타인의 책이나 에세이, 리더십 경험 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이나 미술관'으로부터도 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개인의 발전부터 기업의 발전까지, 그리고 사회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따라갈 수 있는 유연성과 그러면서도 나 자신(이나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까지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새로운 배움을 가질 수 있던 것이다.
오감으로 느끼고 생각하라
미술관이나 전시회에서 보다보면 압도되는 듯한 느낌(사람마다 다르겠지만)을 받는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최근에 그런 느낌을 받은 그림은 대략 1년 반 전쯤에 홍익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렸던 '2023 아시아프'에 있었다. 아시아프는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만들어가는 최고의 아트페어라는 설명을 달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그림은 숲속의 모습을 담은 매우 커다란 작품이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어두운 숲속을(1년 반 전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략) 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정말로 압도되었고, 다른 작품을 보러 발걸음을 떼기보다는 이 그림만 한 시간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고 있어도 새로운 느낌을 받고 아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글을 쓰면서 떠올린 희미한 여운만으로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 그림은 나에게 다른 모든 작품들보다 인상깊게 와닿았었다.
박물관이나 역사유물 중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 곳이 3개 있다. 첫 번째로는 석굴암이다. 어릴 적에 봤었음에도 여전히 기억만으로도 압도되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당시에 아빠가 나를 들어서 석굴암의 본존 불상 머리 뒤편의 '광배'를 맞춰서 볼 수 있게 해주셨었는데 얼마나 압도되고 기억에 각인되었던지 말이다.
두 번째 장소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사유의 방'이라는 전시였다.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해당 전시는 삼국시대인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두 점의 국보 반가사유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년 여름에 친구와 함께 가서 관람했었는데 그 분위기하며 배치하며 매우 인상깊었다.
세 번째 장소는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있는 참전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명비가 쭉 나열되어 있는 길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생 때 처음 봤었던 것 같은데 자연스레 엄숙해지고 많은 감정을 느끼도록 만드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인상깊었던 전시나 장소는 이 정도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 모든 장소, 아니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과 같은 장소들이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다짐하고 각오할 수 있는 곳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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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내가 접하는 전시회나 박물관, 미술관들 중에서 정말로 가고 싶은 곳에만 갔었다. 꼭 보고 싶은 게 있다던가 못 보면 너무 아쉬워 할 것만 같은 것들을.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을 거치면서 안 가기로 했던 시간들이 약간은 후회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가지 않았던 그 곳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을지도 모르는데. 내 삶에 더 좋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박물관에 가보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가고 싶은 곳만 가기보다는 약간이라도 흥미가 있는 곳이라면 가보는 식으로 말이다. 더불어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과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에도.
그리고 내가 가보고 싶었던 박물관이나 알고 있었던 박물관에 대해서 내가 알지 못했지만 나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은 나에게 더 매력적인 장소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나처럼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끌림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작품이나 유물, 유적지 뿐만 아니라 그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 그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