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전 세계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단순히 소장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와 경영 전략까지 설명하며 각 장소의 매력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우수한 문화 예술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나에게,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 살펴보는 것은 무척 가치 있는 일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사람이었다.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첫번째로,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바이 박물관에는 루브르나 메트로폴리탄 같은 유명한 소장품이 거의 없다. 대신 낡은 무기와 농기구 등 상업 활동과 관련된 전시물이 주를 이루며, 혹독한 사막 기후로 인해 보존된 유물이 드물어 밀랍 인형으로 당시 분위기를 재현해 놓은 정도다.
이러한 박물관이 특별해진 이유는 바로 사람이었다. 박물관 직원은 외국인 관람객이 유물에 관심을 보이면 반갑게 다가와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관람객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학예사를 20분간 찾아다니는 열정까지 보였다. 소비자와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사랑하는 모습이다. 나도 모 출판사의 자사 책 추천 영상을 보고 해당 책이 궁금해진 적이 있다. 두바이 박물관 역시 마찬가지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다가 직원들의 애정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고, 결국 박물관은 두바이의 역사를 담은 의미 있는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두 번째로, 뛰어난 인재를 격려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예술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하는 업무 범위가 넓은 데 비해 환경은 열악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이 일에 뛰어드는 것은 예술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랑 덕분에 예술 현장이 보존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역시 이러한 직원들의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C2RMF라는 기관에서는 루브르의 소장품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루브르의 신임 관장은 부임 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우수 직원의 파격적인 승진과 인력 부족 부서의 조속한 충원을 약속했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인재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훌륭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함께, 인재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주목한 마지막 장소는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이다. 자연사 박물관은 변화하는 세상을 연구하며 그에 맞춰 발전하는 곳이다. 새로운 학문적 발견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이며, 정부, 지역 사회, 학교, 문화계 등 외부와 연계된 활동을 활발하게 시도한다. 관람객을 단순히 전시물을 감상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자연사 박물관은 희귀성이 떨어지는 일부 소장품 또는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유물들을 어린 학생들이 만져볼 수 있게 하고, 3D 입체화면 등의 기술을 활용해 어린이도 몰입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누군가는 박물관이 아이들 놀이터 같다며 비아냥거렸지만, 나는 자연사 박물관의 대담한 결정이 전시물을 보고 마냥 감탄하는 대신 공감하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변해가는 관람 문화에 잘 맞춘 변화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박물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아이들은 성장 후에도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다시 박물관을 찾고, 나아가 박물관 운영 취지에 공감하며 기부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결론적으로는 박물관의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택이었다.
결국,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고, 그들을 적절히 대우하며, 좋은 인재들과 함께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즉, 사람과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 기업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운영 방식인 것 같다. 이는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중요한 요소다. 내가 가진 매력을 어떻게, 누구에게, 무엇을 고려하며 어필할지에 따라 원하는 바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꼭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