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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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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의 성장은 어느 한 사람(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 애정을 담아 키워야 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야구에서도 통할 수 있다. 한 구단이 성장하는 데에는 선수들과 감독 및 코치진, 프런트 직원들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협동이 필요하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그런 야구 구단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오랜 세월 꼴찌팀으로 전락한 야구 구단 ‘드림즈’에 새로운 단장 ‘백승수’가 부임하면서 변화하는 휴먼 성장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야구 팬이라면 꼭 봐야 하는 드라마 중 하나이다. 나는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 마음에 보지 않았었다. 그러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고 최근에 보게 되었다. 최종회까지 다 본 나는 ‘왜 이제서야 이 드라마를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쉼 없이 쭉쭉 정주행을 했을 만큼 너무나 재밌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여기서 ‘스토브리그’라는 단어가 생소한 사람들 위해 설명하자면, 스토브리그는 야구의 정규 시즌이 끝난 후 다음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팀 전력 보강을 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 기간에 선수들의 연봉을 협상하거나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이 진행된다. 바로 이 기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게 드라마 <스토브리그>이다.


그렇다면, 스토브리그를 통해 꼴찌팀 드림즈는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을까.

 

 

 

잘못됨과 맞서 싸우며 성공을 이루다.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것을 다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움’이 필요하다. 드림즈의 새로움으로 ‘백승수 단장’이었다.


백승수 단장은 부임 후 드림즈의 문제점을 하나씩 꼬집어 나갔다. 계속된 하위권 성적에도 과감한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 프런트, 감독의 지휘권을 무력화 시키는 코치진의 파벌 싸움, 팀 전체 분위기를 흐리는 특정 선수의 갑질 등 드림즈를 어려운 상황으로 내모는 요인들은 많았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드림즈를 해체하려는 구단의 마음이었다. 구단을 애정 어린 마음이 아닌 골칫덩어리로 보았다. 그렇게 모기업의 투자는 적어지고 윗선에서는 구단을 해체하기 위한 계략을 꾸몄다.


이들은 모두 같은 팀이었지만 목표 지점은 달랐다. 누군가는 비상을, 다른 누군가는 추락을 꿈꾸었다. 진정 드림즈가 비상하기 위해서는 드림즈의 성장을 막는 사람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팀보다 개인의 이익과 편의를 우선시하는 건 팀의 성장을 가로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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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수 단장이 맞서 싸워 바꾼 것들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임동규 선수와 강두기 선수의 트레이드이다. 임동규 선수는 드림즈의 4번 타자로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드림즈를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인기도 상당하다.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을 정도로 좋은 실력을 가졌지만 이에 숨겨진 인성이 문제였다. 실력과 명성에 힘입어 같은 선수들에게 갑질을 일삼았고,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강두기 선수가 팀에서 나가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


결국 백승수 단장은 임동규 선수를 트레이드하기로 결정한다. 그것도 강두기 선수와 말이다. 다시 드림즈로 온 강두기 선수는 임동규 선수와 확연히 달랐다.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선배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강두기는 그런 참된 선배였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진정한 리더였던 것이다. 거기다 대성한 선수임에도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팀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임동규 선수는 지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드림즈에 돌아온다. 막강한 4번 타자 임동규 선수와 국가대표 1선발 강두기 선수가 모두 드림즈 선수가 되면서 드림즈는 더욱 강력해진다. 그리고 더 이상 선수들 간의 마찰도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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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고세혁 스카우트팀 팀장의 비리이다. 고세혁 팀장은 신인 드래프트 당시 자신의 지인이 다니는 학교의 선수를 지명했었다. 이 외 드림즈 1순위 지명을 조건으로 선수에게 뒷돈을 받기도 하였다. 이 사건을 알게 된 백승수 단장은 고세혁 팀장을 팀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든다.


어떤 조직이든 비리가 있으면 그 조직은 잘 굴러가기 어렵다. 정체성을 잃고 내부를 썩어 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눈을 가져야 하는 스카우트 팀에서 이와 같은 일은 구단의 발전을 막을 뿐이다. 하위권 팀인 드림즈에서는 즉시 전력감으로 투입 가능한 선수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고세혁 팀장의 비리로 그런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진짜 드림즈에 필요한 선수가 누구인지, 오랫동안 주의 깊게 선수들을 지켜보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이 역할을 소화해 내는 사람이 바로 드림즈의 양원섭 스카우트 팀원이었다. 이 사건으로 백승수 단장은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양원섭 팀원의 진가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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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드림즈에 대한 모기업 재송그룹의 열악한 처우이다. 그중 전지훈련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드림즈의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림즈 해체가 목표였던 모기업은 드림즈의 전지 훈련지를 마음대로 바꾸어 버린다. 야구 비시즌 기간에 우리나는 겨울이다. 추운 날씨는 선수들의 부상 우려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그 기간에 선수들은 따뜻한 나라로 전지훈련을 간다. 하지만 모기업은 구단에 투자하는 것을 무의미하다고 여겼고, 마음대로 전지훈련지를 호주에서 국내로 변경한다.


불가피하게 국내로 전지훈련을 가게 된 드림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훈련을 해 낸다. 대신 다른 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한다. 백승수 단장은 단 한 번 우승을 거머쥐었던 드림즈 시절의 성공 이유를 찾고 이를 그대로 실행한다. 당시 구원 투수들의 마인드 컨트롤을 도운 불펜 포수, 좌완 투수에게 강한 타격 실력을 만들어 준 배팅볼 투수,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체계적으로 관리 한 컨디셔닝 코치를 다시 섭외한다. 미흡한 훈련지였지만 선수들의 훈련만큼은 철저하게 해 나간 것이다.


이 외에도 백승수 단장을 주축으로 프런트 직원들과 드림즈 선수들은 여러 불합리함에 맞서 싸우며 드림즈의 우승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다음 시즌에서 드림즈는 한국시리즈(최종 우승 구단을 결정짓는 경기)까지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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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는 누구보다 드림즈의 우승을 간절히 원하는 이세영 운영 팀장과 보석이 될 선수들을 발굴하는 양원섭 스카우트팀 팀원 외 여러 프런트 직원들, 드림즈 선수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감독과 코치진, 드림즈 자체를 사랑하는 강두기와 임동규 외 선수들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총대를 멘 백승수 단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흩어져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같은 목표로 향해 달려갔다. 더 이상 꼴찌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았고,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이것은 결코 백승수 단장 한 사람만이 이룬 업적이 아니다. 구단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룬 업적이자 성공이다. 결국 야구를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한 팀이 되는 것’, 거기서 엄청난 ‘팀워크가 나오는 것’이다. 야구는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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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생각을 나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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