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노래하지 못하는 것들이여 / 그들의 모든 음악을 품은채 영영 잠들었으니" 불러야 할 노래를 부르지 못한 채 영원히 잠드는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는 범인이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잠재운다. 커다란 대가를 지불해야 함에도 안전지대를 떠나지 않는다.] - 책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中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필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는 정신과의사 스터츠의 상담 경험,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에 대해 풀어두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필 스터츠 박사는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를 베리 마이클스와 협업하여 저술하였습니다. 25년 1월 14일에 나온 신간이지만, 교보문고 자기계발 부문 50위를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책이 이처럼 인기 있는 이유는, 정말 '실용적인' 방법들을 싣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나의 상태를 "무슨무슨 증후군이다", "어떤 심리적 원인 때문이다"처럼 분석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현재 나의 고통에서 "지금 당장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필 스터츠 박사는 용기, 포용, 자유, 평온, 끈기의 5가지 내면속 도구(툴, tool)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2장 '욕구를 뒤집어라' 中
그 중 '용기'에서는 '욕구 뒤집기' 도구를 이용하여, '비니'라는 코미디언을 상담했던 사례가 등장합니다. 비니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탠드 코미디언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고객사와의 미팅에 불참하거나, 공연에서 청중에게 오히려 비아냥 거리는 등의 행동을 보입니다. 참다 못한 매니저가 비니를 필 스터츠 박사에게 상담을 보냈습니다. 비니는 처음엔 필 스터츠 박사 앞에서 비아냥 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필 스터츠 박사가 비니에게 왜 경력을 망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인지 묻자, 비니는 자신의 행동들에 대해 "내가 할 일은 사람들을 웃기는 거지 배려하는 게 아닙니다. 배려 깊은 사랑을 원한다면 평범하고 착한 머저리를 무대에 세우면 될 거 아닙니까"라며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필 스터츠 박사는 강하게 밀고 나갑니다. "자신의 상황을 아주 잘 이해하고 계신 것 같군요. 매니저 분께 돌아가서 '당신이 없어도 난 상관없다'고 얘기해도 되겠습니다. 당신은 현재 위치에 만족하니까요. 이제 보니 클럽 공연 스케쥴도 충분히 혼자 관리할 수 있는 분이군요. 지금 상담을 마치면 비용도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비니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당황을 하며 "성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라며, 자신의 과거에 대해 털어놓게 됩니다. 알고보니 비니는 어릴적 장의사 사업을 하셨던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비니 자신이 사람들을 웃기는 데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했을때, 아버지는 그에게 "계집애 같다"며 때리고 학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니는 '청중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버지에게 매 맞는 걸 감수하면서 날마다 아버지의 고객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된 아버지로부터의 학대로 비니는 상처받았고, 자신의 운명이 다른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을 싫어하게 되었으며, 상처받거나 거절 당할 수도 있는 상황들을 피해왔던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잠재력에 훨씬 못 미치는 제한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필 스터츠 박사는 비니에게 위 사진처럼 '욕구 뒤집기' 도구를 알려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고통을 피하고 싶다'는 욕구가 존재하지만, 해당 욕구를 뒤집어 '고통을 원한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필 스터츠 박사는 먼저 비니에게, 그가 바람맞힌 고객사에 전화를 걸도록 했습니다. 분명 거절당하거나 욕을 들을 수도 있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예상되었지만, 일부러 고통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니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에 비니가 바람맞혔던 고객사 회장은 비니에게 온갖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심지어 통화하던 중간에 회장은 다른 전화를 받으러 갔다와야했고, 비니는 그 시간동안 계속 회장에게 다시 욕듣기를 기다려야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회장이 받으러 갔던 전화는, 그날 공연하기로 에정되었던 코미디언이 공연을 취소한다는 전화였었고, 고객사 회장이 다시 비니와 통화했을 때, 회장은 비니에게 다시한번 코미디 공연에 설 기회를 주게 됩니다. 이 경험을 통해, 비니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오히려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고통을 회피하기보다 마주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됩니다. 이처럼 안전지대에서 벗어날 때 처음엔 고통이 있을 수 있으나, 그 고통만 지나간다면 무궁무진한 기회와 가능성이 열립니다. 필 스터츠 박사는 '욕구 뒤집기' 도구에 대해 3가지 단계를 제시합니다.
STEP1: 고통이 당신 앞에 뭉게구름처럼 다가오는 것을 상상하라. 그 구름을 향해 조용히 외쳐라. "자 덤벼봐!" 고통을 원하는 강렬한 욕구가 당신을 구름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느껴라.
STEP2: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조용히 외쳐라. "나는 고통이 좋아!" 그리고 고통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고통과 하나가 되어라.
STEP3: 어느 순간 고통의 구름이 입을 벌려 당신을 뱉어내고 당신 뒤에서 입을 다무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 책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中 p.67
비니의 사례처럼, 필 스터츠 박사는 괴로움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아닌, 아예 처음부터 고통을 전제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갑니다. 공동 저자 베리 마이클스도 피상적인 정신 의학 이론들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던 중 정말 실생활에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는 필 스터츠 박사에게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장 '포용'에서는 '분노의 미로'라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한번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게 되면, '분노의 미로' 속에 빠져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필 스터츠 박사는 "'세상이 나를 공정하게 대해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누군가가 당신에게 잘못했을 때 당신은 정의의 저울에 즉시 균형이 맞춰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까지 꼼짝도 안 하고 버틴다. 그래서 미로에 빠지면 상대에게 앙갚음을 하는 상상이나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공정함을 회복하려는 헛된 시도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신선하게 느껴진 이유는, '세상은 나를 공정하게 대해야해'라는 당연한 생각이 오히려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원망스러울때 어떻게 해야 그 미워하는 마음과 그로 인한 괴로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저자 자신의 어릴적 경험담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내가 다섯살 때였다. 부모님은 누나와 나를 데리고 눈이 쌓인 지역으로 여행을 갔다. 눈을 보기 힘든 남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우리에게는 굉장히 설레는 일이었다. 그런데 가는 도중 차 안에서 나는 아빠 때문에 기분이 크게 상했다.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히 기억나는 건 내가 미로에 갇혀다는 점이다. 나는 뒷좌석에 앉아 아빠의 뒤통수를 구멍이라도 낼 것처럼 노려보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가족들은 자동차에서 내렸지만 나는 차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은 포기하고 나를 내버려두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차창 밖으로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길을 잃었는지 추위에 몸을 떨면서 주차장 여기저기를 킁킁거리고 있었다. 강아지는 붙임성 있게 내 얼굴을 마구 핥았다. 그때 갑자기 모든 게 변했다. 꽉 닫혔던 마음의 빗장이 활짝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빠에 대한 미움이 사라졌다. 나는 차에서 내려 아빠를 불렀다. 아빠는 내게 다가와 강아지 주인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중략)... 그날 집에 돌아가면서도 내내 웃으면서 노래를 불렀다.
- 책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中 p.120-122
결국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누군가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치유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일화였습니다. 단순히 '용서해라, 잊어라'라는 해결책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베풀기'에 대한 내용이 나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처럼 책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는 내면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5가지 도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뻔한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적용가능한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어 유용한 것 같습니다. 단기간에 세계 37개국에 출간되며,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교보문고 자기계발 부문 50위를 기록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내면의 힘을 기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