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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기록의 방향성을 잡아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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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단어가 있다. '일상, 영감, 기록, 취향'이 대표적인 그런 단어들이다. 최근에 이 모든 단어를 품고 있는 책을 만났다. '매일의 영감 수집', 제목만 봐도 취향 저격인 책이었다.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제목에 반한 이 책은 읽고 난 후 다시 한번 반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갈피를 잡지 못한 나의 기록의 방향성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자주 떠오르던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을 통해 찾으려고 했다. 이것저것 다양한 기록을 시도해 봤지만 나와 착 맞는 기록을 만나지 못했다. 떠다니는 생각들을 기록의 형태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끄적이면 된다고 생각한 기록이 조금씩 어려운 존재로 다가왔다. 매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 채우지 못할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앞 부분 몇 페이지만 채운 채 연말을 맞이하는 일이 숱하였다. 누군가는 끈기가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 나를 위한 기록의 방법을 찾지 못해 방향을 잃은 것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나는 기록을 하고, 기록으로 나를 알아가고 싶었다. 이 마음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 '매일의 영감 수집'이었다.

 

 

 

기록 초보자를 위한 단계 별 영감 수집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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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29년 차 마케터이자 마음 성장 플랫폼 밑미에서 '매일의 영감 수집'이라는 리추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리추얼 메이커이다. 해당 리추얼 프로그램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책은 건강하고 단단한 삶을 위한 영감 수집 방법이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 5주 동안 매일의 영감 수집을 이행해 보는 것이다. 주차 별로 해야 할 일을 자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기록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매일의 영감 수집은 '경험, 수집, 물음표, 느낌표' 4단계로 구성된다. 나의 하루를 이루는 수많은 순간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중 마음이 가는 순간 하나를 고르고, 그 순간을 보여주는 흔적을 수집한다. 수집한 것을 세심히 바라보며 떠올린 작은 물음표를 탐색해 느낌표에 도달한다.

 

'경험'은 하루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중 하나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한다면 단순히 '어느 카페에 다녀왔다'로 끝마치는 게 아니다. 함께 카페에 간 사람, 그 카페를 선택한 이유, 카페의 모습과 느낀 감정, 주문한 메뉴와 카페에서 한 일 등 경험을 세세하게 쪼개보는 것이다. 그럼 한 두 줄로 쓴 글이 종이 한쪽을 다 채운 글로 바뀔 수 있다.

 

'수집'은 구체화한 경험에서 수집할 만한 조각을 찾는 것이다. 카페를 다녀온 경험에서는 주문 후 받은 영수증, 카페 로고가 박힌 스티커나 티슈, 카페 쿠폰 등을 수집할 수 있다. 실물로 수집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사진을 찍거나 그림으로 그리는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그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흔적이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세밀한 관찰력을 발동하여 순간의 흔적을 모으면 된다.

 

'물음표'는 생각을 확장하는 시간이다. 나의 경험, 그 경험에서 수집한 조각들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이다. 계속해서 카페에 다녀온 경험을 예로 들자면, '카페 이름은 어떤 의미일까?, 시그니처 메뉴에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이 카페가 추구하는 모습은 무엇일까?' 등 사소한 궁금증도 놓치지 말고 붙잡아 보는 것이다. 나는 이 단계가 가장 어렵게 느껴졌지만 인사이트를 발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했다.

 

'느낌표'는 나만의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이때 '디깅'의 자세가 필요하다. 디깅은 무언가에 깊이 파고드는 것을 의미한다. 디깅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은 물음표를 넘어 아하 모멘트에 도달한다. 그것이 느낌표, 나만의 인사이트가 되는 것이다. 카페를 깊이 디깅하다가 요즘 카페 트렌드가 어떠한지 새롭게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4주간에 걸쳐 영감 수집을 하고 난 후 마지막 주는 '회고의 시간'을 갖는다. 지난 나의 기록 생활을 돌이켜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개선할 수 있다. 몰랐던 나의 관심사를 알게 되어 새로운 영역으로 취향을 확장할 수도 있다.

 

 

 

궁금해지는 나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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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체로 다른 사람을 궁금해하고 그들에게 질물을 던진다. 나는 나를 제일 궁금해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의 시선보다 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다른 누구의 잣대보다 내 기준으로 나를 이해하고 판단하면 좋겠다.

 

(p.184)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궁금해졌다. '아직 나는 나와 친하지 않구나',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나의 모습은 두루뭉술한 모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더욱 선명하게 나를 알아가고 싶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말로 나를 설명하고 싶은지 나의 존재 이유를 뚜렷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나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삶의 순간들을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작은 순간들이 모여 삶을 이루고, 그 삶이 곧 나의 세상이었다. 나의 세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은 그 순간들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사소함에 의미를 남기는 애씀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은 나와 대화하며 친해지고, 내 생각과 마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이다.

 

나를 잘 아는 건 삶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혹여나 휩쓸려도 다시 보통의 날로 돌아올 힘을 준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꿋꿋한 자신감을 배울 수도 있다. 그만큼 스스로 믿고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내가 '매일의 영감 수집'을 해야 겠다고 결심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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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생각을 나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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