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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을 넘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베리 로페즈는 먼 세상을 여행한다. 한 명이 간 것 맞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북극에서 태평양, 갈라파고스, 아프리카, 호주, 남극까지 많은 장소를 다녀왔다. 심지어 최근의 여행기가 아니라 50여 년전의 여행도 포함되어 있어서 험난한 여정이었을 것이라 감히 짐작해본다.


개인이 쉽사리 가보기 힘든 장소들이 이어지는 여정을 보니 판타지 소설을 읽는 기분이 났다. 지명조차 낯선 장소가 연속되자 판타지 모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오래 전 탐험가들이 쓴 글을 읽고 이방에 대한 환상을 키우던 시람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일단 알게 되면 궁금해지고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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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지역을 여행한 베리 로페즈는 자신이 방문한 장소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감상을 적는 한 편 그 장소를 방문했었던 역사적 인물들을 계속 불러온다. 제임스 쿡, 콜럼버스, 섀들턴 등등 탐험가, 계몽주의자, 외교관들이 방문했던 과거의 그곳과 자신이 방문한 지금의 그곳을 함께 소개한다.


처음으로 해당 장소를 유럽에 알린 사람들이 느꼈던 감상과 현재 자신의 감상이 교차될 수 있도록 쓰다보니, 예전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편협한 시각을 지적하는 내용도 나온다. 자연에 대한 경탄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쓸 때 좀 더 두드러진다. 그만큼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미지의 세계를 신비화하고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경탄이라기보다는 배제의 감각에 가깝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러한 '탐험'이 불러왔던 발견과 문명의 발전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더 많이 알았기 때문에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었다. 이것의 장단을 논하거나 어느 한쪽을 합리화하지도 않고 덤덤하게 변화를 서술한다. 오히려 그런 시선에서 느껴진 것은 지식으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더 많이 알고 지식을 쌓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세상과 인생이라는 주제였다.


저자가 생각하는 자연은 파악이나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무언가를 제공하려고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은 인간에 무관심하며 사실은 인간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시선에서 자연은 시련을 주고 극복해야 할 난관이 된다. 지구의 무수한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자연을 정복하고 평가하고 이용하려 한다.


왜 이런 시련을 주냐며 울부짖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세상은 특별히 어느 한 명을 응시하며 평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동안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마치 세상이 자신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오만함을 지적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찰흙을 주무르듯 세상을 이리저리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져도 갑자기 내리는 비에 부는 바람에 혹은 그 밖의 이유로 찰흙이 사라지거나 찰흙을 만질 수 없게 될 수 있다. 세상 일이 정말로 그렇다.

 

["오랫동안 나에게 공포의 이미지였던 것이 이제는 뭔가 다른 것, 어떤 완벽함의 이미지로 변모해 있었다. 여기에는 지구의 근본적인 야생성이 있었고, 윌리엄 블레이크가 말한 혼돈 속의 신성함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 - 187쪽

 

그래서 미지를 찾아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로 떠나는 것일까. 알고 있는 세상에서는 답을 알아낼 수 없으니 아직 알지 못한 세상에 답을 기대하면 나아간다. 혹은 먼저 수평선 너머를 다녀온 사람들이 들려줄 이야기를 기다린다.


우리는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안다. 수평선 너머에는 또다른 수평선이, 지평선 너머에는 또다른 풍광이 있을 뿐 누군가 기대하는 끝은 없다. 수평선은 무한히 이어지고 걸어 나가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걷는 동안 수평선을 계속 태어난다. 저 너머에 아직 우리가 모르는 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떠나가는 여정 자체가 삶으로 남을 것이다. 우선 호라이즌의 이야기는 그렇다.


베리 로페즈는 현재는 지나간 시간이 되어 독자들에게 펼쳐지고, 읽는 사람은 그의 과거를 다시 현재에서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기꺼이 수평선 너머를 다녀온 이가 되어준다.


어느 정도 시간 순서로 배열되어 있으나 각 장소마다 에피소드가 진행되기 때문에 기분에 따라 원하는 지역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장을 넘기며 저자를 따라 지구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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