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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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라 불리는 아사노 이니오의 작품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 1"이 1월 8일 국내 극장 개봉했다. 일명 데데디디는 SF와 디스토피아, 성장물이 혼합된 장르로, 시사회 이후 많은 국내외 관객으로부터 공감과 호평을 받았다.
나는 시사회에 참여하지 못해 지난 주말 CGV에서 관람했는데, 러닝타임 총 120분으로 짧지 않은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재패니메이션과 SF 장르를 원래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흥미롭게 감상했다. 작품의 깊은 메시지를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멸망이 다가온 세계에서 살아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도쿄 상공에 커다란 우주 모함이 내려온다. 지진을 의심케 할 정도로 큰 소음과 진동을 유발한 모함의 출현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었지만 그 후 3년 동안 모함은 정찰 용도의 탐사선만 보낼 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사람들은 점차 일상을 되찾아간다. 그러나 일본 당국은 모함을 제거하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겨난다.
작품은 평범한 일상 속 평범하지 않은 사건의 괴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입시 준비, 연애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우주 모함이 내려온 '8.31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학생들만의 풋풋하고 귀여운 일상과 갑작스러운 비극이 긴장감 넘치는 대조를 이루며 전개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작품에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주인공 카도데와 오란은 서로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그려진다. 어렸을 적부터 함께 하며 특별한 추억을 공유한 사이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나이대의 소녀들이 자신의 가치관, 애정, 그리고 절망적인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파트 1에서는 카도데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파트 2에서는 오란의 이야기가 풀리며 파트 1에 남겨진 여러 떡밥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앞서 언급했듯 평범한 일상 속 우주 모함의 침공이라는 이중적 세계 속에서 나 또한 등장인물들이 느낄 법한 감정을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우주 모함과 침략자라는 SF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또한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 아래 살아가고 있으며 지구 어딘가에서 세계의 멸망을 겪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지는 않지만 가끔씩 잊힌 종말의 공포가 엄습해오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곧 잊고 살아간다.
카도데와 오란의 관계도 되짚어 볼만 하다. 어린 시절 겪었던 내밀한 사건으로 인해 둘은 서로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된다. "우리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을까?"라는 대사는 비극과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카도데와 오란의 심리를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도데와 오란이 서로를 붙들고 나아가는 모습은 멸망의 그림자 속에서도 우정과 사랑에 대한 본질과 희망을 되새기게 한다.
해당 작품은 SF라는 장르 안에서 일상과 인간적인 고민을 깊이 있게 담아내며 정서적인 공감과 몰입을 불러일으킨다.
파트 2는 2월에 개봉한다고 하니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한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김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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