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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으면서 읽기를 권장합니다.
노래는 파괴적이고 끈적끈적한 밴드 사운드로 시작된다.
너 잘 갔니너 맘이 편하니너 가버리면 모두 다 끝난 거니참 쉽기도 한 생각
흔한 이별 노래처럼 느껴지는 시작이다. '너'가 떠난 상황. 화자는 허탈해하고 있으나, 이 상황에 깔리는 사운드는 이질적일 정도로 끈적거린다.
나 비운다나 쌓여진 너를차곡히 정리해 본 너란 기억은꽤나 많더구나
'너'가 등장했으니 당연히 '나'도 등장한다.
이별을 속으로 무덤덤하게 곱씹는 화자 '나'의 모습은 이별 노래에 흔히 나타나는 화자의 태도다. 그러나 이 뒤에서부터 이별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다른 걸 말하려는 듯한 가사가 이어진다.
네가 남발했던 사랑이란 달콤함은너무 끈적거려 떨어지지 않아이젠 꼼짝할 수도이젠 숨을 막아오고 있어떠났어도 떠나지 않은너란 괴물은 내 꿈속마저도
이별 뒤 남겨진 미련은, 그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구속으로 작용한다. 구속은 '나'를 그 사람으로부터 떨어질 수도 없게, 꼼짝할 수도 없게 하고 숨을 막아오며 위협한다.
나를 위협하는 미련의 총체인 '너'는 그렇게 '괴물'이 된다. 떠나지 않는 괴물, 꿈속에서도 배회하는 괴물이.
너 누구니너 이젠 누구니너 이젠 그의 곁을 떠나가지 마그때가 넌 예쁘지
이제 '너'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일까, 괴물일까, 미련의 그림자일까.
'나'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너'를 부르는 화자는 더이상 '나'가 아니다. 화자는 자신을 3인칭 '그'로 바라본다. 떠났던 '너'는 떠나지 않은 것처럼 묘사되고, 그들의 이별은 잘 봉합된 것처럼 말해진다.
자신을 타자화함으로서 화자는 사랑의 지속을 꿈꾼다. 화자는 그 봉합, 그러나 과거에 얽매인 것밖에 되지 않는 그 순간의 '너'에게 '예쁘다'고 말한다. 화자는 여전히 그 순간에 사로잡혀 있다.
그 순간 속에서 괴물 같은 ‘너’를 사랑하고 있다.
놓치지 말아요그녀라는 그리움을너무 애가 타서너무 목이 말라가득 물을 마셔도가득 취해봐도 소용없어그 어떤 일이 있어도떠나보내지 마
그러나 상황이 변한다.
여태 그 괴물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으면서, 이제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바꿔 말한다. 아주 높고 거친 톤으로.
'너'는, '그녀'는, '괴물'은, ‘미련’은 급기야 '그리움'이 된다. 그리움에 애가 타고 목이 말라하고 결국 가득 취하는 화자. 거기서 의심이 싹튼다. 그녀는 이미 없다. 애초에 떠났다. 그런데도 '떠나보내지 마'라고 스스로에게 1인칭으로 혹은 3인칭으로 말하는 '나', 화자야말로 진짜 '괴물'이 아닌가?
떠난 그녀를 꼼짝하지 못하고 숨조차 못 쉬게 만드려는 괴물이 아닌가?
그녀란 괴물을아껴주길
화자는 결국 타자화된 자신이 그녀를 아껴주기를 바라면서 노래를 끝맺는다.
괴물을 아끼는 '사람'이라해서, 괴물과 다르게 비칠 수 있을까. 아껴주려는 화자 또한 괴물로 보일 뿐이다. 괴물이기에 괴물을 아껴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가사를 읽으면 처음엔 두 괴물이 서로를 껴안고 아껴주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애초에 그녀는 없으므로, 그녀가 괴물인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괴물은 그녀 기억에 사로잡힌 화자다. 결국 마지막 가사는 화자가 그녀를 껴안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화자가 자기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무엇이 그녀를, 아니 그를 괴물로 만들었을까? 이별이다. 미련이다. 매몰이다. 집착이다. 그리고 사랑이다. 사랑은 그래서 괴물이다.
사랑으로 파괴된 잔해에서 그는 괴물의 탈을 뒤집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