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세상을 마주하는 여행을 담은 그림, 작가 이새의 세계
-
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삶의 여행을 만화로 표현합니다, 이새의 만화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따뜻한 세상을 그리고 있는 만화가 이새라고 합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 노력해서 이겨내고, 차별 없이 모두가 서로를 응원하고 보듬어주는 세상을 만화와 일러스트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처음 만화를 그렸을 때의 추억을 소개해 주신다면.
저는 만화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입시 만화를 그렸던 적이 있어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오래 부모님을 설득해서 미술 입시를 하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이후 공간연출과를 진학하게 되어 만화를 그리지 않게 되었죠.
제가 지금과 같은 세상을 만화로 그렸던 것은 20대 초반 때였어요. 그 당시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께서 ‘용감한 고양이라는 주제로 공모전을 여셨는데, 그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에 처음으로 만화를 그리게 되었어요. 그렇게 그린 작품이 바로 <작별의 여행>이었습니다.
일정 상 공모 기간 안에 완성하기는 어려워 따로 공개했지만, 그 만화를 통해 제가 그려내고 싶은 세상과 그 이야기가 확립되고 계속해서 만화를 그리고자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만화로 도착하게 된 것 같아요.
삶의 여행을 만화로 풀어냅니다, 이새의 만화
- 만화 [작별의 여행]을 그리게 된 계기로 '용감한 고양이’라는 주제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작별'과 '용기'를 연결짓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용감하다’의 의미는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당시의 제가 생각했던 용감함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어요. 제가 재수를 했었는데, 그 당시 조부님께서 돌아가셨는데 저는 결국 장례식장에 가지 못했어요. 이후 용감한 고양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을 하다 그때의 마음이 떠올랐어요. 현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용감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러한 저의 마음에서 시작되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찾으러 여행에 떠나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데 정말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주셔서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 작은 잭이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이 따뜻하면서도 뭉클해요. 이 만화를 그리며 작가님께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있다면.
제가 이전에 배웠던 만화는 그저 입시 미술을 하며 배웠던 칸 만화뿐이었다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로 인해 제가 원하는 결말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도록 완급조절을 하는 데에 많이 노력을 기울였어요. 아무래도 자율성이 있는 만화를 그리는 것은 [작별의 여행]이 처음이었다 보니 참 어렵더라고요. 캐릭터 ‘잭’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크고 힘은 문제니까 그 부분을 강조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 이후 올려주신 두번째 만화, [용기의 여행]에 대해서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용기의 여행]은 [작별의 여행]이 끝나자마자 바로 콘티를 구상해서 그리기 시작했어요. 당시 게임회사 포트폴리오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학원 선생님께서 만화를 전공하셨거든요. 선생님께 연출 등에 대하여 조언을 들으며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촌 언니가 물개를 좋아해서 사촌 언니를 위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그 목적이었어요. ‘물이 무서워서 바다로 간다’는 가장 큰 스토리 흐름이 나오게 된 것도 오직 물개가 등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거기에서 파생되어 통해 ‘자신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을 스스로의 의지로 이겨낸다’는 주제가 나오게 되었죠. 하하.
인어가 등장했던 이유는, 그 당시가 마침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가 나왔을 때였기 때문이에요.
영화 인어공주는 캐스팅으로 인해 크게 이슈가 되었던 영화고, 그로 인해 배우에게도 큰 상처가 되는 말들이 많이 남겨졌잖아요. 그 사실이 저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바다의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으니, 인어공주의 이야기도 함께 그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인어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얼굴을 가려서 그 누구도 인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고, 굳이 알 필요도 없도록 했죠.
- 아무래도 두 번째로 그리는 작품이다보니 [작별의 여행]보다 수월한 점도, 어려웠던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작별의 여행]은 숲이라는 공간으로 이야기의 배경이 거의 제한되어 있었는데, 용기의 여행에서는 이와 같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바다, 숲 등 다양하게 그리게 되었잖아요. 그 부분이 참 어려웠기도 합니다.
- 두 만화 모두 공통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어요. [작별의 여행]에서 우비 입은 고양이는 '이 세계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세계다'라고 설명했는데, 세계관에 대하여 조금 언급해 주시다면.
아직 만화로 풀어내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상세하게 말씀드리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이 동물 친구들이 사는 세상과 인간이 사는 도시는 구분된 공간이에요. 그리고 이 동물 친구들이 나오는 곳에는 오직 동물들만 갈 수 있다는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공간은 동물 친구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꿈의 세계입니다.
- 우비를 입은 고양이를 처음 보았을 때는 이 고양이가 바로 ‘이새의 여행’이라는 이름의 ‘이새’가 아닐까 생각 했어요.
우비 고양이를 그렸던 것은 만화를 그리기 전인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당시 저는 인물을 그리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했고, 배경을 그릴 때 유독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거든요. 저의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동화풍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에 저의 그림을 연구하다가 나온 캐릭터가 노란 우비를 입은 고양이었어요.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물을 피할 수 있도록 항상 우비를 입고 있는 고양이를 그려보자고 생각하게 되었고, 거기에 ‘착하고, 용기 있고, 모두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캐릭터’로 성격을 구상하다가 최종적으로 나온 캐릭터였죠.
만화를 그리게 된 후, 저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캐릭터로서 이 캐릭터를 만화에 함께 등장시키게 되었어요. 우비 입은 고양이 친구들의 모임에 어떠한 존재가 초대되며 이야기가 시작되면 저의 세상을 보여주기에 조금 더 자연스럽고 따뜻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다른 분들께서는 다 저의 페르소나라는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하하.
부스명을 ‘이새의 여행’으로 지었던 것은 브랜드명의 필요성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어요. 단순히 ‘작가명’으로 부스를 짓기보다는 제가 그려내는 세계를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 만화는 모두 제목이 ‘ㅇㅇ의 여행’이니까, 그렇다면 이 부스는 나의 여행의 일부도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새의 여행’이라고 부스명을 지었습니다.
- 그 외에도 우비 입은 캐릭터와 함께 하는 다른 동물 캐릭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늑대 캐릭터가 아닐까 해요.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늑대 캐릭터의 경우에는 제가 어린 시절 자주 접했던 도서에서 파생된 캐릭터예요.
저희 아버지께서 제가 어렸을 적 [철학자와 늑대]라는 책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교수님과 늑대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던 책인데, 대학교수님께서 학교에 늑대를 데려오면 그 늑대가 학생들 가방에서 몰래 도시락 훔쳐 가고, 그런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책 속 철학자보다는 늑대의 이야기가 항상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늑대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죠.
그 책이 마지막에 늑대가 죽으면서 끝이 나는데,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그 늑대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만약 제가 책에서 읽었던 그 늑대가 죽은 후 저의 세계로 오게 된다면, 이 늑대는 자신을 길러주었던 인간 아버지 교수님을 따라서, 그 교수님처럼 다른 친구들을 이끌어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정장 같은 옷을 입고, 교수님처럼 진중하고 따뜻하게 행동하는 캐릭터로 구상했습니다.
- 현재 기획 중인 다음 만화의 주제가 있으시다면.
제가 졸업 작품 주제로 [은하철도의 밤]을 잡았었는데, 그때 너무나도 즐겁게 작업을 진행했어요. 제가 만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만화를 볼 때 만화 속 캐릭터가 연극을 하는 장면이 있으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은하철도의 밤’을 하더라고요. 그 공통점이 너무 흥미로워서 은하 철도의 밤 원작 소설을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졸업 작품도 [은하철도의 밤]에 나오는 요소들을 저의 방식대로 재해석하여 제작하게 되었죠.
그때의 기억이 정말 좋게 남아서 다음에는 우주와 별에 관한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아직 자세하게 구상한 것은 없지만, 만약 그리게 된다면 ‘우주에 가고 싶은 부엉이’ 캐릭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부엉이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보는 세상은 항상 밤의 세상이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항상 별이 수놓아져 있을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 하늘 너머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만화를 처음 그리는 과정에서 성장했던 점이 있다면.
만화를 그리면 결국 똑같은 캐릭터의 모습을 반복해서 그릴 수밖에 없잖아요. 캐릭터는 분명 동일한데, 만화를 그리면서 저의 그림 실력이 점차 성장해서 나중에 만화를 다 완성한 뒤에 보면 첫 번째 컷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마지막 컷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을 때가 많아요. 하하. 그래서 [용기의 여행]은 만화를 다 그린 뒤, 1 페이지를 아예 다시 그려 버리기도 했어요.
이새 작가의 새로운 도전, 일러스트와 도자기
- 작가님과 제가 연이 닿게 된 곳이 바로 도자기 공방이죠. 참 신기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도자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저의 캐릭터를 실제 물성을 가진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사실 저는 처음에는 도자기가 아닌 유리 공방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학교에서 교양 수업으로 도자기에 대해 배운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도 긍정적으로 남았고, 마침 현재 거주하는 곳 바로 옆에 도자기 공방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멀리 다니며 유리를 배우기 전에 먼저 도자기를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수업으로 배웠을 때와는 또 다르게 어렵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만들었던 도자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하나 소개해 주시겠어요?
맨 처음 수업을 들으며 만들었던 우비 입은 고양이 피규어가 아직도 저의 마음에 오래 남아있어요. 처음 만들었다 보니 형태도 뭉그러지고 흙도 갈라져서 비록 성공적으로 제작했다고 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처음 저의 손으로 만든 저의 캐릭터 피겨였으니까요. 기회가 되면 꼭 대량으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싶다고 지금도 꾸준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는 작가님의 만화와 도자기 외에도 일러스트를 참 좋아해요. 작가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다정한 세계'가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혹은 소개해 주고 싶은 일러스트가 있으시다면.
[벚꽃 나들이]라는 일러스트가 제가 추구하는 이상향을 가장 잘 담았다고 생각해요. 병아리는 그 크기가 작다 보니 벚꽃을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고양이가 직접 손에 올려서 벚꽃을 잘 구경할 수 있도록 한 일러스트인데, 제가 앞서 말한 ‘따뜻한 세상’에서의 배려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지으며
- 작가님께서 스스로를 정의 내린다면, '어떤 작가'라고 말씀하고 싶으신가요?
‘도전하는 작가’로 남겨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에게는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잖아요. 부스를 내는 것도, 작가로 다른 분들을 찾아뵙는 것도 모두 도전이었죠. 그리고 2024년 초부터는 도자기도 시작해서 계속 조금씩이나마 판매하고 있어요.
저는 계속해서 하나씩 무언가를 계속 도전해 나가는 중이고,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꾸준히 도전하며 저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끊임 없이 도전하는 작가로 기억에 남겨졌으면 합니다.
-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도전하는 작가라니 멋지네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중에는 일기장 혹은 다이어리를 제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린 캐릭터들이 그려진 다이어리에 저의 스케줄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도 작성하면 정말 뜻깊을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아이들이 제 그림 위로 각자의 개성을 살려 색칠할 수 있는 컬러링 북을 제작해 보는 것도 참 즐거울 것 같습니다.
- 인터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어주실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가 그리는 만화가 다른 분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정말 열심히 활동할 테니 계속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푸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