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서 실용을 찾는 사람은 없지만, 실용의 영역에서 미(美)를 추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 예로 가구가 있다. 멋진 가구를 들이면 집안의 공기마저 바뀌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구가 아름다우면 매일 보는 공간이라도 애정이 생긴다. 대개 가구를 구입할 때 집의 분위기나 톤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가구는 대중에게 실용과는 별개의 가치를 고려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일상적인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자취방 옵션을 중요하게 보는 사회초년생으로서 이러한 가구의 매력을 알기란 쉽지 않았다. 공간적, 금전적으로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구를 구경하는 것은 허황되고 유예된 취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좋은 가구를 곁에 두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언제나 먼 이야기였기에 가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고여만 있을 뿐이었다.

비싼 가구를 구입할 여유가 없어도 가구를 즐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No였다. 우연한 기회로 지난 주말 한 전시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갈피에서 준비한 돌하우스 킹덤(김성훈)의 첫 번째 개인전 <책상 위 작은 왕국>에서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가구의 세계를 접했다.
가구를 향한 애정이 손끝에서 탄생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보고 가구가 간직한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는 귀한 시간이었다. 해당 전시를 계기로 처음 알게 된 작품세계는, 단 한 번의 만남만으로도 마음을 빼앗을 정도로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가히 '왕국'이라 당당하게 부를 만한 세계였던 것이다.
책갈피의 전시 공간에 들어섰을 때, 따뜻한 빛을 머금은 원목 가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지금은 없는 소인국의 유산처럼 보이기도 했다. 박물관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인 가구와 깨끗한 마감, 가까이에서 뜯어 보아도 전혀 굴욕 없는 디테일까지 과연 손으로 만든 가구가 맞는지 의문도 들었다.
이러한 첫인상을 가지고 더 많은 작품들을 둘러보기 전에 출입구의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 책갈피에서 제작한 작가의 작업에 관한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완성도를 위해 집착 아닌 애정이 보이는 작업 과정과 작품 제작을 위해 기계까지 제작하는 발상 및 행동력까지, 작고 느리지만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돌하우스 킹덤 작가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영상에서도 소개했듯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가구는 의자다. 매끈한 팔걸이를 보면 한 나무의 위에 도안을 그려 잘랐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구성을 고려해 나무를 여러 조각으로 자른 후 여러 겹을 덧대 팔걸이의 모양에 맞게 자른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의자에도 이 정도의 정성을 들인다는 것이 놀라웠다. 미니어처라고 해서 모양만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 자체의 기능을 고려한 끝에 이러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전시에서는 수많은 디자인의 의자를 볼 수 있는데 사무실 의자와 학교 책걸상에 익숙한 우리에게 의자 또한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주는 작업이었다. 돌하우스 킹덤의 의자에서는 어떠한 감동과 애정이 눈에 보인다.
가구 뿐만 아니라 오토마타와 모형 범선도 볼 수 있었는데, 모형임에도 불구하고 범선은 그 크기가 제법 컸다. 약 20년 간 취미로 만들었다는 모형 범선의 실물을 처음 전시하는 자리로 일행에게 이런 모형이라면 자랑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었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부드럽게 슬라이딩되는 가구도 있었는데, 미니어처를 만지거나 작동시켜볼 수 있었던 만큼 작품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신중하게 가구를 감정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작품과 손으로 만날 수 있었기에 이러한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훼손될까 보기만 하는 작품이 아니라 가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가구 외에도 특별히 좋았던 작품은 바로 총이었다. 총은 나무만 깎아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방아쇠와 총구 같은 부분들에 쇠가 들어가기 때문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그 작업의 난이도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전시를 계기로 총의 모양을 뜯어보았는데, 그 곡선이나 모양이 무척이나 우아한 도구였다. 작은 작품이지만, 작기 때문에 오히려 몰랐던 세계의 아름다움을 배웠다.
맘만 같으면 현장에서 주문을 받는 미니어처 가구들을 전부 주문하고 싶을 만큼 미니어처 가구의 매력에 흠뻑 매료되었지만, 여러 한계로 인해 전시회 도록을 대신 구매했다. 전시 굿즈로서 가구 카탈로그를 보는 듯한 컨셉으로 제작한 만큼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마음이 충만해졌다. 크기도 확대하여 넣어두었는데 사진이 실물과는 다른, 그림 같은 느낌이 들어 빈티지 가구를 쇼핑하는 느낌도 톡톡이 주고 있다.
가슴 벅찬 애정으로 충만한 미니어처 가구의 세계에 잠시 발을 담갔던 순간, 자신도 모르는 새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을 기대하게 되는 팬이 되었다. 이토록 작은 가구가 모여 왕국을 이룬 무궁무진한 경이의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