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밤, 전 국민을 거실로 모이게 만들었던 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다. 때로는 배꼽이 빠질 정도의 웃음을 주기도 하였고, 때로는 깊은 감동으로 눈물바다를 만들기도 한 프로그램, 그 이름은 바로 ‘개그콘서트’다.
학창 시절 우리의 일주일은 개그콘서트로 시작해서 개그콘서트로 끝이 났다. 개그콘서트를 보며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풂과 동시에 ‘빰빰빰’이라는 엔딩 음악과 함께 다음날 학교를 가야 한다는 일주일의 스트레스가 다시 쌓이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쳇바퀴를 우리는 돌리고 있었다. 개그콘서트가 끝나고 다음날, 교실은 개그콘서트 (이른바 개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어떤 아이들은 개그맨들의 무대를 따라 하기도 하고, 유행어를 쓰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개콘은 당시 우리의 모든 순간 속에서 희로애락 그 자체였다.
개그콘서트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TV 시청자들을 휘어잡기 시작했고 방송계에 엄청난 돌풍을 가져온 인터넷 방송이라는 또 다른 장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코미디 프로에 대한 사랑이 식어갔다.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 개콘은 다양한 코너를 개발하면서 많은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가져갈 시작조차 어렵게 만드는 지상파에 대한 심의 규제, 그리고 낮아지는 개그맨 지원율, 인터넷 방송과 예능으로 이탈되는 개그맨 수의 증가 등의 문제로 개그콘서트는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결국 개그콘서트는 2020년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개그콘서트,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더 다채롭고 사랑스러운 코너들, 신인 개그맨들과 함께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 2023년, 개그콘서트는 우리의 눈앞에 다시 등장했다. 우리의 추억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개그콘서트 안의 정말 많은 코너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중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코너는 ‘아는 노래’라는 코너다.
뮤지컬 성격을 가진 코너인 ‘아는 노래’는 개그맨 ‘송필근’과 신인 개그맨들이 등장한다. 개콘 1차 종영 전에도 뛰어난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송필근’은 더 단단해진 목소리와 감정으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심지어 그는 ‘궤사성 췌장염’ 투병을 하며 30kg가량 살과 근육이 다 빠져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투병생활을 하나의 터닝포인트로 삼고 심기일전하여 결국 다시 무대에 올랐다. 다른 신인 개그맨들도 각자의 장점을 살려 노래와 연기, 웃음까지 책임지는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아는 노래’는 단순한 재미와 감동뿐만 아니라 공익적인 의미를 내포한 시나리오로 많은 관객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극의 초반부에는 그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려는 남자의 이야기로 느껴지지만 극이 전개되면서 여자의 비밀이 한두 개씩 밝혀지며 그녀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여자를 찾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남자는 다시 그녀를 찾아오게 되고, 목소리가 아닌 손으로써 그의 마음을 전달한다. 그는 여자 앞에 나타나지 않은 시간 동안 여자를 위해 수어를 배워온 것이다.
많은 관객들은 이런 남자의 마음을 느낀 순간 눈가가 촉촉해지며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누군가의 진심 어린 고백을 듣지 못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그리고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에 결국 마음을 돌리는 사람들을 보며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많은 장애인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이 영상은 현재 개그콘서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물하고 있는 코미디언 ‘이수경’의 실화를 각색해 재구성한 이야기다.
코미디언을 준비하던 ‘수경’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개그맨 시험을 결국 잠시 내려놓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어느 날 ‘수경’은 자신과 함께 개그맨 시험을 준비했던, 하지만 자신과 다르게 먼저 코미디언이 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친구들을 직원과 손님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또 한편으로는 현실의 벽 앞에서 넘어질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너무나 복잡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대학로에서 열심히 공연하던 시절, 자신을 너무 좋아해 주었던 한 팬을 만나게 된다. 그 팬의 진심 어린 고백에 마음을 다잡은 ‘수경’은 다시 한번 코미디언이 되고자 도전한다. 그리고 2024년 현재, ‘수경’은 어엿한 코미디언 ‘이수경’이 되었다.
현실의 벽 앞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있는 많은 청년들을 향해 던지는 소중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정말 꿈꿔왔던 무대 위에서, 자신이 직접 개그를 통해 전달한다는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저 노력해라, 끊임없이 도전해라가 아닌 그 형편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끝까지 응원하는 이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극이었다.
필자는 개그는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코너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진정한 개그란 누군가에게 ‘웃음’뿐만 아니라 ‘감동’, ‘공감’, ‘깨달음’, ‘응원’, ‘위로’, 그리고 ‘행복’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많은 이들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행복을 책임지는 많은 코미디언과 방송 및 영상 관계자들에게 큰 응원을 불어넣고 싶다.
대한민국의 많은 코미디언, 방송, 영상 관계자들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