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떻게 그대를 만날 수 있을까요?
혹시 어떤 모습인가요 그대와 저는. 그대를 만날 수 있는 그날에 저는 어떤 사람인가요.
지나간 사람을 떠올릴 때, 우린 보통 그런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진짜 그 사람이 그립다기보다,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서”라는 말이요. 나는 그대를 통해 어떤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그대가 지나간 자리에 나는 어떤 흔적을 껴입고 일어설 수 있을까요.
그대를 떠나보낸 그다음 페이지에는 과연 어떠한, 내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나는 미래보다 더 멀리 가 있는 미래완료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긴 시간보다 더 아득한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대 또한 나의 X가 되어있겠죠. 그대가 누군지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취미도, 성격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 세상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 명 중에 그대는 분명 있을 거예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나요?
분명 나는 그대를 사랑하게 될 날이 오겠죠. 그대도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 또는 믿어보고 싶은 날이 오겠죠. 사랑한다고 몇 번을, 몇십 번을, 몇백 번을 물어도 “그렇다”라고 이야기하다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나듯 “사랑이 흔들린다”라고 이야기하겠죠.
그러다가 결국 우리는 또 지금처럼, 2024년 12월의 ‘서로를 모르는 상태’가 된 듯 각자의 길을 갈 거예요. 처음부터 영원히 몰랐던 사람처럼, 지금 우리가 생사를 모르는 것조차 서로의 소식을 궁금해해서도, 어떻게 사는지 상상해서도, 물어보아서도 안 되는 사이가 될 거예요. 그러니까 무에서 유로, 유에서 무로 다시 돌아갈 사이죠.
이건 예측이 아니에요. 이미 벌어진 일이죠. 또 벌어질 일이죠.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중력 법칙이잖아요.
언제부턴가 결국 모든 인연은 끝나게 되어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덜컥 깨닫고 만 거 있죠.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마치 인류의 비밀을 밝혀낸 듯이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죠.
왜냐면 나는요, 적어도 사랑만큼은 그 순간처럼 영원할 거라 믿어왔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단언컨대 그게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사랑이 영원할 수가 있죠?
우리는 서로가 궁금해서 서로에게 다가갔을 것이고, 그러다가 이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감에 짜릿함과 황홀함을 만끽했을 것이고, 그러다가 남들이 모르는 서로의 먼지 블랙홀 같은 어두컴컴한 동굴을 마침내 만나게 되면 이제 뒷걸음질을 칠 거잖아요. 그죠. 안 그런가요?
뒷걸음질. 아, 나는 여기까지 알고 싶었던 건 아니야. 하면서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고, 그러다가 이 지구상에서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남으로 다시 남게 되겠죠.
음, 그럴 거면 나는 그냥 그대라는 존재를 궁금해하지 않는 게 낫겠어요. 궁금해하면 가까이 가고 싶고, 가까이 가면 더 가까이, 그러다가 더 오랜 시간 함께하고 싶을 텐데. 결국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는 서로가 최선이 아니란 걸 알게 되고 아무 일 없던 듯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도, 묻고 싶네요. 영원한 사랑 그런 거 따위는 없지만 ‘순간의 사랑’은 있을 것이고 ‘시절의 사랑’은 응당 있었다고 확신할 수는 있잖아요. 그대와 나는 백 년 만년은 아니더라도 단 몇 개월간의 사랑에서 몇 년간의 사랑까지는 적어도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게 되겠죠.
시작도 안 한 여정에서 미리 에필로그를 남겨볼게요. 오늘 아침에 듣다가 마음에 퐁당 우물을 남겼던 노래의 구절을 가져와 그대에 물어보고 싶어요.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우릴 위해 불렀던 지나간 노래들이
여전히 위로가 되는지
당신이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 고 대답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충분히 의미 있지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렇게 흘러가요
어디에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겠죠
가능하리라 믿어요
- 아이유, '에필로그' 중에서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나요?
부디, 미래의 그대를 떠나보낸 그날의 나는 ‘아무 의문이 없이’ 흘러갈 수 있기를 바라요. 그대도 그대의 갈 길을 향해 뒤돌아보지 말고 흘러가세요.
오늘처럼, 서로를 영영 몰랐던 때를 꼭 기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