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많은 관계 속 ‘끝낼 수 있는 용기’에 대하여 - 카페씨어터 '오늘은 에스프레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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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작하면서 수많은 시작과 끝을 마주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기도 하고, 하고 있던 일이 마무리되기도 한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과정을 끝맺는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때로는 시작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카페씨어터 <오늘은 에스프레소>에서는 노을과 하늘, 바다와 가람이라는 네 인물을 통해 ‘끝낼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네 사람은 모두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일상의 우리와 너무나도 닮은 인물들이다.
네 사람 각자가 끝을 마주하는 모습을 통해 작품은 우리 안의 끝낼 용기를 돌아보게 만든다.
<오늘은 에스프레소>는 극장이 아닌 카페 어스돔에서 진행되는 연극이다. 극장이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진행되는 연극을 ‘장소 특정적 연극’이라고 부른다.
언뜻 보면 이머시브 연극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장소 특정적 연극에서는 장소 그 자체의 고유한 특성과 일상적 맥락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현대인들에게 카페는 아주 익숙한 일상적 공간이다. 그만큼 카페라는 공간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카공’이라는 말처럼 카페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때로는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안정감을 느낀다.
작품에서는 카페의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공연 도중에 배우들이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기도 하고, 각자의 할 일을 하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관객들 또한 공연 전에 미리 음료를 주문해 마시며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이러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네 사람의 이야기는 특별히 꾸며낸 것이 아닌,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쉽게 마주할법한 순간들이라는 느낌을 준다.
2인조 싱어송라이터 ‘노을이 진 하늘’의 노을과 하늘은 10년 동안 함께 음악을 만들어온 동료이다. 하지만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 결과에 점점 두 사람은 엇갈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작업실을 구하기 위해 잠시 가람의 카페에 신세를 지는 사이, 하늘은 이제 그만하자는 말을 꺼낸다.
한편, 가람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카페까지 열게 되었다. 바다는 라떼를 좋아했으나, 가람과 헤어진 후 시간이 흘러 입맛이 바뀌어 지금은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관계를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채 헤어진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 카페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네 사람은 모두 각자의 끝을 마주하고, 끝내기 위한 용기를 낸다. 그리고 네 사람의 용기는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극의 마지막, 하늘과 노을이 함께 부르는 노래 ‘출항‘은 두 사람의 데뷔곡이기도 하다. 끝이 시작으로 바뀌며, 네 사람은 또 다른 삶을 이어간다.
나 이제 떠날래 닻을 올리고
저 먼 바다를 향해
걱정과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나의 길을 찾아 헤매도
멈추지 않는 건 나의 항해일거야
- '출항' 가사 중
일상 속 ‘끝낼 수 있는 용기‘에 대해 말하는 <오늘은 에스프레소>는 충무로의 카페 어스둠에서 12월 15일까지 이어진다.
극장이 아닌 카페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네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건 어떨까?
[노미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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