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베토벤의 일생이 주는 울림 -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도서]

글 입력 2024.12.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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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와 같이 '중2병'을 따라 한답시고 장난스레 떠들고 다녔던 말이다. 이제는 저 말이 더 이상 장난스레 떠드는 말 정도가 아니게 되었다.


나의 단순한 일과 속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일단 집에만 있는 날에는 누워서 만지작거리는 휴대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화장실에서도 음악을 틀어놓고 양치와 세수를 하며, 게임을 할 땐 유튜브로 배경 음악을 듣곤 한다. 집 밖을 나서는 날이면 그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통학 시간이 긴 나에게 등하교 시간은 음악 듣는 시간과 다를 바 없다. 잘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자는 나에게 음악 없는 하루는 고역이 되었다.


나름 장르도 다양하게 듣는다. K-POP, POP, 힙합, 발라드, OST, 뉴에이지, 로파이, 심지어는 브라질 펑크까지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듣고 있다.


과제를 하거나 글을 쓸 때, 또는 책을 읽는 시간에는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듣곤 하는데, 그때 애청하는 장르가 바로 OST, 뉴에이지, 로파이, 그리고 클래식이다. 나에게 클래식은 ‘집중이 필요한 시간에 듣는 음악’이었다.


오늘 이야기할 책은 클래식, 그리고 '베토벤'이라는 작곡가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주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이다.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 표1.jpg


 

 

베토벤의 '소확행', 그리고 우리들



 

몸이 부서질 때까지,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서는 안 된다. (중략) 이때 나는 인생에 클래식을 더해 보기를 추천한다. "누구나 매일 최소한 한 번은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시를 읽고, 훌륭한 그림을 감상하며, 한 마디로도 좋은 말을 해야 한다"라는 괴테의 말에 행복의 여는 열쇠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P. 22 <일상생활에 클래식을 더하라> 中

 

 

이 책은 '빡집중'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만 클래식을 듣던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바쁜 삶은 우리가 향유한 예술을 주변에 나누기 위함에 있으니, 클래식에 천천히 스며들어보라는 것이다.


내가 그저 눈앞에 닥친 급한 일을 해결할 때 클래식을 들어왔던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내가 급할 때마다 찾아 들었던 음악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나 오르프의 <오, 포르투나> 같은 곡들이었다. (대강 휘몰아치는 음악 위주로 찾아 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러게, 삶에 여유를 불어넣고 싶을 때나 행복해지고 싶을 때 클래식을 들을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의 클래식을 들어보며 진정으로 내 취향에 맞는 클래식을 들어볼 생각은 왜 하지 않았을까?


철저하게 계획대로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 같았던 베토벤의 일과는 예쁜 원두로 내린 커피 마시기,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산책하기였다.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본인만의 행복을 찾았던 베토벤처럼, 우리도 그런 것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의 그러한 과정에 클래식이 녹아들길 바라고 있다.




영원한 명곡, <월광>


 

베토벤의 음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월광>이다. 정말 유명한 곡이라 클래식이 낯선 사람들도 제목만큼은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만큼 이 곡을 '최애' 클래식으로 정해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음악적 지식이 부족해 잘 표현할 길이 없지만, 1악장의 첫 몇 초만으로도 이 곡이 흐르는 곳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느낌이다. 다소 암울했던 1악장과 대비되는 분위기의 2악장을 가볍게 듣고 나면 폭풍처럼 몰아치는 3악장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클래식이 왜 '클래식'인지, 어떻게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곁에 생생하게 살아남아 있는지를 증명하는 명곡이다.

 

 


저자가 수많은 <월광> 연주 영상 중 왜 하필 이 영상을 골랐을지 떠올리며 시청하면 좋을 것 같다.

 

 

이 곡을 소개하고 있는 챕터의 제목은 '사색이 필요한 순간'이다. 곡의 제목인 '월광'과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독일의 시인 루트비히렐시타프는 "달빛이 일렁이는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에 떠 있는 한 척의 조각배와 같다"고 묘사했고, 여기에서 유래되어 이 음악의 제목이 <월광>이 되었다고 한다. (P. 94)


루트비히렐시타프가 묘사한 풍경 속에 나를 넣어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오로지 호수 위에 비친 달빛, 그리고 그 위에 함께 일렁이는 나의 모습일 것이다. 주변의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어떤 타인도, 사물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진정으로 나를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이 책에서 정말 좋았던 부분은 '들으면서 읽는 베토벤' 파트였다. 중간마다 삽입된 이 파트는 QR코드 하나만 찍으면 바로 베토벤의 곡을 들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천천히 음악을 감상하며 책에 곁들여진 설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어렵지 않게 클래식을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베토벤에 대한 접근 또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베토벤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 참 많았다. 베토벤의 <운명>이 처음 공연되었을 땐 청중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던 것, 괴팍한 성격의 보유자로 알려진 베토벤이 전쟁통 속에서도 제자를 생각하며 <고별>이라는 곡을 썼던 것과 같은 일화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저 멀리 있던 베토벤과 그의 음악들을 조금이나마 가까이 끌어당겨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폭력적인 아버지, 고독했던 유학, 그리고 음악가로서 가장 큰 시련이었을 난청까지, 일생에 이 셋 중 한 가지만 있어도 참으로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데 베토벤은 이 모두를 감내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냈다. 처음에 언급했던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라는 표현은 그 누구보다 베토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그의 음악을, 그리고 그를 만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미움의 이면에 사랑이 존재하며 고난의 끝엔 승리가 있음을 깨닫게"(P. 42)하는 베토벤의 음악들은 곧 그의 굴곡진 일생을 보여주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과 열정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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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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