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우디와 버즈 같은 친구가 있는가? 나에게는 우디와 버즈의 우디, Hall & Oates에 Hall 같은 친구 한 명이 있다.
이 친구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지만, 친해진 것은 19살 겨울이었다. 창의적이고, 가끔은 우스꽝스러운 이 친구는 내면의 순수함을 일깨워준다. 이 친구는 나를 영화 속으로 손잡고 끌어다가 놓는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서 말이다.
친구와 그저 밥 먹고 카페 가고 술 마시는 것이 지겨워졌다면, 내가 이 친구와 지난 4년간 함께 했던 바보 같은 나날들을 살짝 보여드리고 싶다.
순수함이 남아있는 자들과의 동행은 언제나 내 인생의 새로운 계절의 향을 불어다가 놓기도 한다. 유치함 한 스푼 섞어 친구와 했던 재미있는 일들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면, 해보자고 꼭 연락해 보기를 바라본다.
겨울에 어울리는 따뜻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네 가지 이벤트들을 소개하고 싶다.
벽에 낙서 아닌 낙서 하기
어릴 적 벽에다가 크레파스 혹은 마커로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현실을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 되었고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내 방 벽 한 면을 가로로 긴 종이로 도배했다. 그리고 나는 친구와 계절별 우리의 모습을 크레파스로 기록했다. 그리고 그 작품은 'Kim and Bae's Memory wall'이라는 이름으 불렸다.
완성작은 한동안 내 벽면에 어떠한 포스터보다도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노래를 틀어놓고, 벽에 그림을 그리던 예술적인 순간, 나는 많은 영감을 얻었다. 마치 우디와 버즈처럼 우리는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나의 예술성, 나의 영감을 자극하는 친구를 곁에 두는 것은 참으로 복이다.
참고로 긴 종이는 이케아를 통해서 구매한 것.
교환 일기/교환 달력 주고받기
초등학생 때 하던 일을 스무살 넘어서 하면 재미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 친구와 스무살, 스물세살 때에도 교환 일기 그리고 교환 달력을 썼다. 다만 어른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느라, 6개월에 한 번 바꾸어서, 한 달력엔 2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화났던 이야기, 행복했던 이야기들을 우스꽝스러운 그림과 함께 그려 넣었다. 한 해의 희로애락을 보며, 세상에 영원한 슬픔은 없다고 확신했다.
때로는 느리게, 과거에 행했던 방식으로 친구와 노는 것이 정말 새롭게 느껴진다. 카카오톡으로 빠르게 전할 수 있는 작은 소식들도 교환 일기에 그림과 함께 삐뚤삐한 글씨로 마주하게 되면, 더 깊고 찬찬히 머금어 그 작은 경험으로부터 무엇인가 얻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렵지 않으니 꼭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뮤직비디오 만들기
우리는 스무살 때부터 만나면 서로의 영상을 찍어주고, 한 명이 편집을 맡아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둘 다 영상편집에는 전혀 일가견이 없지만, 우리만의 방식대로, 우리만의 감성대로 우리의 순간을 녹여내었다.
20대의 나를 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나중에 꺼내보면, 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좋아하던 옷은 뭐였는지, 꾸던 꿈은 무엇이었는지, 영상 속 나의 눈빛만으로도 알게 되어, 그때의 순수했던 마음가짐을 조금이나 현재로 훔쳐 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친구의 꿈도 엿볼 수가 있어서 무엇인가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시 살아가게 된다.
어드벤트 캘린더
이 친구 덕에 어드벤트 캘린더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어드벤트 캘린더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을 담아,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작은 상자에 선물을 넣어놓고, 하루에 하나씩 열어보는 25일짜리 이벤트이다. 아직 12월이 되지 않아 친구가 어떤 선물을 넣어놨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작은 사탕과 편지, 그리고 팔찌와 같은 것을 넣어놓은 모양이다.
사실 사탕과 편지 등은 그렇게 큰 선물이 아니다. 하지만 매일 하루에 한개씩 나를 위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는 상자를 마주한다는 것은, 추운 겨울에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아주 확실하고 따뜻한 방법이다.
이 글을 읽으며, 생각나는 친구가 있는가? 지금 당장 연락해서 교환 일기를 써보자고 하자. 벽에 그림을 그려보자고 해보자. 친구란 바보 같은 일을 함께하라고 존재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나를 성장시키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게 하며, 예술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데, 친구가 필요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나는 믿을 수가 없다.
우리는 각자 열심히 살다가, 서로에게 힘이 필요할 때에 만나서 우스꽝스럽고 순수하게 낭만을 찾아 물처럼 흘러 살아간다.
어느 날은, 길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모르는 행인 분이 음식을 한 젓가락 달라고 하셨다. 혼자 있었다면 짜증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친구는 능청스럽게 한입에 500원을 외치며 나를 웃게 했다. 결국 그 할머니와는 음식을 나눠 먹었다. 뾰족하고 모난 나를 둥글고 행복한 사람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정말 좋은 친구이다.
모두 겨울에 따뜻하고 행복하게, 좋은 친구들과 함께 보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