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혁명의 그늘 속 꿈꾸는 세상 -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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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함께한 낭만의 시간
1968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홀리 이노센트>는 프랑스의 68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작품은 매튜, 이사벨, 테오가 68혁명 속에서 그 시절 파리 몽상가들이 꿈꾸었을 낭만을 재현한다. 극의 배경이 되는 1968년 프랑스 사회는 인권 침해에 반대하고 자유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시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당시 프랑스 영화계는 ‘새로운 물결’이라는 의미인 ‘누벨바그’의 영향으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자는 예술적 혁신과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매튜, 이사벨, 테오는 영화를 사랑하지만 막상 혁명이 일어나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불리는 자신들만의 규칙으로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외부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낭만과 감정에 충실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이상주의적 삶의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외부의 요소가 그들의 평화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오면서 그들의 온실 같은 생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생활에 어려움을 느낀 그들은 결국 바깥세상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게 되고 혁명의 현장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영화와 현실, 그 경계의 순간
작품에서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진다. 작품 속 인물들은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이상적 현실을 구현해내려 한다. 영화는 그들에게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욕망을 표출하는 도구가 된다.
공연이 시작될 때 세 주인공이 객석에서 무대를 향해 걸어 들어오며 등장하는 연출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러한 연출은 극의 시작과 함께 그들이 영화 속 세상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극의 서사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대의 배경이 되는 커튼은 세 사람이 마치 영화 속 세상에 있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나타낸다. 커튼을 스크린처럼 활용하면서 인물들을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도록 하여 현실과 영화가 교차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독창적인 연출은 극 자체를 하나의 영화 속 세계로 만드는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그 이상적 세계를 함께 경험하게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넘어서
홀리이노센트가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상과 현실의 대립을 단순히 선악의 구도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튜, 이사벨, 테오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은 단순 그들의 이상이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이 현실에 결합되는 과정 속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나 이상을 꿈꾸고는 하지만 그 이상이 현실과 교차되며 더 나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매튜는 쌍둥이(이사벨, 테오)와 함께한 꿈같은 세계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자신도 언젠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언젠가는 이사벨과 테오의 부모님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극의 진행을 통해 매튜는 점차 더 성숙해지고 끝내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어린이 보호구역’을 넘어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니던 소심한 인물인 매튜에게 이사벨과 테오라는 친구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은 극에서 크게 마음을 울리는 순간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쌍둥이보다 어리숙해 보이기만 하던 매튜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를 보이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큰 울림을 전달한다.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는 68혁명이라는 혼란 속에서 끝없이 꾸었던 꿈이 어떻게 현실로 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바뀌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그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전달한다. 68혁명이라는 혼란의 시대 속 끝없이 꾸었던 꿈에 대한 이야기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작은 발자국이 하나 둘 모여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김서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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