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osi fan tutte → Cosi fan tutti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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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i fan tutte, 이탈리아어로 여자는 다 그래~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tutte의 e를 i로 바꾸는 순간, 의미가 달라진다.
"Cosi fan tutti, 사람은 다 그래~"가 된다.
Cosi fan tutte는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오페라로, 코믹스럽고 유머스러운 오페라를 지칭하는 '오페라 부파' 세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오페라이기도 하다.
코지 판 투테는 사랑과 충성의 시험을 다룬 희극이다. 나폴리의 두 자매인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각각 용맹한 굴리엘모와 페란도와 약혼한 상태다. 극은 굴리엘모와 페란도가 각자 자신들의 연인인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사랑을 자부하며 "내 여자는 절대 안 변해~"라며 자랑으로 시작한다. 두 장교를 보고 철학가인 돈 알폰소는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페란도는 도라벨라, 굴리엘모는 피오르딜리지를 각각 유혹해 보라며 여자들의 충성심을 시험해 보자 한다.
돈 알폰소는 시험을 위해 두 장교가 전쟁에 나가는 척하며 급히 떠난다는 연극을 꾸민다. 굴리엘모와 페란도가 전쟁터로 떠나겠다며 작별 인사를 하자,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잠긴다. 약혼자들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두 자매는 비통해하며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변치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만 돈 알폰소는 이를 비웃으며 시험을 진행한다.
자매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변장한 굴리엘모와 페란도가 이방인으로 등장하여 자매에게 구애를 시작한다. 독약을 마시는 척하는 극단적인 연기로 자매의 동정을 끌어내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며 유혹은 점점 심화된다. 결국 피오르딜리지는 굴리엘모에게, 도라벨라는 페란도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며 화해로 마무리된다. 마지막에는 각자 원래의 연인과 다시 이어지며 사랑과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보여준다.
이 오페라는 "여자는 다 그래~"라는 큰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 제목에도 명시했듯이, "사람은 원래 다 그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지 판 투테를 직접 보면서 느낀 것은, 주인공들은 결국 마지막에 각자의 원래 연인에게 돌아가지만 속으로는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라는 재밌는 상상을 해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아니 어쩌면 견고한 참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 극 중에서 언니인 피오르딜리지는 굴리엘모를 향한 정절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하지만 결국 넘어간다.
인간은 동물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휩쓸려 이성적으로 생각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극 중에서 두 여자는 15세 밖에 되지 않았고 2024년 현재로 따지면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린 셈인데, 군대와 달리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가 이해되고, 두 여자만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두 여자가 유혹에 넘어간 건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과연 남자들은 흔들리지 않았을까?
추측컨데, 두 남자도 똑같았을 것이다. 두 남자가 처음부터 자신들의 사랑에 확신이 있었다면 굳이 내기를 받아들였을까? 사랑의 굳건함을 증명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사실은 그들 스스로도 흔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두 남자가 변장한 상태에서 서로의 연인을 유혹할 때 느꼈을 감정은 단순히 장난이나 의심에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기라는 외피를 쓴 이 시험은 그들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욕망과 불안감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연인을 유혹하는 상황에서 느낄 질투와 불안을 감정적으로 체험했을 것이고, 동시에 '이 상황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지도 모른다.
결국 코지 판 투테의 이야기는 단순히 '사람은 다 그래~'라는 말로 귀결되지 않는다. '사람은 원래 이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런 인간의 본질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경험한 후에도 그들은 다시 각자의 연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경험이 그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겉으로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보여도, 각자의 마음 속에는 잔잔한 파도가 계속해서 일고 있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관객들에게 남겨진 과제이기도 하다.
[이지윤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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