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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추리 소설은 여전히 낯설다. 장르 소설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에 추리 소설 특유의 섬뜩한 사건과 강렬한 묘사가 잘 와닿지 않았고, 나도 탐정이 되어서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렇지만 다양한 글을 읽고 쓰기로 한 이상, 낯선 장르 소설을 피할 수는 없었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이 보기에는 어이없는 이유일 수 있겠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지극히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내가 가보지 않은 세상을 걷고, 그리며 떠올리는 경험 말이다.

 

머릿속 상상과 현실을 심각하게 오가는 와중에 감사하게도 '캐드펠 수사 시리즈' 6-10권을 접하게 됐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의 슈루즈베리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 추리소설로, 40여년 간 속세에서 살다가 종교에 귀의해 허브밭을 가꾸는 캐드펠 수사가 여러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장장 18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된 소설인 만큼, 치밀한 구성, 선과 악부터 신과 인간에 이르기까지 인간사의 심오한 난제를 깊이 있는 서술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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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은 소감을 요약하자면, 매력적이다. 그리고 추리와 역사,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까지 모두 잡은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우선, 이 시리즈는 추리소설의 특징인 ‘범죄 발생과 진상 규명'을 따르면서도 역사적 서술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책을 펼치면 중세 웨일스, 슈롭셔 등의 주요 배경 지도가 나오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수도원을 답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신선했다.


시리즈의 배경은 스티븐 국왕과 모드 왕후가 벌인 잉글랜드 왕위 계승 내전으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다. 캐드펠 수사 역시 가상의 인물이지만, 십자군 전쟁에 군인으로 참전한 경험이 있다. 이렇듯 중세 잉글랜드라는 배경,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한데 섞이며 펼쳐지는 사건들은 독자를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안내한다.

 

주인공 캐드펠 수사의 성품도 인상적이다. 그는 시리즈 내내 상당한 추리능력으로 사건을 파헤치면서도 끝까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놓치지 않는다.

 

6권 '얼음 속의 여인'에서는 캐드펠 수사와 그의 오랜 친구인 휴 베링어 행정 장관이 귀족 남매 실종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데, 실종된 남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추리 소설에서 주로 다뤄지는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8권 '귀신 들린 아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더 쓰지 않겠지만, 캐드펠 수사는 견습 수사 메리엣을 따뜻하게 대한다.

 

["자네가 무엇을 하는 게 온당한지 얘기해줄 사람이야 세상에 많겠지. 하지만 그 많은 이야기를 걸러 듣고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야. 어떤 은총이 자네에게 길을 제시하든, 그 은총에 의해 진실에 도달할 사람도 바로 자네이고 말일세."] - 8권 p47-48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순히 사건만을 해결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랑, 죄와 본성, 그리고 구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서 고찰할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사건에 배제된 인간이 아닌 사건을 감싸는 인간의 체온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겨울은 꼭 이 시리즈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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