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인상은, 눈길을 끄는 소설이라는 점이었다.
그림을 볼 때도, 책을 볼 때도 그려져 있는 인물, 혹은 동물의 눈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다. 창작물 속의 누군가, 나아가 작가와 조금이라도 공명해보려는 의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캐드펠 시리즈의 책들은 보다시피 차용한 그림들의 눈의 일부가 노출되어 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혹은 표지 너머의 독자를 바라보는 것도 같다.
간결하고도 눈길을 끄는 표지를 보며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전권.
차원 너머의 독자를 바라보는 듯한 표지 디자인이 인상 깊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돌이켜보면, 나와 미스터리 추리 소설과의 인연은 아주 길었다.
중학생 시절, 도서관 구석에서 홀로 읽었던 추리 소설부터 시작하여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집중력이 짧고, 쉽게 싫증을 내는 나에게 꼭 맞는 책이었다. 미스터리, 혹은 추리 소설의 작가가 구상한 트릭과 실마리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책의 결말 부근에 도달해 있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또한 그러했다. 책 한 권 한 권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미로의 출구를 빠져나오듯 도달하는 결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이어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독특했던 부분을 꼽자면, 우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점이 중세라는 점이었다.
추리 소설을 종종 읽어온 나로서는 현대나 우리가 대략적으로 더듬어볼 수 있을 정도의 과거를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익숙했다. 중세는 제법 야만적인 시대지만, 동시에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과거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것들을 짚어 나가는 일이 즐겁기 마련이다.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인상적이었으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꼽자면 유달리 튀는, ‘천재적 인물’ 같이 느껴지는 이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빛나는 지식 따위를 가지고 있기는 했으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진가를 발휘하는 등 극적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게 소설에서 종종 느껴지는 거리감은 배경보다는 주로 인물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와 같은 적당히 평범한 사람에게 독특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무척 좋았던 것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이 되듯, 나도 길 모퉁이를 돌면 어떠한 사건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사건은 어느 정도 현실과 동떨어질 필요는 있으나, 인물까지 동떨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달콤한 로맨스 소설이든, 미스터리한 추리 소설이든, 내가 소설 속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니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바로 그러한 면에서 내게 각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