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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대중들은 다양한 매체와 접하면서 연예인들을 만나게 된다. 가끔 사람들은 연예인에게 모종의 이유로 마음이 가고 반해서 이들을 좋아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신조어인 ‘입덕’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입덕’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크게 부딪히는 일이 없는 이상 연예인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의 가치관이나 신념도 함께 좋아하며 우상처럼 여긴다.

 

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인해 더 이상 연예인을 좋아할 여유가 없거나, 마음이 식었다는 가벼운 이유로 우리는 연예인을 그만 좋아하기도 한다. 혹은 연예인이 자신의 중요한 신념과 부딪히는 행동을 하거나, 용인할 수 없는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는 심각한 이유로도 그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고 우상처럼 여기지 않는 소위 신조어로 ‘탈덕’을 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연예인들을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늘어나고 다양한 매체의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이런 ‘입덕’과 ‘탈덕’의 순간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때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주변에서 목격하고 직접 겪었던 경험을 통해 ‘입덕’ 과 ‘탈덕’의 순간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려 한다.

 

먼저 ‘입덕’과 ‘탈덕’ 현상은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과 관련된 인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지부조화 이론을 통해 설명해 볼 수 있다. 인지부조화는 불일치하는 인지를 인식하고 자기상과 모순되는 행동을 할 때 느끼는 불편한 느낌을 말한다. 우리는 부정적인 각성을 줄이고자 하는 동기가 있기 때문에 불일치하는 인지에서 오는 부조화를 감소시키려고 노력하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이솝 우화의 '여우와 포도'가 있다. 어느 날 배고픈 여우가 포도를 발견해서 먹으려고 하지만, 아무리 애써봐도 포도에 닿는 것에 실패한다. 그러자 여우는 포도가 어차피 신 포도였을 것이라며 포기하고 가버린다. 이 여우처럼 우리도 두 인지가 서로 상충하면 그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합리화를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인지부조화 이론을 ‘입덕’과 ‘탈덕’ 현상에 적용해 보자. 먼저 ‘입덕’을 하게 됐을 때 기존의 이상형 기준에 이 연예인이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은 흡연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입덕’한 연예인이 알고 보니 흡연자인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일단 '나는 흡연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기존의 인지와 ‘나는 흡연자인 이 연예인을 좋아한다’라는 인지 사이에서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그럼 이 사람은 상충하는 두 인지 사이에서 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이때 부조화를 감소시키는 방법은 첫 번째로 부조화 인지와 일치하도록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즉, 흡연하는 이 연예인은 나의 이상형 기준과 맞지 않으므로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을 수정하는 것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저항이 가장 적기 때문에 보통 첫 번째 방법은 잘 실행되지 않는다. 두 번째 방법은 부조화 인지 하나를 변화시켜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인데, 이는 나의 이상형 기준을 바꿔서 흡연자도 호감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새로운 인지를 추가하여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법으로, 이 현상에 적용해 본다면 흡연자는 비호감이지만 ‘안경을 낀 사람이 흡연하면 더 매력적이다’라는 새로운 인지를 추가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흡연자는 비호감이라는 인지는 유지할 수 있으면서, 안경이 잘 어울리는 이 연예인은 좋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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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탈덕’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이 연예인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 정도에 따라서는 ‘이제 이 사람이 싫다’라는 인지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인지는 그렇게 바뀌어도 행동이나 주변 환경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연예인을 좋아하며 모았던 포스터나 연예인의 모습이 있는 에코백, 키링, 폰 케이스와 같은 굿즈 등은 여전히 책상에, 서랍에, 벽에 있다. 이 인지와 행동 사이의 간극에서 우리는 부정적 각성을 경험하고 이 부조화를 줄이려 시도하게 된다.

 

'입덕'의 경우와 같은 방법들을 똑같이 적용해 보면, 첫 번째 방법으로는 부조화 인지와 일치하도록 굿즈들을 더 이상 쓰지 않고 버리거나 파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생각보다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가장 저항이 적은 방법을 선택하다 보면 쉽게 고르는 방법은 아니다. 두 번째 방법은 부조화 인지를 변화시켜 ‘이 연예인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어’라고 생각하며 굿즈를 들고 다니는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 연예인이 싫긴 하지만 버리고 다시 사기엔 돈이 아까워서 들고 다니는 거야’라는 새로운 인지를 추가하여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법이 있다.

 

‘입덕’과 ‘탈덕’ 현상을 분석하는 다른 이론으로는 균형 이론이 있다. 균형 이론은 20세기 프리츠 하이더라는 심리학자에 의해 제시된 이론으로, 그는 개인, 타인, 대상으로 이루어진 3자 관계로 사회적 관계를 설정했다. 그리고 우리는 3자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경향이 있어 균형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려 한다. 균형 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과 태도가 일치하기를 원하고,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과 태도가 일치하지 않기를 원해서 이 균형을 잃으면 불균형 상태가 발생해 심리적 불편을 야기한다. 우리는 불균형 상태로 인한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서 타인 또는 대상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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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입덕’과 ‘탈덕’ 현상에 대해서도 좋은 설명이 된다. ‘입덕’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연예인과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어떤 대상에 대한 태도도 함께 형성하게 된다. 한 예시로 나는 연예인 A를 좋아하는데, 연예인 A이 유기견 보호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알고 유기견 보호에 대해 별생각이 없던 나도 관심을 가지며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균형이론을 통해 이를 해석해 본다면 나와 타인, 타인과 대상 사이에 긍정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불균형 상태로 인한 긴장을 겪지 않기 위해서 나는 유기견 보호라는 대상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면서 균형을 회복하려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취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방법은 나의 연예인 A에 대한 태도를 부정적으로 바꾸거나 유기견 보호와 연예인 A의 관계를 어울리지 않는다, 쓸모없다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관계로 전환해서 균형을 회복할 수도 있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만약 유기견 보호에 대한 연예인 A의 태도가 부정적으로 바뀌게 되어 나와 연예인 A의 관계 균형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이었던 방법은 내가 유기견 보호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라 분석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입덕’을 해 연예인에 대한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연예인의 대상에 대한 태도가 자신의 태도와 크게 충돌하지 않는 이상 연예인의 태도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균형 이론을 통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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