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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희곡 강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는 ‘한국 희곡 작가에 대한 발표와 함께, 희곡을 읽는 짧은 낭독 공연을 진행하기’였다. 희곡은 읽는 걸 넘어, 발화되었을 때 그 의미가 온전히 전달된다는 이유였다. 생소하고, 꽤 부담이 있는 과제였으나 그럼에도 교수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교수님은 수강생들이 희곡의 언어를 온전히 즐겨보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이 글은 낭독의 힘을 믿기에,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희곡 언어의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 마음에서 시작된 글이, 한 번쯤 희곡을 낭독해 보기를, 또는 한 번쯤 희곡을 읽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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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란 무엇인가?


 

희곡의 언어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희곡에 대해 알아야 한다. 희곡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전을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희곡

1. 명사 :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연극의 대본

2. 명사 :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를 기본 수단으로 하여 표현하는 예술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희곡은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예술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에서 정보가 주어지며, 각 인물의 대사와 행동이 얽히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지시문을 통해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기도 하지만, 일부분뿐이다. 장면의 세부적인 모습은 독자가 상상해서 채워 넣어야 한다.

 

소설에 비해 생략된 정보가 많기에 희곡에서는 무대, 등장인물의 모습, 그리고 세세한 어투, 감정까지 독자의 상상에 맡겨진다. 독자들은 배우, 무대감독, 연출가가 되어 여러 관점에서 희곡을 바라보게 된다.


또한 희곡은 상연을 목적으로 쓰이는 문학이다. 즉, 희곡의 언어는 ‘글’보다는 사람의 입으로 말해지는 살아있는 ‘말’에 가깝다. 희곡을 읽는 맛은 눈으로 읽기보다는 직접 입으로 말해보았을 때 살아난다. 그렇기에 희곡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직접 낭독하고 소감을 나누어보는 ‘낭독 모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희곡 읽기의 경험


 

열심히 낭독을 권유하는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본인 또한 낭독의 재미를 알게 된 지는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다. 희곡 읽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희곡 때문이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관심 있는 작가이기도 했고, 옛날 공연이 올라왔을 때 주변 지인들이 재밌었다고 말해주었던 작품이어서 읽기 시작했다. 희곡으로 처음 접했을 때는 역사적 사건에 초점을 두고 감상했다. 실제 있었던 사실들이 희곡 안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그 재현의 방식에만 초점이 갔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작품이 본공연으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종이가 아닌 극장에서 배우를 통해 접한 작품은 완전히 색달랐다. 그제야 배우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대적 상황과 마주한 상황에서, 서로의 말과 말을 통해서 변화해 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보였다. 희곡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릴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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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낭독을 준비하며 책에 적었던 메모 중 일부분.

 

 

그 경험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희곡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발화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들은 완전히 색다르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함께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감각이 작품에 대한 인상을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희곡 낭독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게 되었다.


희곡 낭독의 매력에 대한 긴 글이 한 번쯤 희곡으로 향하는 길이 되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친구들과 같이 모여 읽어보아도 좋고, 혹은 모임을 찾아보아도 괜찮다. 실제로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에서는 주기적으로 희곡 낭독 모임을 하고 있기도 하다. 어렵다면 공연을 보아도 좋고, 혹은 희곡 원작의 영어를 봐도 좋다.

 

한 번쯤 살아 숨 쉬는 ‘말’을 느껴볼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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