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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부디 우리가 커다란 죄악을 최선의 형태로 활용한 것이길 바랄 뿐이네. 솔직히 말해. 누군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겠나? 언젠가 수도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르는군.

 

’우리의 목적은 정의이며 신은 자비의 특권을 베푸신다‘

 

제아무리 신이라 하더라도 자비를 베풀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한 법이야.”

 

P.343

 

 

캐드펠 박스 실사.jpg

 

 

 

각 권별 내용


 

북하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中 6-10권. 각권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아래 줄거리 중 더 궁금한 것을 먼저 읽어도 전체적인 내용 이해에 지장이 없습니다. 해당 시리즈는 옵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드 황후’와 ‘국왕‘ 간의 혼란스러운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것은 동일하지만, 각 권별로 각기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6권 ‘얼음 속의 여인’ - 귀족 가문의 남매 이브와 에르미나, 그리고 이들을 슈루즈베리의 수도원까지 안내하던 어린 수녀가 사라집니다. 그 와중에 피살당한 ‘얼음 속의 여인’이 발견됩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속에서 사라진 이들을 찾던 캐드펠 수사는 한발 한발 불길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고, 범인은 더 짙은 눈보라 속으로 숨어드는데...

 

7권 '성소의 참새' - 1140년의 어느 날 밤, 한 청년이 피투성이가 된 채 성소로 피신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쫓아 성난 폭도들처럼 수도원에 난입한 마을 사람들도 등장합니다. 결국  혼인 잔치가 있었던 어느 날 밤, 금 세공인 집에서 폭행과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마을 사람들은 범인으로 청년을 지목하게 됩니다.

 

8권 ‘귀신 들린 아이’ - 수도원에 새로운 견습 수사가 들어옵니다. 그는 밤만 되면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고, ’귀신 들린‘ 견습 수사의 괴성과 고함은 온 수도원을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이 와중에 슈루즈베리를 지나던 한 사제가 돌연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캐드펠 수사는 동떨어진 두 사건이 서로 연관돼 있다고 예감하는데...

 

9권 ‘죽은 자의 몸값’ - 스티븐 국왕 측과 모드 황후 측이 맞붙은 가운데, 슈롭셔의 행정 장관 길버트가 포로가 됩니다. 또한, 약탈을 노린 웨일스 일파까지 전투에 끼어들게 됩니다. 이에 행정 보좌관 휴 베링어는 국왕 측에 잡힌 웨일스인 ‘엘리스’와 웨일스 측에 잡힌 행정장관 ‘길버트’의 포로 교환을 추진하지만, 그 와중에 한 포로가 시체로 발견됩니다.

 

10권 ‘고행의 순례자’ - 1141년, 성 위니프리드 유골을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으로 옮긴 지 4년,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수도원에 모여들게 됩니다. 캐드펠 수사는 이 순례자들 중 누군가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9권 ‘죽은 자의 몸값’을 읽고


 

저는 개인적으로 9권이 궁금해 ’죽은 자의 몸값‘을 제일 먼저 읽었습니다.

 

모드 황후와 스티븐 국왕의 전쟁 중이 배경이며, 9권은 특히 웨일스의 일파가 해당 전쟁에 끼어들어서 생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은 ‘웨일스’ 대 ‘잉글랜드’의 구도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캐드펠 수사’시리즈를 받아들고 읽어볼 때에는 중세 추리 소설은 처음이라서 생소하기도 했고, 복잡한 인물 관계도 파악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점차 소설 전개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주요 인물 중심으로 내용을 파악해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9권 ‘죽은 자의 몸값’의 주요 인물 관계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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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웨일스와 잉글랜드는 전쟁으로 서로 주요 인사가 포로로 잡힌 상황입니다. 잉글랜드의 ‘길버트’는 웨일스에, 웨일스의 ‘엘리스’는 잉글랜드에 포로 잡힌 상황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엘리스’와 ‘길버트’를 맞교환하는 것으로 포로교환이 성황리에 이루어지는 듯 싶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스’는 포로 신분으로서 잉글랜드에 머물면서, 길버트의 딸 ‘멜리센트’와 사랑에 빠집니다. ‘엘리스’가 ‘길버트’와 맞교환 되면 두 사람은 헤어져야하기에 심리적 갈등을 겪습니다. 또한 ‘엘리드’는 엘리스와 형제같은 사이기는 하나, 엘리스의 약혼자인 ’크리스티나‘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따라서 이 4명의 청년이 소설 속 주요 인물입니다.

 

‘엘리스’가 ‘길버트’와 맞교환 직전, 행정장관 ’길버트‘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게 됩니다. 이에 ’캐드펠‘ 수사는 이 사건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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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처럼 용의자는 대략 5명으로 추려집니다. 각기 다른 살해 동기가 추정이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나름 선량한 행정 장관으로 살아온 ’길버트 프레스코트‘도, 모두의 마음을 사지는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사건의 수사는 점차 증거가 하나씩 하나씩 나타나면서 전개됩니다. 결국 ’엘리드‘가 살해 범인임이 밝혀지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는 ’자비‘를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비록 ’엘리드‘가 길버트를 살해한 것은 큰 중죄이지만, 소설 속에서는 해당 범죄 행위가 우발적이었다는 점에서, ’엘리드‘가 죗값을 어느 정도 치르면 자비를 받고, ’엘리드‘와 ’크리스티나‘의 사랑 그리고 ’엘리스‘와 ’멜리센트‘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엘리드’의 행동이 용서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가졌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길버트’의 죽음으로 인해 4명의 청년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우면서도 아이러니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서 추천 이유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 작가 - 본명은 에디스 파티저(Edith Pargeter)로,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여성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여성 추리소설 작가 답게 표현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묘사해두어서 좋았습니다.

 

1913년 9월 28일 영국 슈롭셔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에서는 ‘슈롭서’라는 곳이 주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지역 약국에서 조수로 일하다가, 세계 제2차 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하는 등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 ‘죽음과 즐거운 여자’ 등의 작품 활동을 하였고, ’에드거 앨런 포‘ 상을 받고 ’실버 대거 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실버 대거 상’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수도사의 두건‘으로 받았습니다.

 

이처럼 애정을 받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BBC에 드라마로 나오기도 했으며,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오디오 드라마로 남아있습니다.

 

자극적이지는 않으나 긴장감은 늦출 수 없는 추리 소설 - 간혹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잔혹한 묘사를 서슴없이 써내려가는 소설도 있습니다. 그러한 소설도 작가 특유의 문체이니 만큼 존중받아야하고, 장점도 많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잔혹한 묘사, 잔인한 묘사를 잘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그런 묘사가 덜했던 점이 좋았습니다. 묘사 그 자체 보다는 사건의 전개를 통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였습니다. 묘사는 오히려, 영국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가 약간 녹아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긴장감도 잃지 않고, 탄탄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는 점에서,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소설을 기획하였는가에 감탄하였습니다.

 

책의 디자인 - 강렬한 원색의 표지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추리소설 답게 표지에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그려져 있어 분위기와 긴장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도 깔끔하고, 글자의 크기 등이 적당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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