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예술가의 방_김지은

글 입력 2014.10.0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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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방

저자 김지은

출판사 서해문집

 

책 소개

아나운서 김지은, 현대미술작가10인의 작업실을 열다~
열 개의 방이 그리는 한국 미술의 미래!


『예술가의 방』은 MBC 아나운서 김지은이 현대미술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가 미술에 대한, 예술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책이다. 쌀과 콩 등으로 초상화를 만들어 내는 이동재, 나전칠기와 청자 등으로 다양한 모습의 비너스를 만들어내는 데비 한, 동구리 작가로 유명한 권기수 등 현대미술작가들의 공간이 한 눈에 펼쳐진다.

아나운서 김지은은 한국 미술에 대한 애정과 만만치 않은 글쓰기 공력으로 미술작가들의 작업실에서 나눈 대화와 그곳에서 느낀 이야기들을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담아냈다. 때문에 작가들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에서부터 심각한 예술계 비평까지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사진과 일러스트를 통해 작가들의 방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

권기수, 김동범, 김준, 데비한, 배종헌, 배준성, 손동현, 윤석남, 이동재, 이영섭 등의 10인의 미술가는 동양화, 만화, 조각, 사진 등 그 분야가 각각 다르다. 하지만 무엇을 하고 어디서 출발했든 그들의 현재는 이미 모든 경계를 넘어 한국 미술의 미래를 그려 가고 있다. 열 개의 방을 통해 독자들을 현대미술이 어떻게 창조되고 확대되어 가는지 엿볼 수 있다
.

이런 점이 좋습니다!

아나운서 김지은이 직접 미술가들의 작업실에서 나눈 대화와 느낀 점들을 담은 인터뷰 형식의 글이다. 물 흐르듯 술술 읽혀지는 이 책은 한국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게 기획되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책 속으로

“난 작업하는 것만 즐겁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 솔직히 일단 작업했으면 그걸 누군가가 봐야 되고 소통해야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 작품이 끝나면 어디서 전시를 해야 되나’ 고민을 하지. 이거 다 끝나려면 앞으로 2년은 더 있어야 될 것 같아. 2003년에 데생부터 시작했으니까 한 6년 프로젝트인가봐. 물론 예술도 유행이 있고, 설치미술이라는 게 그때 되면 지하로 싹 들어갈 수도 있겠지. 사실 요즘은 평면 위주의 작업을 많이 하잖아, 그게 또 팔리니까…. 미술계라는 게 반짝 스타를 키워내기도 해. 나 같은 경우도 그동안 활발히 활동했지만 내가 저 작업을 끝낼 즈음이면 윤석남이 누구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위험이 있어도 난 이걸 끝내야 된다고, 그 사이 잊혀진데도 난 이걸 해야 돼. (윤석남 76p) 

빨강 커튼과 하얀 커튼 사이에는 긴 복도가 있는데 거기에도 아주 작은 빨간색 소반 하나가 놓여 있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부분에 포인트를 주는 센스가 남다르다. 도록이 놓인 테이블이며 깔끔한 소파는 물론이고, 업소용 냉장고마저 김준의 작업실을 더욱 세련돼 보이게 한다. 거기에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마다(?) 만진다는 여성 가슴 모양의 실리콘이라든가 남자 성기가 드러나 있는 라이터 등 기발한 소품들은 “풋!” 하는 웃음을 자아낸다. 감추면 퇴폐적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이 드러내니까 유쾌한 장난이 된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본인의 욕망을 다른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해 온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누구나 갖고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았던 숨겨진 욕망을 속 시원히 드러내는 작가인 것 같다. (김준145p) 

“나중엔 이천의 한 가마터 앞뜰의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에서 기거했어요. 화장실 갈 때가 제일 무서웠어요. 손전등 들고 가야 되는데, 밑이 훤히 다 보이는 푸세식이었어요. 문도 안 닫혀서 문고리를 잡고 일을 봤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청자 작업은 해야겠으니 어쩌겠어요. 그때가 지우개드로잉 작업한 바로 다음이었는데, 연필을 하나도 사용 안 하고 지우개 가루를 모아서 종이에 하나하나 풀로 붙이면서 명암을 만들어나간 거였어요. 저의 모든 기술적인 것이 다 들어간 작품인데, 저는 작가가 힘들게 작업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에너지를 넣어야 관객들과 소통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미 그때 어깨에 문제가 생겼던 거예요. 그러다가 청자 작업에 너무 몰두하면서 어깨가 완전히 고장 난 거지요. 지금 치료 안 하면 평생 팔을 못 쓸 수도 있다고 하는데, 겁은 덜컥 나고 돈은 없고…. 일생일대 최대의 용기를 내서 지압센터를 찾아갔어요, 청자 비너스를 안고. 사정이 딱해 보였는지 거기 여자 원장님이 꼭 받아야 될 치료니까 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데비한 206p) 

작업실로 성큼 발을 들여놓은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이젤 위의 캔버스, 짜다 만 물감들이 어지럽게 놓인 바닥, 자욱한 담배 연기’라는 원형적인 예술가의 방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아주 밝고 깨끗했다. 물감은 눈에 띄지 않고, 대신 반으로 자른 페트병들 안에 각종 곡물이 들어 있다. 창가에는 캡슐이 담긴 실험용 비커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당연히 가루약을 넣은 캡슐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캡슐 하나하나에 좁쌀이며 팥이며 다양한 잡곡들이 들어 있다. (이동재 14p) 

2년 동안은 작은 나무 하나 깎은 게 다일 정도로 작업을 안 했어요. 조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조각을 대하는 ‘자세’, 즉 돌을 어떻게 보느냐는 ‘방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뭔가 남과 달라지기 위한 노력까지도 버렸어요. 테크닉을 발휘하려는 나 자신도 버렸고요. 너무 손에 익어버린 기술들을 버리고 이렇게 자유로워지기까지 한 20년 걸린 것 같네요. (이영섭 230p) 

[알라딘 제공]

 


[김세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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