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제 영화 취향의 뿌리는 라라랜드입니다, 당신은요? [영화]

취향, 그 뿌리에 대하여
글 입력 2024.11.1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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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취향을 만들어준 ’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취향의 뿌리란, 쉽게 말해 지금의 취향을 형성하게 된 시초이자 계기이기도 하고, 어떠한 문화예술을 접할 때 그것이 좋고, 싫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취향의 뿌리’라는 말이 익숙지 않아,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내 영화 취향 형성의 뿌리는 바로 <라라랜드>이다.

 

처음 <라라랜드>를 보러 갔던 날, 신기하게도 나는 그날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있다. 2016년이었다.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부모님을 따라 애니메이션을 보러 간 몇 번이 다였던 영화관에 처음으로 친구와 가게 되었다. 심지어 친구와 둘이 영화를 예매해서 간 것도 아니고, 학교 현장 체험학습으로 가서 또래 친구들과 단체로 감상하게 된, 그 영화가 바로 <라라랜드>.

 

‘뭐 이런 제목의 영화가 다 있지? 어떤 랜드에 대한 이야기인가….’

‘아, 나는 한국 영화가 아니면 싫은데.’

 

영화를 보기 전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어렸기에 알 수 없는 인물이 가득 나오는 외국 영화가 싫었고, 제목만으로 유추가 안 되는 이 영화가 이상하게 느껴진 것이다. 친구와 함께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았고, 머지않아 영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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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신세계가 펼쳐졌을까? 그건 또 아니다. 영화에 대한 경험이 아주 부족했던 나는 뮤지컬 영화의 색다른 전개에 도통 정신을 못 차렸다. 첫 시작부터 사람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질 않나, 주인공들이 대화하다가 갑자기 탭 댄스 추질 않나. 그저 혼란스러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혼란스러웠지만, 한 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질 못했으니까. 바로 옆에 앉았던 내 친구는 잠들어 손에 쥐고 있던 팝콘 통까지 놓쳤지만, 난 그 사실조차 알 길이 없었다. 그만큼 몰입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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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가져다준 것은 바로 끝부분이었다. 지금껏 애니메이션만 보았던 나의 인생에 해피 엔딩 이외의 결말은 없었다. 그래, 이건 내 인생 첫 새드 엔딩이었다.

 

어린 마음에 나는 끝까지 기도했다. 부디 세바스찬과 미아가 이어지기를. 미래에 대한 상상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기를. 영화가 다 그렇지 않던가. 아, 제발….기어코 현실은 둘의 처연한 미소만을 남긴 채 흘러갔다. 그렇게 영화가 마무리되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고, 텅 빈 팝콘 통을 들고 계단을 내려왔고, 화장실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내 시간은 여전히 세바스찬이 미소를 짓던 그 순간에 머물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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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은 정말 오래 갔다. 그 주 내내 나는 <라라랜드>를 찾았다. 사운드트랙을 끝도 없이 반복 재생했고, 영화 스틸컷, 포스터, 심지어는 굿즈까지 검색해 보았다.

 

인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나에게 영화란, 그저 순간의 재미를 위해 보는 영상에 불과했다. 영화가 끝난 후, 영화관에서 나오면 그 순간부터 나에게 그 영화는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가 될 뿐이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영화관을 자주 가지 않는 것이었고, 영화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라랜드>를 보고서 ‘영화’라는 것을 아예 새롭게 마주하게 되었다. 난 지금껏 그저 내 취향인 영화를 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이때부터 모든 기준이 <라라랜드>에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온 후 사운드트랙을 한 번 쭉 들어보는 건 필수관문이 되었으며, 영화를 볼 때 그 영화의 영상미, 색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지루할지라도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주는, 상영시간이 긴 영화를 즐겨보았다. 또, 한국이 배경이 아니라 마주하는 모든 것이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외국이 배경이어야 그 영화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영화가 끝난 후, 나의 감정이 오랫동안 영화에 머물 수 있게끔 하는 원천이 바로 ‘여운’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운을 가장 오래 남기는 것이 엔딩의 방향이었고. 그렇게 나는 새드엔딩 영화의 마니아가 되었다.

 

자연스레 영화를 즐겨보기 시작했고, 무엇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고 싫어하는 영화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라라랜드>가 내 취향, 취미를 만들어준 것이다.

 

내 마음속에 ‘영화’라는 예술을 깊숙이 박아주고,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영화를 마주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고. 이게 도대체 뿌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여러분도 여러분 취향의 뿌리에 대해 찬찬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모든 것은 그 근본을 알 때, 더욱 애틋하고 흥미로워진다.

 

 

[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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