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 트라페지움
-
놓쳐버려 아쉽고 다시 잡지 못해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아마 놓치지 않았다면 아쉬움이라는 감정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때때로 역설적인 삶의 순간들에 놓인다. 사람은 비로소 그 순간에 ‘제대로’ 깨닫게 된다.
<트라페지움>은 아이돌을 꿈꾸는 북쪽의 별, 아즈마 유우의 결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우는 자신만의 그룹인 ‘동서남북’을 결성하기 위해 각기 다른 개성과 배경을 지닌 친구들을 모아가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꿈에 가까워지려던 찰나, 유우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그녀의 일상은 산산조각 난다. 집착으로 변한 희망과 잘못된 선택 속에서 짙은 후회와 마주하는 유우. 흐려져 가는 꿈과 빛을 잃어가는 네 개의 별 속, 유우는 결정을 내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꿈과 희망, 그리고 어두움과 절망. 그 사이에서 엿보이는 유우의 선택에 온 신경이 쏠렸다. 꿈을 향한 무모한 선택도, 그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도,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성장통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영화 속 아즈마 유우는 이기적이며, 계산적인, 정말이지 ‘자기밖에 모르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그야말로 주인공에 어울리는 극적인 캐릭터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주인공보다 현실적이다. 어느 작품에서 이토록 현실적인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까?
일이 틀어지면 불같이 짜증을 내고, 계산적인 관계를 만들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아즈마 유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밉지 않았던 이유는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내 자신을 보는 것과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우는 잘못된 선택과 후회들 속에서 진짜 깨달음을 얻는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고 마주하며 유우는 진정한 빛을 발하는 별로 성장한다. 반짝거리는 유우의 10년을 그린 영화 <트라페지움>. 하지만 유우가 가장 빛났던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시행착오 속이었다.
가장 깊은 밤에 별이 가장 밝듯, 절망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유우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
‘아이돌을 꿈꾸는 소녀’라는 소재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플롯과 다소 빠른 전개를 지닌 있는 영화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이돌이 되기 위한 10년의 세월을 180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에 녹여내기는 쉽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영화 속에 담기지 않은 유우의 노력과 선택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궁금증을 남기는 것도 나쁘진 않다. ‘아쉬울 때 떠나라!’라는 말처럼, 어딘가 아쉽기에 더 좋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유우가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처럼, 칠흑 같은 어둠이 있어야 별은 더 밝게 빛난다.
꿈과 현실의 사이에 놓여 고뇌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전하고 싶다. 그 과정을 헤치고 성장하는 당신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박아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