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글 입력 2024.11.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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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 다른 역사 시리즈


명작 속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맥락과 흐름이 잡히는 세계사 교양서

 

 

서로 의존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오늘날의 세계를 거시적이고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도구는 세계사이다. 그러나 역사 시간에 배운 짧은 지식만 어렴풋하게 머릿속을 둥둥 떠다닐 뿐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참에 세계사 공부 좀 할까 싶어 책을 꺼내 들지만 딱딱한 역사 용어와 인명, 지명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데다가 지금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어 바로 흥미를 잃게 된다.

 

너무 방대해서 엄두가 안 나는 세계사를 가볍게 접하게 해줄 교양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서양사)와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서양사 심화편)가 초판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리커버 에디션판으로 찾아간다.

 

풍부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명작동화의 역사적 배경을 낱낱이 파헤치며 흥미진진한 반전의 세계사 속으로 안내한다. 명작 속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사의 맥락과 흐름을 잡을 수 있다.

 

 


소공녀 세라, 빨간 모자, 제제, 파트라슈…

동화 속 등장인물들, 세계사의 주인공이 되다


 

세계사, 가볍게 시작할 수는 없는 걸까?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우리의 유년 시절을 함께했던 명작동화 캐릭터를 세계사의 무대에 등장시킨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기존의 역사책이 가진 엄숙주의나 권위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이야기와 캐릭터가 가져오는 재미, 유머, 성찰이 있다.

 

인간은 이야기를 사랑한다. 인물과 줄거리에 민감한 고도의 사회적인 동물이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줄거리, 인물들, 플롯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어른들로부터 전해 들으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깨우치게 된다. 이야기는 집단 기억의 결과물이며 그 안에는 한 시대의 사회적 역사적 구조와 배경, 당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담겨 있다.

 

그동안 세계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는가? 그렇다면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 명작 속 주인공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해보자. 줄거리와 캐릭터가 당신을 흥미진진한 역사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아,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 거구나!' 무심코 읽고 지나쳤던 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역사적 사실을 새삼 깨닫고 깜짝 놀랄 것이다.


 

 

알고 보니 이보다 억울할 수는 없다

기가 막힌 반전의 세계사


 

"환상이 다 깨졌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푸념을 할지도 모른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신성한 영웅, 훌륭한 왕, 근엄한 역사의 빈틈, 어긋난 면에 주목하는 책이다. 저자는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세계사의 숨은 뒷얘기를 발굴해낸다.

 

한때 소녀들이 꿈꾸던 백마 탄 왕자는 사실은 백마 탄 '백수'였고(22쪽), [삼총사]의 총사들은 절대왕정에 반기를 드는 '조폭'에 가까웠으며(158쪽),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가 피해자인 척하는 역사 왜곡 소설이었다(241쪽). 반면 빨간 모자를 잡아먹은 늑대인간은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 마을 밖으로 쫓겨난 범죄자였고 헨젤을 잡아먹으려고 한 마녀는 약초를 끓이는 할머니였으며(32쪽),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이유로 마녀로 낙인찍힌 왕비는 낯선 나라에 시집온 외로운 외국인 공주였다(59쪽). 피도 눈물도 없는 악독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어엿한 금융업자였으며(72쪽) [소공녀]의 세라는 공주병 환자가 아니라 진정한 공주였다(217쪽). [로미오와 줄리엣]은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 말 지지리도 안 듣는 10대들이었기에 가능한 혁명적 영웅 이야기였다(101쪽).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역사적 팩트와 풍부한 상상력,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반전의 세계사를 생생하게 재구성해낸다. 선악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더없이 친근하고 합리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당대의 인물들을 되살려낸다.


 

 

'왜 그럴까?', '정말 그럴까?' 정신의 역덕

자꾸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역사의 마력


 

저자 박신영은 2013년부터 '역사는 이야기다'라는 모토 아래 대중을 상대로 한 책 집필, 온오프라인 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타고난 '역(사)덕(후)'이다. 영화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신문을 읽다가 자연스레 '정말 그럴까?', '왜 그럴까?'라며 역사적 연원이 갑자기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생긴다. 관련된 수십 권의 책과 자료를 읽고 모든 것을 스스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아내면 '어떻게 아직 이걸 모르고 있었지?', '이렇게 재미있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갈 뻔하다니!'라며 기뻐하고, 역사는 한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다시 또 다른 질문이 생기므로 좋아한다. 새로 알게 된 지식은 아낌없이 강연으로, SNS로 나누는 것 또한 큰 기쁨 중 하나다.

 

저자의 강점은 이 책에서 한층 더 빛을 발한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저자 특유의 솔직담백하고 유머러스한 스토리텔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마치 친한 언니, 누나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또 어려움 속에서도 강인함과 유머를 잃지 않은 언니, 오빠들 캐릭터를 통해 역사가 우리 삶에 희망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매번 세계사의 장벽에 부딪힌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가뿐히 뛰어넘어보자.

 

 

 

박신영


 

문학과 역사, 인간에 관심이 많은 이야기꾼. 다른 이야기를 알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밥벌이와 일상의 무게를 알기에 쉽고 진실된 글을 써야 한다고 다짐한다. 첫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권장도서 선정)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중국과 대만에도 번역 출간되어 현재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의 심화편인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소출판사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 [제가 왜 참아야 하죠?], [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역사 즐기는 법] 등을 출간했다. 현재 '다른 이야기 다른 역사 시리즈'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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