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나 책 읽는 방법 좀 알려줘!”

 

요즈음 들었던 말 중 가장 웃겼다. 하지만, 동시에 내 눈이 반짝! 빛났다. 드디어 나의 팁을 전수할 시간이 왔구나.

 

최근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국가적 경사가 일어났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찾아온 노벨문학상 수상. 마치 온 세상이 우리가 책을 읽게끔 도와주는 것만 같은데, 독서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갈피를 못 잡는 친구들이 유독 많다.

 

서점에 들러 책 구경만 하다가 오는 친구, 무작정 책을 사서 쌓아두기만 하는 친구, 마음을 다잡고 도서관에 방문했다가 잠만 자고 온 친구, 5페이지 읽고 멈춘 친구 등….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내 친구들의 유형 중 하나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저들 중 하나였기에.

 

하지만, 몇 주에 걸쳐 시도한 결과 난 결국 책과 제법 친해졌다. 한 달에 무려 책을 6권씩이나 읽는 다독왕으로 거듭난 것. 단기간에 이렇게 책과 친해질 수 있었던 비법을 아래에서 알려주고자 한다. 생각보다 참신한 팁이 많으니 눈 크게 뜨고 집중하기를 바란다.

 

 

 

1. 책을 읽기에 ‘특이한 공간’을 공략하자.


 

퀴즈! 책을 읽기에 특이한 공간이란 과연 어디일까?

 

힌트를 주자면, 아마 오늘도 당신은 이곳에 방문했을 것이다. 또, 이 공간은 움직이기도 한다. 힌트가 오히려 정답을 더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것만 같은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1,250원 혹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무제한 독서 공간. 바로 ‘지하철’이다.

 

항상 '독서'라 하면 우리는 진부한 것을 생각한다. 책상에 앉는다거나, 도서관에 간다거나. 듣기만 해도 하품이 쩍쩍 나오는 재미없는 독서. 나도 이런 ‘노잼독서’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결론적으로 재미가 있어야지 다시금 손이 가고, 그것이 곧 취미가 되는 것. 지금껏 우리가 생각했던 뻔한 독서 장소와는 아예 상반된 공간으로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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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도해 보기 전까지는 반신반의였다. 어떻게 그 시끄럽고 정신없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처음 지하철에서 책을 펼쳤던 날 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물론 책장을 펼치고 한 5분 동안은 나 또한 적응이 안 됐다. 괜히 평소에 신경도 안 쓰이던 지하철 안내 방송이 신경 쓰이고, 문이 여닫히는 소리도 싫고….

 

그로부터 5분 후, 주인공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이 세상엔 오직 나와 책, 그리고 딱딱한 지하철 의자뿐이었다. 마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낀 것처럼 주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자연스레 오직 책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특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어찌 보면 독서하기엔 정말 최적의 공간이다.

 

그렇게 난 지하철 독서에 푹 빠져 몇 달간 지하철이 아니면 오히려 집중이 안 되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그 정도로 정신없는 지하철 속, 마법처럼 주어지는 고요와 평화는 중독성 있다.

 

 

 

2. 귀여운 소비를 하자.


 

그렇다, 소비로 독서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은 책을 구매하기 전에 꽤 큰 결심이 필요하다. 이걸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요즘 출간되는 책의 가격이 마냥 착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귀여운 물건은 다다익선. 귀여운 것들은 고민 없이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 게다가 가격까지 귀엽다면 더더욱. 이렇게 귀여운 소비를 하기에 딱 좋은 독서 아이템이 바로 책갈피.

 

세상은 넓고, 귀여운 책갈피는 많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당연히 없을 것이다. 방금 내가 지어낸 말이기 때문에..) ‘유어마인드’. 이곳에서는 매년 열리는 전시가 하나 있는데, 그 전시의 이름은 바로 <83개의 책갈피>. ‘책갈피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책갈피 하나로 전시까지 진행한다니..’라는 생각을 했다.

 

전시가 시작되고, 라인업을 보아하니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질 만큼 책갈피의 세계는 다채로웠다. 과일 모양부터 '도전 독서왕!' 책갈피까지. 귀여운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 나는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했다. 도착한 책갈피들을 보자, 갑작스레 독서 욕구가 샘솟았다. 책 사이에 끼어있는 그 책갈피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황급히 책장 속 먼지 쌓인 책을 꺼내어 읽어보기 시작했다. 오직, 책갈피를 사용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또, 소장하고 있는 책갈피와 어울리는 분위기의 책을 골라 읽어 보기도 하고. 이 책갈피 덕에 여러모로 책과 친해지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만약 책갈피가 끌리지 않는다면 다른 귀여운 소비 후보군도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북 커버’도 좋다. 마치 책으로 옷 입히기 놀이하는 느낌. 또, 위에서 말했던 지하철 독서에 제격인 ‘독서링’도 좋고. 어떤 걸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3. 플레이리스트를 정하자.


 

딱! 정해둔 플레이리스트가 끝날 때까지만 읽는 거다. 그렇게 정해두고 일단 책장을 넘겨보자.

 

보통 독서는 시작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책 두께만 보고 그 책을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부담감이 상당하다. 그 부담을 덜어낼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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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것 중 왜 굳이 ‘플레이리스트’냐 하면 책을 읽기 전, ‘딱 2시까지만 읽고 그만하자’라는 다짐을 한다고 치자. 당신은 책의 초반부, 별 진전없는 스토리에 분명 금세 지루해질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이고, 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게 되고. 자연스레 유튜브, 혹은 인스타그램으로 손이 가고…. 그래, 이건 사실 경험담이다.

 

또, 그렇게 시간을 정해두고 읽는 건 너무 낭만이 없지 않은가. 독서는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할 과제나 컵라면 따위가 아니다.

 

플레이리스트는 꽤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위에서 말했던 ‘휴대전화 깨우기’를 비교적 덜 하게 된다. 이어폰에서 아무 노래도 흘러나오지 않을 때까지 재생 시켜두면 되니까. 휴대전화에 손댈 일이 현저히 줄어든다.

 

또, 독서하기에 좋은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준다. 특히 재즈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면 마치 내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 와서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로써 낭만 지수도 함께 상승….

 

마지막으로 그 책을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되어준다. 나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으며 한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들었는데, 그 이후로 그 재즈 플레이리스트만 재생하면 책 속 주인공들이 했던 말과 책의 분위기가 생생히 떠오른다. 이렇게나 이점이 많은데, 시도해 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4. 책의 목차를 읽어보자.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사실 이게 나의 필살기이다. 나는 원래 책의 목차는 꼼꼼히 읽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 방법을 익히고 난 이후부터 난 목차에 집착할 정도다.

 

이 목차를 대체 어떻게 활용하면 되느냐, 방법은 쉽다. 목차를 한 번 순서대로 읽는다. 그리고 그 목차 중 가장 끌리는 장 하나를 고르는 거다.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가 들어갔다거나, 장 이름만 들어도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거나. 어떠한 이유가 되어도 좋다.

 

그렇게 장 하나를 고르고, 그 장이 나올 때까지 책을 쉬지 않고 읽는 것이다. 정해진 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화장실도 가지 않는다. 일종의 룰. 이렇게 게임처럼 하는 독서는 은근히 재미있다. 속도를 붙이기에도 쉽고, 집중력도 수월하게 발휘할 수 있달까. 사실 듣기에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한번 시도해 보면 이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아무리 책의 내용이 재미없더라도 오기가 생겨 내가 골라둔 장까지는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방법이라면 어떤 책이든 거뜬하다.

 

바야흐로, 책 읽는 것도 패션이 되는 ‘텍스트 힙’의 시대가 도래했다. 트렌드에 뒤처질 수 없으니 이 짧고 하찮지만, 은근히 매력 있는 단기 특강을 통해 얼른 트렌드에 탑승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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