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나는 몬스터를 죽였다 - 의대 9수를 시킨 엄마를 죽였습니다 [도서]

글 입력 2024.11.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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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42분, 엄마를 죽인 딸의 트윗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2018년 3월 10일 토요일 낮 12시. 하천 부지에서 양손, 두 다리, 머리가 없는 시신이 발견된다. 피해자는 타카사키 타에코, 58세. 그녀는 남편과 20여 년 전 별거해 31살인 딸 아카리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아카리는 어릴 때부터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명문 중,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어머니 타에코에게 의대 진학을 강요받아 무려 9년에 걸친 재수 생활을 한다. 아카리는 어머니 타에코의 모습이 2개월 전부터 목격되지 않았음에도 ‘어머니는 다른 곳에 있다’고 진술하는 등 수상한 모습을 보인다.

 

- 책 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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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부터 강렬한 제목으로 내가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일본 국적의 저자가 작성한 책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살아본 사람이라면 모두 입시 공포를 겪어보았기에 더더욱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의대 9수를 시킨 엄마를 죽였습니다>는 엄마인 타에코의 통제 아래 아카리가 본인도 원치 않았던 의대를 9수나 준비하고, 간호대를 다님에도 조산사 시험이라는 또다른 감옥 아래 놓일처지가 되자 결국 타에코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은 처음 내용의 주 사건인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아카리가 체포되고 재판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다룬다. 그 후, 과거로 돌아가 아카리가 태어나고 엄마인 타에코와 어떤 관계였는지, 어느 통제를 겪었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세히 알려준 후 다시 살인 사건으로 돌아간다.

 

이 책을 지은 사이토 아야는 법조 기자 출신으로 실제 인물인 아카리와 2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 그렇기에 제 3자가 보는 시선으로 살인 사건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물론, 이미 사망한 아카리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책에서 등장하는 모든 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아카리의 진술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 비틀린 환경 속에서 어떻게 망가져가고 미쳐가는지, 살기 위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아카리는 타에코에 의해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왔다. 그녀는 자신의 딸인 아카리를 마지 ‘애완’동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반려’가 아닌, 그저 자신의 기분, 취향, 성향에 철저히 맞춰주고 자신의 통제 아래에 따라야 가치가 있는 ‘애완’으로서 말이다. 그녀의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은 책을 읽을수록 자세히 보이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면 모두 실패한 쓰레기로 생각하고, 아카리를 향해 폭언, 가스라이팅, 심하면 칼을 휘두르거나 뜨거운 물을 붓는 등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그런 그녀의 통제 아래 아카리는 서서히 망가져간다. 그저 초등학교 때 읽은 만화를 통해 의사를 꿈꿨지만, 타에코는 그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모든 것을 통제한다. 그녀의 소지품, 행동, 시간 등 모든 것을 감시한다. 아카리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성적을 받아오면 그녀의 히스테리는 더욱 심해지며, 체벌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도 서슴지 않아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분노했던 부분은 바로 아카리를 그렇게 통제하고 감시하면서 타에코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친구를 만나 놀고, 쇼핑을 즐기고, 자신이 원하는 취미 생활을 즐긴다. 딸에게 어쩜 그리 바보냐고 욕을 할지언정 그녀가 공부하거나 학습을 도와주는 모습을 책에서 찾아볼 수는 없다. 그녀는 아카리를 향해 폭언을 내뱉을 때 자신은 똑똑했고, 지원없이서 높은 성적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그녀는 전 공장 직원이었을 뿐이고 가정주부이다. 공장 직원이었고 가정주부라고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멋대로 기준 짓고 비하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측하건대, 그녀는 자신이 되지 못한 성공한 삶을 아카리에게 투영시켜 마치 아바타처럼 다뤄 자신의 욕심을 충족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아카리가 겪었던 일을 알게 되었음에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단순히 타에코의 행동이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환경 아래 통제를 당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카리처럼 심하게 비틀린 배경은 아니었지만,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가지도록 강요받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서슴없이 욕하고 폭력적으로 대하는 환경이 어떠한지 말이다. 이런 환경 아래 놓이면 처음에는 자신이 이상한 곳에 놓여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가다 마침내 자신을 옥죄는 통제를 알게 되면 그때부터 빠르게 망가지기 시작한다. 아예 눈치채지 못했으면 모를까,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에는 필연적으로 대가가 따른다.’

 

내가 통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깨달은 말이다. 남들이 평범하게 누리는 무언가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에겐 ‘자유’인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자유를 갈망한다는 아카리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소소한 바람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저 아카리의 선택에 안타까움이 든다. 그녀는 완전히 혼자였던 것이 아니다. 과묵하지만 언제나 그녀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아버지가 있고, 조용히 그녀를 도와주던 은사님이 있었다. 이런 비극적인 결말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른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억압에 덤볐다면 다른 결말이 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사실, <의대 9수를 시킨 엄마를 죽였습니다>에서 밝혀진 모든 사실은 철저히 아카리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기억을 하고, 사건의 또다른 인물인 타에코는 이미 죽어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도한 통제가 사람을 어떻게 죽여나가는지,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폭력적이게 변하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마와 나, 둘 중 하나가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았을 거라고 지금도 확신한다’

 

- 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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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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