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잘 만든 지역축제가 반가운 이유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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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날씨는 쾌청한 가을이다. 날이 좋은 가을에는 나들이를 나서야 한다. 나들이를 위한 핑계로 ‘축제’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만큼 10월에는 많은 축제가 열린다. 불꽃축제와 각종 영화제, 록 페스티벌이라는 화려한 축제 라인업 속에 특이한 축제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전남세계김밥페스티벌’이다.
전남이 김밥으로 유명했던가. 전남 다음에 오는 ‘세계’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전남과 김밥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이을 것인가. 비슷한 시기에 김밥 축제를 개최한 김천의 경우 ‘김밥천국’이라는 특정 상호와 김천이라는 지역이 언어적 연관성을 띤다.
그러나 전남의 경우 외부적으로 관찰되는 김밥과 지역의 뚜렷한 연관성이 없으며 개최지가 ‘여의도’라는 데서 참가자의 궁금증을 일으킨다.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며, 지역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지역축제의 관점에서 전남세계김밥페스티벌을 해석해 보자.
전남
이 축제의 주최는 전라남도이다. 따라서 이 축제의 제1 목표는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고 전남의 무엇을 홍보하는 것이다.
전남이 홍보하고자 한 것은 전남의 ‘김과 소금’이었다. 홍보물에서 쓰인 ‘독보적인 김 생산기술을 보유한 … 전라남도’라는 카피처럼 김 역사 전시관부터 김 뜨기 체험, 김 시식 체험이 상설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김밥 축제 한편에서는 전라남도가 개최한 2024 소금박람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천일염 판매와 체험, 포토존까지 김과 소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기에 충분했다. 김과 소금 외에도 전남의 여러 특산품이 홍보되었다.
판매존에서는 미역과 전복 등을 활용한 전남지역 브랜드의 특화 상품이 판매되었고, 김밥 시식존에서는 전남 수산물로 개발한 특화 김밥을 맛볼 수 있었다. 전복김밥, 괴기김밥, 톳김밥 등 각종 종류의 김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전남은 이 축제를 통해 전남의 김과 소금, 각종 수산물을 지역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
그렇다면 왜 홍보의 대상을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로 정했을까.
베네딕트 앤더슨이나 에릭 홉스본의 내셔널리즘에 대한 담론으로 넘어가 상상된 공동체, 만들어진 전통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사회학적 해석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전남의 정책 기조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하기에 세계에 대한 분석은 ‘왜’보다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우선 축제 장소에 주목해야 한다. 축제의 주최는 전남이지만 개최지는 서울이었다. 여의도에서 진행된 덕에 개막식에 전남과 결연을 한 각국의 대사를 초청하기에 용이했고,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파브리 셰프도 섭외할 수 있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남 김밥 경연대회를 통해 전남 특산물을 직접 만지고, 김밥을 싸보는 경험까지 제공했다. 서울에 거주하거나 관광을 온 외국인에게 ‘전남’이라는 먼 지역의 이미지를 제대로 심을 기회였을 것이다.
김밥
이러한 관점에서, 김밥은 철저히 이용당했다. 김과 소금이라는 두 주제를 잇기 위해 김밥을 소재로 택한 전남의 기획력과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소풍 갈 때마다 싸 먹던 김밥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동시에, 맛있는 김밥집만 소개하는 책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뚜렷한 음식이기도 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김밥을 먹는 경험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불러일으키고, 김밥에 얹어진 전남 특산품들이 그 경험에 새로움을 더한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는 사람들이 경계를 풀고 축제의 경험에 완전히 들어가도록 한다. 여기에 김밥이라면 무조건 달려오는 마니아들도 있다니.
김밥은 김과 소금을 조합하고 그 안에 넣을 전남 특산품들을 줄줄이 나열하기에도 좋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도 훌륭한 소재였다.
페스티벌
축제는 언제나 즐겁다. 호모루덴스, 인간을 유희하는 존재로 본다면 식문화와 유희가 합쳐진 이번 김밥축제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를 자극하는 축제였을 것이다. 배불리 먹은 인간의 잉여 에너지는 유희라는 즐거움으로 발산된다.
다양한 김밥을 골라 먹고, 김밥을 나누어 먹었던 어렸을 적 기억을 회상하며 축제 참여자들은 유희한다. 이러한 유희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배부르게 한다. 마음이 배부른 자들은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순간에 도취하여 기꺼이 지갑을 여는 자들이 즐비한 곳이 축제의 장이다.
그 소비들이 다시 지역 경제의 기반이 되고 지역 상권을 살린다.
종국에는 처음에 지출되었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처음에 지갑을 연 이들을 배부르게 할 것이다. 언제나, 축제는 풍성함을 낳는다.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하여
유희하는 자로서, 즐거움을 낳는 축제가 계속되길 희망한다. 특별히 지역의 문화원형을 활용한 지역축제들이 더욱 활성화되길 소망한다. 김과 소금이라는 문화원형을 통해 김밥이라는 소재를 발굴한 전남처럼 상상력을 발휘하여 문화원형을 다차원적으로 활용하는 축제가 늘어나길 바란다.
우리의 축제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뻥튀기 접시 이야기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번 전남세계김밥페스티벌에서는 일회용 접시 대신 뻥튀기가 접시로 제공되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였는데, 맛이 강한 김밥 뒤에 먹는 달콤한 뻥튀기가 디저트로서도 기능했다. 지속 가능한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과 약간의 센스가 만나면 불편함 대신 축제에 대한 호감이 산출된다.
앞으로도 기발한 축제들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김민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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