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 내게 딱 맞는 산미를 가진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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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관심사나 선택으로 만나는 사람과의 첫 만남은 우연한 만남보다 훨씬 떨린다. 같은 테마를 고른 사람들이라니. 어쩌면 취향, 생각의 결, 대화 방식이 비슷하지 않을지 오만한 기대를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이 많다. 짧고 적은 인생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100% 다. 떠다니는 생각을 정리하고 비우려 글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유하는 생각을 소화해 마음이 부유해지는 결정을 한 사람들이다. 나는 이 사람들과 그동안 글로 꾹꾹 담아내던 생각들을, 모임을 통해 대화로 풀어낼 수 있었다.
맛있는 밥을 먹고, 낄낄대는 이야기를 잔뜩 하고, 웃으며 헤어진 자리의 끝에도 찜찜함이 남을 때가 있다. 침대에 누워 그날의 만남에서 한 실수나 잠깐이라도 불편했던 순간을 찬찬히 톺아본다. 몸의 에너지는 방전되었지만, 머리는 과부하로 지끈거리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버리는 밤이 있다.
하지만 이 모임은 정반대 사분면에 있었다. 온갖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개운함만 남았다. 그곳에선 내 어리숙한 말하기 방식이 창피하지 않았다. 약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을까. 그저 말하고 싶은 걸 전달하는 것 자체에만 신경을 썼다.
마지막 만남의 날 밤 침대에 누워 어떠한 실체 없는 떨떠름함을 반추하기보다, 반소매조차 더운 날 처음 만나, 긴소매조차 추운 날 헤어지는 계절의 변화가 아쉽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나는 대화할 때 눈이 빛나는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좋아한다보다 더 강한 표현을 쓰고 싶은데 사랑한다는 말은 또 모호하다. 그래, 나는 그 눈빛을 동경한다.
반짝거림은 나의 눈에 반사되어 시간을 공유하는 동안 내 눈에 생기가 담긴다. 바싹 말라가던 잎에 누군가 뿌려주는 분무기의 물처럼, 아주 촉촉하다. 내가 촉촉해진 눈으로 진심의 탄성과 멋있다-를 무수하게 뱉은 대화를 소개하고 싶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내리는 방법
우리가 가장 많이 나눴던 주제이기도 하다. 문화를 향유하고, 이를 표현하는 사람들은 인풋과 아웃풋이 계속 쌓이는, 축적하는 존재다. 마음과 머리의 근육을 끊임없이 사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의 힘줄이 있는 사람들과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내리는 방법을 이야기할 땐 너무 짜릿하다. 그곳에선 어떠한 소거법 혹은 부정과 부정 사이 최악을 걸러내지 않는다.
선과 선, 호와 호 사이 행복을 위한 선택을 고민한다. 온갖 마음과 생각의 근육이 만드는 최종적인 선택과 확신. 이것만큼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이 더 있겠는가.
‘어찌되었든 잘 될 것이기에!’ 전제 조건이 아주 중요한 결정의 포인트다. 뒤따라오는 기준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찌되었든 잘 될 것이기에! 마음을 따르자.
어찌되었든 잘 될 것이기에! 이성을 따르자.
어찌되었든 잘 될 것이기에! 조금 쉼을 갖고 생각하자.
결과론적으로 긍정이 내게 남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믿음이 주는 선택에 대한 확신. 그것이 핵심이다. 이 모임에서 얻은 것을 꼽으라면 난 소중히도 저 문장을 던질 것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커피를 추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원두를 고르고 그에 맞는 온도에 볶기. 추출을 위한 적당한 시간의 기다림. 그리고 맛을 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는 산미와 씁쓸한 정도.
좋은 주제를 고르고, 대화의 온도를 맞추기, 결론을 위한 이야기의 시간. 그리고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집에 가는 길에 곱씹으며 제대로 느끼는 대화를 나눈 시간의 맛.
이번 모임은 단골이 되고 싶을 정도로 내게 딱 맞는 산미를 가지고 있었다.
[박가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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