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집>에 수록된 소설 ‘일시적인 문제’는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슈쿠마와 쇼바의 관계, 그들의 과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부부 간 문제를 이야기한다. 쇼바와 슈쿠마의 문제는 아이가 유산된 후부터 점차 그 크기를 부풀려 나간다.
작가는 과거의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그 문제가 어떻게 일상을 망가뜨리는지 서술하고 있다.
1. 슈쿠마
나는 슈쿠마가 쇼바와의 관계에서 도망치는 인물이라고 보았다. 슈쿠마는 쇼바가 피하는 장소에 들어가 쇼바를 피한다. 쇼바가 유산한 후로 부부 관계는 예전 같지 않아지고 슈쿠마는 그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크게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런 모습이 쇼바와의 관계 개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보았다.
또 슈쿠마는 쇼바가 유산을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나는 이 점이 쇼바에게 있어 큰 상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쇼바가 슈쿠마에게 학술 대회에 가 있으라고 고집을 부렸지만 큰 시련을 겪고 있을 때 배우자가 옆에 없다면 슬픔이 배가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소설에서 쇼바의 엄마는 ‘그렇지만 자네는 그곳에 있지도 않았잖아.’라고 말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쇼바는 슈쿠마가 생각한 것보다 더한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고 보았다. 쇼바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고통은 아이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슈쿠마에 대한 것이기도 한 것이다.
슈쿠마는 쇼바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지만 쇼바의 아픔을 온전히 보담아주고 이해해주기 못한다. 만약 슈쿠마가 정말 쇼바를 위했더라면 슈쿠마 본인의 방을 다른 방으로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슈쿠마는 쇼바를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쇼바와 말을 섞지 않는 편이 슈쿠마 본인에게 있어 더 좋을 것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그녀는 강한 여자여서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위안은 얻지 못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슈쿠마는 쇼바가 강한 여자이기 때문에 회복되었다고 말했지만 쇼바는 회복하지 못했다. 강한 여자였어도 회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쇼바의 상태를 슈쿠마는 소설이 끝나갈 때까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2. 비밀 토로
집이 단전되고 쇼바와 슈쿠마가 비밀을 토로했을 때 슈쿠마는 쇼바와의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반대로 쇼바는 슈쿠마와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소설 제목인 ‘일시적인 문제’는 한 시간 동안 단전된 문제를 뜻함과 동시에 부부 간의 문제를 뜻하기도 한다.
슈쿠마는 소설 중간중간 본인이 쇼바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결국 쇼바의 진심과 쇼바가 이 게임을 시작한 이유는 쇼바가 토로했을 때 알게 된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 여겼던 인물이 그것을 부정했기 때문에 슈쿠마가 역겨움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쇼바와 슈쿠마가 마지막 장면을 기점으로 다시는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쇼바는 단전이 되기 전부터 슈쿠마와 이별할 마음을 먹었다. 불 꺼진 집 안에서 게임을 하기 전부터 쇼바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슈쿠마는 본인 스스로 그 기회를 못 본 척 피했고 오히려 이런 관계에 적응해 녹아들고 있었다. 아이에 대한 비밀을 쇼바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슈쿠마가 쇼바와의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라 보았다.
쇼바에게 있어 가장 큰 상처가 될 말을 게임을 통해 전달했다는 점에서 슈쿠마가 더 이상 쇼바를 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