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내 눈에 비친 당신이 악마인가 당신 눈에 비친 내가 악마인가 – 고해실의 악마 [도서]

글 입력 2024.10.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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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고해실의 악마>의

스포일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신이시여, 나의 죄를 용서할 수 있겠나이까.”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인간과 신의 거리를 초월한다.”

“윤리적 인간이기 이전에 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다.”

 

고해실의 악마는 내 눈에 비친 당신이었을까 아니면 나 자신이었을까. 고해실의 신부는 자신의 애인을 살해한 죄에 대해 고백하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를 마주하여 그 신부는 신의 사제이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칼날을 뽑아 든다. 과연 신부는 증오로 이글거리는 뜨거운 칼날을 눈앞에 보이는 살인마에게 내리꽂을 결단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신의 말에 의하면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는데 인간은 그런 성스러운 구절 앞에 한없이 나약한 벌거벗은 존재에 불과하다. 여전히 낙원을 잃어버리고 난 이후로도 인간은 여전히 더욱 방황하며 자신의 야만적 본능이 주는 탐욕에 무참히도 굴복하고 만다. 이 책은 인간이 악을 향해 물음을 던지며 인간이 저지르는 죄의 실상 아래 숨겨진 수많은 갈래의 그림자를 집요하게 탐구해간다.

 

- 책 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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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고해실의 악마>는 최근 읽어본 책 중에 조금 독특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 이 책의 표지와 소개를 보았을 때는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추리물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용서를 전달하는 신부가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일어나면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이 책은 하나의 사건이자 스토리가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는 것이 아닌 여러 단편작이 모여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건이 전개되면 단서를 찾아 추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인물의 감정선과 사건의 진행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는 인물과 같이 범인을 찾는 여정에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이야기책을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이자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용서’를 상징하는 신성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고해실’과 대비되는 ‘악마’라는 단어가 조합되었다는 부분이었다. 사실, 여러 콘텐츠에서 이 두 단어의 조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장르에 따라 인간 본성의 시험, 있으면 안 되는 것의 배덕감, 원초를 뛰어넘는 사랑 등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고해실의 악마>의 경우 사람의 본성, 악의, 용서, 복수 등을 소재로 삼은 사람 그 자체를 다루는 ‘드라마’ 장르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 단편이 모인 만큼 작품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단순하게 살인을 하는 과정과 결과를 다루지 않고, 인물들 간의 갈등과 분노, 죄책감 등 심리를 집중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동시에, 살인사건이 주는 긴장감도 놓치지 않고 작품에 녹여내고 있어 책을 읽으면서 인물에 대한 경악, 배신감 등을 느끼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다.

 

 

 

구성의 참신함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소설을 구성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소설의 기승전결 방식만을 사용하여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배치 방식, 편집을 통해서 작품에 긴장감을 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특히, <고해실의 악마>를 펼쳤을 때 처음 만날 수 있는 ‘시스터즈’를 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매들의 싸움에서 살인으로 발달된 사건인 줄 알았던 스토리가 마지막에 신문기사 하나로 상상치도 못한 이야기로 완전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풀어내면 충격이 떨어질 수 있는 사건을 가장 마지막에 객관적인 기사로 밝히면서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재미난 구성은 뒤이어 등장한 ‘바그다드’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그다드’에서는 인물의 상황과 심리가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이 되어있는데, 처음에는 이 효과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읽다가 중간에 깨닫고 다시 돌아가 읽었던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사건을 주도하는 인물의 심리가 표면적인 부분과 다르게 나타나는 줄 알고 언제 배신을 하나 긴장하며 읽었었는데, 그게 아니라 다른 인물의 내면의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라 다시 돌아간 것이다. 이 외에도 아주 짧은 단편인 ‘인스턴트 메시지’는 마치 메신저를 연상하게 하는 배치를 통해 이야기 진행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메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고해실의 악마’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목사로 전향하여 다른 이들의 고해를 듣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처음 주인공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모습은 신부의 모습보다 하나의 평범한 사람으로 보인다. 보통, 신부라고 한다면 자애로운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는데, 주인공은 참회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회개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곧 죽을듯한 회개자 이석구의 고해를 듣고 더욱 두드러지는데, 결국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사고와 맞물려 터져버리고 만다.

 

이 글을 읽으면서 가장 깊게 든 생각은 ‘과연 용서는 누구의 것인가’였다. 작품 속에서 석구는 사람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악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생에 마지막에 와서 편한 마음으로 떠나고 싶다고 고해실의 문을 두드린다. 사실, 여기서부터 석구의 고해는 속죄가 아닌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라 생각이 드는데, 타인의 죄는 한없이 무겁지만, 나의 죄는 복잡하고 섬세하며 무엇보다도 타당하다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고해실의 문을 두드림으로써 자신의 무거운 죄 안에서 저마다 절대자의 시선 아래 구원을 청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이는 석구뿐만 아니라 주인공에게서도 보이는 모습인데,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인 줄 알고 석구를 몰아붙이고 죽음을 방조했지만, 막상 그가 범인이 아닌 것을 알자 고통스러워하면서 고해실에 들어가 용서를 구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기심이 드러난 것이다.

   

이 책은 안타깝게도 범인을 탐색하는 평범한 추리물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적절치 않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사람의 감정 묘사나 인간의 죄악과 구원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에 대해 고찰한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과연 인간의 죄악과 고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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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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