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기심이 필요한 순간에 추천하는 책 - 해부학자의 세계

글 입력 2024.10.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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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가 나누어지는 시대에 고등학교를 다녔기에, 과학은 1학년 이후로 크게 배울 일이 없었다.

 

과학을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실은 오히려 좋아했다. 문과를 택하면서 가장 슬펐던 사실이 과학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생물 시간은 다소 따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생물 수업은 온전한 암기에 불과했다. 원리를 이해하는 감각보다, '이 부분이 시험에 나오니까 외워야 한다'라는 강박이 더 강렬했던 것이다.

 

내가 생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였다. 심리학을 전공하며 뇌를 비롯한 인간의 생리학을 공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과거 생물을 싫어했던 나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생물의 영역이 '암기'에서 '이해'로 넘어간 순간, 비로소 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과학을 이해하기 시작할까?

 

과학을 이해의 영역으로 들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호기심이다.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마음. 해답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심지어 우리가 우리의 인체를 감히 '해부할' 생각을 했던 것도, 눈에 보지 않은 무언가를 향한 호기심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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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부학자의 세계>는 지난 5000여 년 동안의 해부학적 기록들을 집성한 책이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르네상스, 그리고 근대를 지나 21세기에 이르기까지의 해부학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담았다.

 

해부학이 철학에서 경험 과학으로 넘어가는 과정, 권위에 맞선 도전의 결과와 놀라운 발견뿐만 아니라 시신 도굴꾼 문제와 관련 법 제정 등 흥미로운 사실까지 광범위한 자료들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 속에 무척이나 다양한 삽화들이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해부 삽화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에 더불어 다소 기괴한 그림과 귀여운(?) 그림 등까지 시대에 걸쳐 발전한 해부학적 기록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놀라운 집중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 많은 자료들을 언제 다 모아서 정리를 한 것인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책 <해부학자의 세계>와 비슷한 결의 교양서들을 다수 집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다.

 

보통 한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를 망라하는 작업을 하곤 하는데, 저자의 분야는 단지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솔직히 해부학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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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책 <해부학자의 세계>는 결코 교과서가 아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과학을 좋아하고 생물학과 해부학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환영받을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해부학의 시작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궤적을 추적한 책이다. 어느 지점에서는 철학적 함의를 던지고,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며, 미학적 쾌감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과학의 본질과 더 닮아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는 과정에서 순수하게 과학적 탐구에 기쁨을 느꼈던 대학 시절을 떠올렸다.

 

다시금, 나의 잊고 있던 호기심을 꿈틀거리게 만들어주었다.

 

때로는 시선을 이끄는 강렬한 자극보다 오래 두고 천천히 즐기는 자극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에 책 <해부학자의 세계>를 추천한다.

 

무언가를 깊게 이해하며 알아가고 싶은 순간에 짜릿한 지적 쾌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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