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아하는 거 해보겠다는 건 상상만큼 꽃길이 아니다 - 델타 보이즈

글 입력 2024.10.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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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정말 하게 된다면 모든 하루하루가 화창한 날씨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즐겁고 나갈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 그런 날들. 하지만 하기 싫은 일도 꾹 참고 버티는 사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되는지 묻고, 해야 한다는 유명인의 대답은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기도 한다.

 

일록은 공장에서 매형을 도와 일한다. 딱히 일에 대한 열정도, 꿈도 없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타박을 들어도 꾹 참고 일한다. 이제 막 한국에 들어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예건은 일록에게 노래 부르길 좋아하던 학창 시절을 말하며 남성 사중창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와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다. 이제는 취업도 해야 하고, 모진 소리 들어도 묵묵히 버텨 스스로 밥벌이는 해야 한다. 그 밥벌이마저도 라면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고 있는 쓰디쓴 어른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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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록은 안 된다고 하지만 예건은 그 시절 그대로인 것처럼 근거 없는 희망을 품는다. 대책 없이 낙관적인 예건을 흘러가는 대로 두자, 운명처럼 대용이 나타난다. 노래가 하고 싶다며 오디션을 보러 온 그의 열정에 마지못해 노래해 보라고 한다. 하지만 대용은 노래를 잘하지 못했다. 그의 노래에 관객들은 감탄과 환호 대신 폭소를 터뜨리거나 깜짝 놀랄 정도였다.


노래를 못하면, 노래하면 안 되나?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축복받은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만큼 잘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용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꾸준히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또 늘 번번이 탈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할 수 있는 만큼 꿋꿋하게 노래했다. 노래에 대한 짝사랑일지라도.


일록, 예건, 대용, 준세. 4명의 델타 보이즈는 대회에 나가기 위해 살고 있던 현실의 일부를 포기한다. 일록은 결국 공장을 그만두고 백수 신세가 된다. 대용은 생선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연습하러 간다. 준세는 매일 아내와 싸우고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가게 장사를 접기까지 한다. 그들은 단출한 끼니를 먹기도 하고,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프로는 못되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좋아하는 거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마냥 그 과정이 늘 즐겁기만 한 건 아니더라도 말이다.


모든 걸 던져두고 우승하는 화창한 미래를 그리며 연습했는데, 대회가 취소됐다. 그들이 다사다난하게 준비했던 대회는 전화 한 통으로 아예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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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해보겠다는 현실은 이런 걸지도 모른다. 돈도 없고, 배고픈데, 불안정하다. 쉽게 부서지고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으며 미래를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웃는 시간보다 화내고 울고 무너지는 때가 더 많다. 항상 열정적이지도 않으며 얼렁뚱땅 흘러가기도 한다.


꿈도 열정도 없이 일하던 일록,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는 예건, 노래를 좋아하지만 서툰 대용, 책임질 가정이 있는 준세.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겨우 용기 냈는데도 마주한 것은 대회 우승 대신 허름한 옥상이다. 거기서라도 나비넥타이를 매고 그들은 제리코를 부른다. 모든 게 엉망처럼 느껴지는 그들이지만, 목소리로 서로를 채워주며 마침내 사중창이 완성된다. 미소가 번져있는 얼굴로 노래하는 그들을 보면 현실에 씁쓸하긴 하면서도 행복해 보이긴 하는 모습에 흐뭇하게 바라보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옆에서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생선 가게를 맡겨 두고 나와도 되는 나의 동료와 눈 딱 감고 내 꿈을 밀어주는 동반자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혼자였다면 결코 노래할 수 없을 것이다. 대회가 취소된 순간 연습을 중지했을지도 모르고, 옥상에서 홀로 노래하기 위해 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비슷한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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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대신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라도 노래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좋아하는 것 하며 한번 살아 보자는 그들의 다짐이 들린다. 그만큼 좋아한다는 마음은 참 강력하다.


노래는 잘하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기 벅찬 사람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길이 항상 희망적이지도 않으며 늘 순탄치만은 않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길이기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터일 테다. 델타 보이즈같은 현실이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과감히 용기 내는 이들이 있다면 삶의 노래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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