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회 가는길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전시가 열린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금천구와 구로구 등 서울 남서쪽에 갈 일이 드물기도 할뿐더러 전시나 공연이 열리는 장소는 대부분 강북에 위치해 있기에 본 전시를 보기 위해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행하는 길이 꽤 낯설었다.
역에서 내려 전시장으로 가는 길에도 생각은 비슷했다. ‘이런 곳에 전시장이 있다고?’ 무례한 말일 수 있지만 고층빌딩과 허름한 공업단지가 교차되어 온갖 난해함을 표출하는 길거리였기에 떠오르는 생각을 억누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장줄리앙의 종이세상’ 전시가 열리는 가산퍼블릭은 공업단지와 주택단지 그 사이에 위치해 있다. 지식산업센터와 복합쇼핑몰로 이용되는 건물인데, 그 안에 놓인 전시와 강연 전문공간에서 본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앞 부분에 좋은 이야기를 적지 못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가산퍼블릭에서 열리는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처럼 기존에 많은 사람이 찾던 전시공간보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열리는 것도 전시를 보러 감에 있어 새로운 매력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을 가는 길, 전시장에서 귀가하는 길. 그 과정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전시를 관람함에 있어 분명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도심 속 낡은 공업단지, 위태로이 보이는 아울렛. 그 광경을 거친 뒤 다다를 수 있는 전시는 내게 특별한 영감을 주었다.
종이의 용도
우리는 종이에 무엇을 할까.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글 쓰는 행위를 즐기는 필자의 시선일 뿐이다. 종이를 접을 수도 있고 자를 수도 있고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종이를 먹는 친구도 있었다.
작가는 종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선보였다. 인간의 역사를 종이 안에 그려 넣거나 종이를 인간처럼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이입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전시회에서 살아가는 종이들이 모두 행복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간도 행복한 순간, 불행한 순간. 포만하고 허기지고 화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는 다양한 감정 속에서 살아가지 않는가. 장줄리앙이 표현한 종이들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흐리멍텅한 표정과 눈을 한 종이들이지만 그들의 행동과 몸짓은 무척이나 그리고 소름돋게 인간적이다.
모두가 어울리는
전시장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종이라는 친숙한 존재. 그것들이 형형색색으로 표현되어 아이들이 보기에도 즐거운 전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관람객의 시야각을 훌륭하게 활용했다.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는 반면, 천장에 붙어있거나 긴 원통형으로 이루어진 전시물도 여러 전시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보기에 더욱 즐거울 것이다. 어른보다 낮은 시야. 평소에는 답답하고 위험할 수 있지만 어른이 보지 못하는 전시의 매력을 느낄수도 있으니까.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처럼 아이들과 성인이 함께 즐기는 전시가 더욱 많아지길 희망한다. 아이들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상주 직원들이 질서를 잘 유지해주어 관람에 방해되거나 시끄러운 분위기도 아니었다.
아이와 어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전시회인 ‘장줄리앙의 종이세상’.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니 한 번 쯤 그의 종이세상을 체험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