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극 <밀정리스트>
[Review] 기억의 의무를 되새기게 하는 연극, ‘밀정리스트’
어떠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콘텐츠의 순기능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은 우선 콘텐츠가 가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말로써 전하기에는 부족하거나 적절치 않을 때 조금 더 원활하게, 생동감 있게,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이다. 그중 공연은 더욱 생동감 있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연극 <밀정리스트>가 잊히지 않는 이유는 소재에서 찾아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표현방식에서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대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하여 그려내 역사를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달됐다. 공연이라는 콘텐츠의 특성상 시공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제약을 음향과 조명으로 극복하여 거사가 이행되는 장면을 그려냈다. 마치 내가 거사 현장에 있는 듯 ‘생동감’이라는 장르적 특성이자 장점을 확실히 전하는 장면이었다.
또한, 뮤지컬과 달리 넘버가 없는 ‘연극’이라는 장르, 코미디가 아닌 이야기라는 특징 속에서 관객들의 깊은 몰입을 끌어냈다. 노래나 코믹 포인트처럼 환기할 구석이 없는 극에서 긴 러닝타임을 끝까지 이끌었던 것은 바로 ‘밀정찾기’였다. 반전의 결말이었던 것과 동시에 그들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이로써 우리는 ‘이름 없는 항일운동의 주역들을 찾아 기억하고, 독립운동가로 신분 세탁한 밀정들을 비롯해 일본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온전히 전달받는다.
무언가를 분명히 전하고자 한다면 콘텐츠는 그 역할을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2.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Review] 확신을 전하는 따뜻한 위로,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려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위로를 받게 되며 뜨거워졌던 눈시울 온도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위로와 위트를 겸비한 작품이었다.
<인사이드 윌리엄>은 흥미로운 모티프와 연출 방식을 택했다. ‘이야기 속 인물에게 의지가 생겨 주어진 흐름을 벗어나는 이야기’, ‘제4의 벽을 허무는 연출’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의 몰입을 깨트리지 않는 적당한 선을 갖추어야 하며 서사의 끝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그저 흥미로운 모티프를 활용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우리에게 익숙한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그 인물들의 ‘설정’을 차용했다. 그들이 작품을 벗어나는 순간 우리가 느끼는 익숙함이 순식간에 낯설지만 흥미로운 것으로 탈바꿈한다. 탁월한 공간 활용, 연주자와의 호흡, 위트 속에 담긴 ‘나로 살아가라’라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 등 명작을 비틀어 또 다른 명작이 탄생했다.
3. 연극 <괴물B>
[Review] 고통 속에서 처절히 보내는 B의 구조 요청 - 연극 '괴물B'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의 역할을 톡톡히 한 작품이다. 연극 <괴물B>는 노동 현장에서 훼손된 몸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종, 괴물 'B'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B’라는 종을 탄생시켜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B는 산업재해 자체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다친 팔, 다리, 눈 등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신체 부위가 엉성하지만 질기도록 엮여 ‘B’를 만들어냈다. 그런 재해와 고통이 만연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연아가 프랑켄슈타인 제목에 의문을 표한 것처럼 ‘B’라는 산업재해의 부산물을 만들어냈음에도 그 고통을 비롯해 피해자를 기억하지 않는 사회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사회가 되기까지 어떠한 잘못들이 있었는지, 나의 무관심이 누군가의 고통이 되지는 않았는지, 사회의 바닥난 경각심이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 문제를 환기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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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이자 넓게는 사회를 향해 외쳐야 하는 문장을 담은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사회를 희망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관람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들이 더욱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고 이렇듯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작품이 더욱 많이 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