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통 속에서 처절히 보내는 B의 구조 요청 - 연극 '괴물B'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글 입력 2023.10.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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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지원사업'에 선정된 극단 코끼리만보가 2023년 프로젝트로 연극 [괴물B]를 10월 7일부터 10월 15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연극 [괴물B]는 노동 현장에서 훼손된 몸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종, 괴물 'B'의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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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솔, 제공 극단코끼리만보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불이 밝혀졌을 때는 움직임이 불편해 보이는 듯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팔, 다리, 눈 등 신체 부위의 고통을 호소하며 울부짖는다. 우리 사회 속 사고가 스쳐 지난다.


산업재해의 부산물이라며 ‘B’라고 불러달라는 어떠한 존재가 등장한다. 정상적인 인간을 A라고 하고 그에 대한 관념적인 네이밍으로서 ‘B’, ‘스몰 b’와 같은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산업재해에 관해 이야기한다. B에게 신부가 되고 의사도 되는 선생님은 B에 관해 많은 것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19살 소년이 공장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산재로 인정되지 않았으며 특성화고를 다니던 그 소년의 책 속 안전 수칙에 대한 부분은 노랗게 강조되어있었다고 말한다.


불과 1년 전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고가 떠올랐다. 어느 빵 공장에서 젊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2인 1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홀로 근무하는 중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질타가 이어지며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를 불매하기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불과 8일 만에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며 노동자의 안전 관련 문제가 더욱 불거졌다. 괴물B의 시작을 알렸던 인물들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리는 듯했다. 팔과 다리, 눈, 손가락, 무릎, 가슴이 끼고 잘리고 불타고 녹아내리는 고통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라는 스몰 b의 말이 맴돌았다. 산재의 부산물이라는 B가 직접 이야기한다. 산재를 겪은 자만이 그 아픔을 논한다. B라는 존재를 설명하며 한 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이천 명, 부상자만 십만 명이라고 말한다.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논하던 그들은 끼이고 잘리고 떨어지는 것만이 산재는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 위험 요소는 셀 수 없이 많고 안전 수칙은 효율성에 밀려나기 바쁘다. 하지만 피해자가 아닌 이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연아는 B가 찾아달라 부탁한 종이의 주인을 끝내 찾아낸다. 회사에서 임의로 발행한 버스 티켓이라고 했다. 파업하는 이들의 눈에 띄지 않은 채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운행한 버스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파업하는 이들의 목소리보다는 공장을 작동시키는 것이 우선인 듯하다. 심지어 일하러 가는 이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공장으로 향한다.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그들의 목소리는 힘을 갖지 못한다. 그 버스에서 홀연히 사라진 연아의 아빠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의 말처럼 B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노동자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사라진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B를 이루는 신체의 주인이 죽어야 B도 비로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살인이라는 방식이 극단적이며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B는 그것을 염두에 둘 만큼 고통에 몸부림친다. B를 이루는 신체가 겪었던 고통과 기억이 매번 그를 덮치고 떠나지를 않는데 어떻게 멀쩡할 수 있을까. 그를 이해하지 못하던 스몰 b에게도 끝내 그 시간이 찾아온다. 상처와 고통이 그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이야기가 후반부에 다다르고 연아와 스몰 b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연아는 프랑켄슈타인이 제목인 점에 의문을 품는다. 그에게서 탄생한 이름 없는 괴물을 제목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날뛴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임에도 기억하지 않는다. 괴물B를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B라는 산업재해의 부산물은 인간이 만들어냈음에도 그 고통을 비롯해 피해자는 기억하지 않는다.


극의 마지막은 폐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다양한 복장의 노동자가 걷는 것으로 장식한다. 다시금 우리의 현실을 상기시키기 위한 연출이라고 생각한 찰나에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스몰 b의 모습이 보였다. B는 산재 피해자들이 죽음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B의 고통은 여전했다. 산업재해는 끝없이 발생하고 그 부산물인 B와 그들이 겪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산업재해와 그 피해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의 고통이 전해져 온다.

 

뉴스로만 전해 들었던 재해와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눈앞에서 마주했다. 사회 문제를 환기하는 작품이었다. 구조적 폐단으로 인한 안전 문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전면에 내세웠다. B라는 새로운 종을 통해 그들이 겪는 고통의 크기와 지속성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계속해서 말한다. 11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 메시지가 박히지 않을 수 없다. 마음대로 죽을 수 없는 B의 탄생을 막아야 한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력의 출발은 관심이다. 우리는 그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괴물B가 고통 속에서 처절히 보내는 구조 요청이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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