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신만의 언어로 인간을 통찰한 화가, 마크 로스코 - 도서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글 입력 2024.10.0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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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30여 년간 아버지 마크 로스코의 유산을 관리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그의 예술 세계와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강연해 온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가 펴낸,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생애에 관한 가장 완전한 해설이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여윈 저자는 아버지에 대한 희미한 기억, 본능적인 이해와 애착을 갖고 수십 년 동안 그림을 통해 마크 로스코를 알아갔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마크 로스코라는 위대한 화가를 이해하기 위해 지속해 온 수십 년의 탐구를 온전히 풀어낸 것이다.


대공황 시기의 삭막한 도시 풍경과 인물을 묘사하던 1920~30년대, 신화의 소재를 활용한 1940년대 초현실주의 시기, 이후 과도기적 ‘다층형상’을 거쳐 ‘색면추상’으로 대표되는 고전주의 시기에 이르기까지 마크 로스코의 예술 세계 전체를 톺아보며 마크 로스코가 그림으로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이야기한다. 동시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그려낸’ 위대한 예술가이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때로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던 한 명의 인간 마크 로스코를 드러내 보인다.


마크 로스코는 국내에서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처음 국내 관객에게 선보여졌다. 당시 마크 로스코의 전시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이루어졌으며, 조용하면서도 관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전시장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이후 2022년 한남동 리움에서 다시 전시되었고, 이번에는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이우환 화백과 마크 로스코의 2인전 이 진행된다.


2015년 전시를 관람하고 마크 로스코를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뽑을 만큼, 그에게 매료된 필자는 미국에 갈 때마다 그의 그림이 있는 미술관은 항상 관람했다. 그러나 항상 필자에게는 그의 세계관과 그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고, 이에 나름대로 칸트의 숭고미 등의 관점에서 그의 그림을 해석해 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책,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평소 필자가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에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는 답안지 같은 존재로, 필자의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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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에서 직접 찍은 마크 로스코 작품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보다 보면, 크게 두 가지의 생각이 든다. 하나는, ‘그는 왜 사각형을 선택했을까?’이고, 다른 하나는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 어떤 것을 전하고자 했을까?’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로스코는 직사각형이 가장 자연스럽고 절대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구획 짓기 때문에 이를 선택한 것이다. 직사각형은 인간의 시야 형태를 모방한 것으로, 그림의 다른 요소를 바라볼 수 있는, 혹은 그 위로 요소들이 나타나는 유기적인 액자, 창문, 또는 (이건만은 아니길 바란다!) 텔레비전 화면인 것이다. 이러한 로스코의 선택을 생각해 보면 영화관의 스크린, 전통적인 극장 무대, 그리고 대부분의 그림이 직사각형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직사각형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위한 가장 자연스러운 액자를 제공한다. (p.107)

 

 

로스코의 작품에는 실존적 불안과 죽음과 궁극원인에 대한 집착이 분명하게 흐르고 있다. (…) 그에게 비극은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경험에 대한 궁극적인 표현이었다. 그는 본질, 즉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정의하는 요소에 집중했다. (…) 그는 운명에 대한 집착으로 비극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점으로서 비극에 주목한다.  (…) “당신과 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라는 정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는 인생의 (비극적인) 드라마를 탐구하는 여정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pp.44-45)

 

 

로스코에게 색은 목적이 아닌,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다. 저자의 로스코에 대한 근원적이면서도 자세한 설명은, 우리를 로스코의 깊은 내면으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매혹적으로 안내하고 이끈다. 이 외에도 로스코와 음악의 상관성에 관한 부분에서 로스코가 모차르트, 슈베르트, 모튼 펠드먼 등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유, 그리고 그의 작업과 음악 간에 가지는 상호적인 의미 등에 관한 설명은 독자로 하여금 “나는 그림을 음악과 시만큼이나 감동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화가가 되었다”는 로스코의 말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할 뿐 아니라, 로스코가 얼마나 치밀하고 깊은 철학적, 인간적 탐구를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로스코의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휩싸일 것이다. 10월 26일까지 진행되는 마크 로스코의 전시회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미술로 인간의 근원을 탐구하고, 그것을 전하고자 끊임없이 탐구하고 사색했던 미술가 마크 로스코에게 경외를 보낸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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