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에서 가장 주목한 점은 저자인 '크리스토퍼 로스코'의 시선에 담긴 '마크 로스코'이다. 글을 쓰게 된 배경과 이를 책으로 남기게 된 이유는 아주 작은 단서일지라도 책을 통해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당신의 아버지이자,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고 많은 사랑을 받는 예술가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또한 작가이며 심리학자이고, 로스코 예배당의 이사회 의장이라는 역할이 겹겹이 중첩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되는 이야기, 또한 꽤 일관성 있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힘이 존재한다. 마크 로스코가 '그림'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 그리고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이어서 미완의 저서인 <예술가의 리얼리티>에 담긴 '마크 로스코'의 예술에 관한 철학적 사유와 이를 편집하면서 확장된 '이해'의 폭은 이제 독자의 관점을 새롭게 더해간다.
"이 책에서 나는 30년 동안 아버지의 예술과 함께 일하면서 넓혀온 이해를 전하고 한다. (···)" _ 본문에서 (p.14)
"로스코의 그림을 이해하는 여정은 결국 로스코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작품에 로스코라는 한 인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인간 로스코에 관한 역사적·기술적·전기적 지식은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로스코를 이해하는 여정은 순전히 경험적이기 때문이다. '지식'으로는 로스코에 대해 알 수 없다. '지식'이 당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영원함을 일깨우는 대와를 나누려면 로스코어를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_ 본문에서 (p.17)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작품을 만든 이에 대한 배경지식은 과연 얼마만큼 필요할까? 또한 관객이 작품을 몰입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관객의 입장에서 보다 명확한 해설을 찾는다면, 그것은 결코 멈출 수 없는 호기심을 쫓는 일이다.
(···)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우리 시대는 연관성을 가능한 한 많이 찾으려 애쓴다. 심리학과 사회과학의 발전은 모든 행위에서 두 학문이 작용함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입증하는 정보를 많이도 찾아냈다. 모든 것을 서로 연관 짓기 위한 광적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수한 환경적 요인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너무 많고 다양하기에 그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는 예술가의 주관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고유한 결합물을 발견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_ 본문에서 (p.468)
개인의 서사, 작품의 배경 및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쫓는다는 것은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언제나 항상 모든 것이 잘 맞춰진 퍼즐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과 누군가에 의하여 발현되고, 이내 정설로 굳어진 듯한 이야기 속에서도 완전함과 절대적인 것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여러 비평을 보고, 다양한 관점의 분석과 해설을 찾아보는 일. 질문은 던지고,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만의 경험적 토대를 깊게 성찰할 수 있는 것.
이는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와 함께 책을 읽는 독자이자,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으로, 때로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좇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행할 수 있는 자세이다.
한편 두 사람(MR&CHR)의 관계성, 즉 '이해'의 범위를 좀 더 넓혀서 바라보면 그 시작은 로스코의 초기 그림에서부터 시작된 '연결성'에 기인한다. 바로 초현실주의와 고전주의, 구상화와 추상화 등 화풍이 변화하는 동안에도 그의 내면세계는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적 가치와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이와 비슷하게 책 속에서 여러 장으로 구획된 듯한 단편적인 글은 사실 하나의 연결된 서사를 부여한다. 특히 책의 첫 장인 '마크 로스코와 내면세계'와 마지막 장인 '마크 로스코와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그 결을 함께한다. 초반에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점점 명확해지고(그 중심에는 <예술가의 리얼리티> 마크 로스코의 수정 구슬 p.163), 비로소 독자는 로스코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적 토대에 다가선다.
로스코의 그림을 보면 그가 항상 보편성을 추구했고 문화나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아니라 인간에 관한 핵심적인 진실을 표현하려는 것이었다. (···) 경험이 의식적이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개인의 세계관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일단 나는 심리학을 공부했다), 아버지가 자신보다 커다란 세계와 소통하고 우리를 그 세계와 연결하려는 노력을 자굼에 담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
_ 본문에서 (p.466)
책을 읽기 전 갖고 있던 로스코의 그림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불투명해졌다. 그의 그림에서 가장 주목했던 '색'에 대한 인식의 변화, 미처 보지 못했던 '형식'이 주는 가치와 '무제'의 무한성은 "로스코의 그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라는 문장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글을 통해서 또다시 시대를 초월한 '마크 로스코'
로스코의 작품에서 하나의 우주를 발견한 '크리스토퍼 로스코'
다음은 우리가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가장 보편적 가치인 '인간성'
그것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본연의 내면세계에 가까워지는 길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끝없는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고, 어느 때이고 아주 근원적인 물음과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 로스코의 그림을 풍경으로 보고 싶다면 그것을 분명하게 내면적인 마음의 풍경이자 예술가 고유의 시야가 물감으로 구현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그림은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형성되고 있는 상태이며, 이 장소에 도달하는 여정은 순식간일 수도 있고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_ 본문에서 (p.475)
내면세계, 인간적, 인간 조건, 미지의 세계, 통일성, 관객의 내면, 공백 및 공허, 예술적 철학, 공간과 경계, 초기 구상화와 후기 추상화, 실제적인 것, 관념의 표현, 사물, 통일체, 시대적인 것, 인간의 경험 세계, 모호함, 형태와 색채, 교감, 보편적, 철학적 성찰, 무제, 소통, 실존적인 것, 감각과 감정, 시대를 초월한 진리.
(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로스코의 그림을 '이해'하는 여정에서 중요한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