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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 공포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가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 전시 연장 기념 팬미팅으로 한국을 찾았다.

 

홍대에서 6월부터 진행중인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는 이토 준지 특유의 기괴한 작품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실감나는 체험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3개월간 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1월까지 연장이 결정되었고, 이어서 부산에서도 전시가 계획되어 있다. 팬미팅 당일, 직접 전시를 체험해본 이토 준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실감나서 무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며 마음껏 소리지르며 호러하우스를 즐겨달라고 말했다.


이토 준지는 중학생 때 동급생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경험 이후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변인의 죽음을 경험하며 느낀 그 기묘한 느낌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질문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언급했다. 국가별로 공포에 대한 감각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다르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공포라는 설명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기반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만들면서 그 원인은 수수께끼로 남겨두는 것이 자신이 만드는 호러 만화의 작업 방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데뷔작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토미에’ 캐릭터가 대표적인데, 죽어도 자꾸만 다시 살아나는 설정으로 이상하고 기괴한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고 한다. 이런 작가의 말을 참고하면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특유의 기괴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토 준지 작가가 생각하는 호러의 정의는 아름다운 것과 징그러운 것을 합치는 것이다. 일상 속의 다양한 순간들에서 상상을 이어가고, SF나 다른 장르보다는 공포 장르로 창작의 방향을 잡아나간다고 한다. 공포 만화를 꿈꾸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스스로 생각하는 무서운 느낌이나, 자신을 동기부여해주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화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영역을 많이 접하는 게 좋다는 그의 말에는,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낸 연륜 있는 작가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이토 준지는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인 만큼, 호러하우스 지하 1층 공간에 진행된 이번 팬미팅에서도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그맨 이상훈이 진행하고 전문통역사가 함께 자리한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쓰는 TMI 프로필’ 시간이나 미리 정해진 질문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는 순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토 준지 작가는 특기인 성대모사를 보여주거나 추첨을 통해 직접 현장에서 티셔츠에 그림 사인을 해주는 등 인간적이고 따스한 모습으로 한국 팬들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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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가장 기대했고 즐거워했던 시간은 역시 라이브드로잉이었다. 거장의 작업 방식과 펜터치를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다. 한국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는 토미에 캐릭터를 그리는 모습을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봤다. 시간 관계상 간단한 스케치로 마무리 되었지만 선이 뻗을 때마다 형상을 갖춰가는 노련한 솜씨를 엿볼 수 있었다.


이토 준지는 현재 ‘모비딕’을 주제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만의 기괴한 공포 스타일로 어떤 작품을 탄생시킬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토미에 단편 역시 틈틈이 그릴 예정이고, 작품의 영상화나 세로 스크롤의 웹툰 포맷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말도 남겼다. 이미 60세가 넘는 나이로 커리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한다.


넷플릭스에 2023년 공개된 <이토준지 매니악>에서 그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고, 11월까지 진행되는 홍대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와 12월에 부산에서 이어질 전시에서도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감을 자극하고 기괴함을 자아내는 그만의 특별한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이토 준지가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작품들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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