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을밤의 시작을 재즈와 함께 -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

글 입력 2024.09.0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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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의 후덥지근한 기운이 한 풀 꺾이고 이제야 가을바람이 선선히 부는 9월의 첫째 주. 끈적끈적한 여름밤을 버티니 시원한 가을 내음이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다.

 

초가을의 문을 열었던 새로운 이벤트는 바로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에 다녀온 것. 올해로 3주년을 기념하며 9월 6일부터 8일까지 총 3일간 진행하는 도심 속 실내형 재즈 페스티벌이다.

 

이미 해당 페스티벌은 2022년 '서울 재즈 올스타', 2023년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with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이름으로 애호가들에게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보다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도록 실내형 페스티벌을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문화 예술의 장을 열었다.

 

페스티벌의 장소인 데블스도어 센트럴 시티는 마치 외국 여행을 온듯한 고풍스러운 공간 컨셉이 눈에 띄는 곳이다. 강남에 위치한 400평 규모의 대형 복합문화공간 안에서 높은 천장과 복층 구조를 통해 독보적인 공간감을 자랑한다. 지하가 아닌 지상 1층에 위치해 접근성도 훌륭하며 레트로풍 인테리어가 돋보여, 이번 재즈 페스타를 열기에 참 적합했다.

 

지난 7월에 먼저 실내형 페스티벌을 경험한 터라, 실내형 재즈 페스티벌을 연달아 두 달 사이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주말이 아닌 평일 저녁 밤에, 일과를 마치고 고속터미널 역으로 향하는 동안 오늘은 어떤 재즈를 만나게 될지 두근거렸기 때문이다. 보통 페스티벌은 토, 일 주말에 펼쳐지곤 하는데 이번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하여 TGIF(Thank God it’s Friday)를 즐기고자 하는 관람객들은 해방감과 동시에 기쁨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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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내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와 해외 초청 재즈밴드를 포함하여 총 9팀, 약 30명의 아티스트가 출연한다. 정통 재즈 트리오의 명맥을 이어가며 뉴욕타임스가 '재즈 역사상 최고의 비밥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윈튼 켈리를 연상 시킨다'고 평가했던 댄 니머 트리오, 일본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유키 후타미 트리오, 재즈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라 불리는 강재훈 트리오, 재즈보컬 임채희와 피아니스트 댄 니머의 특별 협연 등 최정상급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다.

 

총 3일간 일정 중에 가장 첫째 날인 금요일 공연에 갔다. 총 5시간 운영 중 6시 반부터 7시 반 사이에는 지민도로시 트리오, 8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마틴 야콥센 쿼텟, 그리고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는 팀 그루버의 공연이었다. 하루 종일 일과를 마친 후 마지막 남은 힘을 내어 데블스도어에 찾아갔기에, 아쉽지만 첫째 날 세 팀의 공연 중 한 팀의 공연을 제대로 보고 나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바로 마틴 야콥센 쿼텟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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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야콥센은 덴마크 출신의 색소포니스트다. 흔치 않은 정통 재즈 스타일을 통해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찬사를 받으며 연 20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는 뮤지션이다. 전 세계 재즈페스티벌 섭외 1순위의 뮤지션으로서 이번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에서도 아낌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정통 재즈는 물론 현대 재즈까지 각양각색의 매력과 본질을 넘나들며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드러냈다.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계기로 재즈 공연을 처음 본 것은 작년 7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강재훈 트리오의 무대였다. 당시에는 2층 박스석에서 공연을 관람했기에 피아니스트의 뒷모습만 봤고, 무대 기준 왼쪽의 위 방향에서 아래로 시야를 내려 보았다 보니 연주자들의 섬세한 표정이나 손길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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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네 명의 연주자들과의 거리가 1미터도 안 되는, 가장 앞자리에서 공연을 향유했다. 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감각하지 못할 정도로 공연에 흠뻑 빠져 리듬과 정신이 하나가 된 기분을 느꼈다.

 

마틴 야콥센 쿼텟의 환상적인 호흡과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힘겨루기를 하듯 토스를 주고받는 재즈. 이 연주에 황홀함을 감각했다. 강약의 세기와 속도감을 조절해가며 연주곡마다 특유의 개성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참 뛰어났다. 마틴 야콥센의 색소폰과 더불어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한 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한 시간이 가을밤의 낭만을 드높였다.

 

마틴 야콥센의 연주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한국이 아닌 미국 LA로 날아가 마치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미아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안정적인 음색과 음질 그리고 표현력을 감상하며 색소폰의 매력에 금방 흡수되고 말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색소폰 연주를 들어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영화에서만 간접적으로 보고 들었던 색소폰을 눈앞에서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웠다. 색소폰 특유의 소리와 웅장함이 400평 규모의 데블스도어의 공간을 모두 가득히 채우는 것만 같았다. 일평생 색소폰과 삶을 함께한 마틴 야콥센을 보며 그 안에 얼마나 진한 애정이 재즈 음악을 향해 자리 잡을지 그 넓이와 깊이가 궁금해졌다.

 

쿼텟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기 때문에 각 악기의 역할이 파트마다 두드러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파워풀함을 뽐내다가도 부드럽게 음악을 어루만지는 드러머. 곡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복잡한 리듬과 템포 조절을 맡는 드럼의 매력을 매 공연마다 깊이 느끼곤 한다.

 

또한 재즈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베이시스트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곡의 하모니와 리듬을 지탱하며 그루비한 라인을 아낌없이 발산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베이시스트가 악기와 거의 한 몸이 된 듯, 로맨스를 나누는 듯 몰입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의 표정과 미간, 리듬을 타는 모습을 얼마간 관찰하며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구나를 느꼈다. 쿼텟의 가운데 위치에서 연주하며 중간중간 타 연주자들과 눈빛을 맞추며 호흡을 이어나가는 여정을 참 사랑하는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는 솔로 파트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는 데 일등 공신이었다. 신들린 타건으로 기술적인 숙련도와 감정적인 깊이를 보여줬다. 섬세한 터치는 물론 강렬한 타건을 동시에 조절하며 음악의 감동을 풍부히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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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공연에서 재즈 공연을 즐기기 위해 야심 차게 시켰던 맥주도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페일에일(Pale Ale), IPA(India Pale Ale), STOUT, Helles Lager, Hefe Weizen 등 6종류의 에일 맥주 중에서 페일 에일을 시켰고, 알고 보니 ‘2018 대한민국 주류대상’ 크래프트 맥주 부분 대상을 받은 맥주였다. 트라홉(CITRA HOP)을 사용해 맥주의 거친 느낌을 줄이고 레몬, 감귤, 오렌지, 자몽 등 다채로운 열대과일의 향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매장을 나와 직접 찾아보니 230여 년 전통의 독일 카스파리(Caspary) 양조 설비로 매장에서 주조한 맥주라고.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며 일주일간의 피로를 달래고, 재즈로 오감을 다시 일깨웠던 초가을 밤이었다.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를 계기로 재즈의 매혹을 단숨에 깨달았다. 재즈 음악과 함께 이번 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즐겨봐야겠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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