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종로구’이다.
놀거리가 참 많은 서울에서 굳이 왜 종로라고 묻는다면 딱히 명확한 답변을 내리긴 어렵다. 굳이 종로가 좋은 이유 한 가지를 뽑자면 ‘그저’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고, 내게 익숙한 우리 동네보단 불편하면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느껴지는 편안함의 그 애매함이 적절했다는 점 정도다.
종로구, 서울의 도심과 한성의 역사를 한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 불이 환하게 켜져있고, 치열함, 분주함 같은 것들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 고층 건물들 사이에 과거에 갇혀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궁이 놓여있는 그 풍경.
이 모습을 보면 오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불편한 감정은 아니다.
둘 피사체를 번갈아 보기도 하고 한 눈에 담아 보기도 하면서 그저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다.
복잡한 현대와 이미 끝나 고요함만이 남아버린 과거가 함께 있다는 것. 정말 극명한 반대인데 괴리감보단 오히려 정반대가 만나 서로를 포용해 내고, 평화로움을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이 익숙해진 어색함이 좋아 그저 통유리창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카페 안에서 ‘그저’ 이 풍경을 바라만 본다.
또, 종로구는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전에 한참 뜨거운 인기로 ‘힙지로(힙함 + 을지로)라는 말이 붙었을 만큼, 요즘의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어 느껴지는 친숙한 새로움. 이 이질감이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매력이 사람들에게 통한 것은 아닐까 싶다. 젊은이부터 노인,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누가 있어도 을지로 이 거리는 어색하지 않다.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그런 거리다.
‘그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리, 종로는 그런 거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해가 지며 노을을 보고 저녁식사를 마치면, 달이 뜨고 밤이 된다. 계절마다 밤공기의 냄새도 습도도, 밤공기가 와닿는 그 시간대도 다 다르다.
그런데 서순라길을 시작으로 쭉 걸으며 밤 산책을 하고 있으면 계절을 가리지도 않는지 일년 내내 달빛이 유독 밝게 느껴진다. 서울보다는 한양 같은 이 동네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걷고 있으면, 그냥 그날의 밤공기 냄새는 조금 더 특별해진다.
조금 더 밝고, 조금 더 산과 나무 내음이 느껴지며 ‘그저’ 쭉 걷고 싶어진다.
그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곳이 앞으로도 내게 ‘그저’ 애착이 가고 ‘그저’ 쉴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