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컬렉팅'을 고민하고 있다면 - 큐레이터 송한나의 그림 사는 이야기

글 입력 2024.07.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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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소유한다?

 

큐레이터학을 전공하면서 소위 상업화된 미술과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대한 것도 사실이다. 가격으로 매겨지는 작품의 가치가 다소 못마땅했고, 시중에 거래되는 작품보다는 미술관에 소장되는 작품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미술 작가의 생업과 노동력, 미술품의 저작권, 생산-유통은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다. 작품을 사고파는 상업적인 측면을 넘어, 작품을 제작한 작가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오는 26일부터 시행되는 「미술진흥법」은 특히 시장 중심으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른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있기에 과연 '공정한 거래 및 유통질서를 조성'하는데 기여하는가 주목해 볼만하다.

 

그렇다면 수요의 측면에서 '컬렉터들'은 어떤 계기로 미술 작품 수집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한편, 약 2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영 컬렉터' 부흥의 기저에는 어떤 요소가 작용했을지 의문을 가진 채 큐레이터 송한나의 『그림 사는 이야기』(2024)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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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를 갖고 탐색할수록 작품 그리고 제작자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레 커진다. 본인도 작가론이나 전시 리뷰를 쓸 때 그런 경험을 종종 겪었다. 저자인 송한나 역시 사심이 듬뿍 담긴 문구로 10인의 미술가를 소개한다.

 

이들은 영국, 미국, 콜롬비아, 한국 등 출신이나 현재 활동하는 지역이 다양하다. 더불어 회화, 조각 등 전통 매체를 비롯해 실크프린트, 아트토이, 디지털 아트처럼 현재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매체도 소개하기 때문에 보다 넓은 범위에서 컬렉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아트테크', '조각 투자', '민팅' 등 미술품을 소장하고 투자하는 것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Artist Proof', 소장처 기록 등 캡션과 도록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은근 인터넷에서도 찾기 애매한 미술 용어도 쉽게 풀어 설명해 주어 용이하다.


아주 기초지식이지만 생각보다 이 정도 수준의 기본 정보도 없이 컬렉팅에 뛰어들기도 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외에도 미술가가 해당 매체를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 컬렉터로서 투자를 목적으로 재판매를 하고 싶다면 작품 거래 기록에 대한 요구를 당당히 할 것까지도 세심하게 짚어준다. 즉, 컬렉팅 초보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다.

 

*

 

책의 전반부는 거래가 활발한 해외 작가의 작품을 컬렉팅 할 때 유용한 정보가 위주라면, 후반부는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가 덧붙어 마음에 와닿는 한국 작가가 연달아 등장한다.

 

책을 읽는 도중에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된 '이완'의 팬이 되어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 팔로우까지 했다.

 

이완은 어딘가 어긋난 '표준'이라는 개념을 일상의 사물로 쉽게 표현한다. 〈고유시〉(2017)는 1천여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각국의 GDP, 수학 공식을 활용해 다소 복잡한 설계 과정을 거쳤지만, 동그랗고 하얀 바탕에 분침은 까만색인 668개의 시계로 서로 간 상이한 시간의 흐름을 암시한다. 벽을 가득 채운 시계 앞에 서서 곰곰이 사유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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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한 성역 안에서 아우라를 뿜어내는 미술작품이 아니라 소유할 수 있고 나아가 동시에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현시대 미술의 특이점인 듯하다.

 

그 수익으로 개인적 이득을 취할 수도,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이용한 후 다시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현상을 꼬집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지식 재산권이나 저작 인격권 등 최소한의 보호가 갖춰져야 건강한 미술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그 안에서 소비자는 부지런히 취향을 개발하고 적합한 투자 유형 탐색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나의 공간 모퉁이 어딘가 혹은 USB에 담고 싶은 고유한 작품을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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