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주인 잃은 것의 안부를 묻다 -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글 입력 2024.07.03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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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란츠 카프카를 알게 된 건 <변신>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였다. 자고 일어나니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시작부터 결말까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꽤나 예전에 읽어서 줄거리만 기억하고, 세부적으로 담겨 있는 이야기는 잊어버렸지만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이 경외의 대상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한 이유로 최근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 관심이 갔다. 현재 실존주의 작가의 고전 하나를 읽고 있는데, 소설 속에 담아내는 철학 사상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 없었다. 이 책의 독서가 끝나면 <변신>을 다시 읽을 계획이었다.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그걸 읽기 전에 카프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고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게 되었다.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표지.jpg


 

이 책은 내용 때문인지, 형식 때문인지 몰라도 회고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카프카는 1924년에 사망하여,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죽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어떤 소송에 시달리게 되었는가를 이 책에서는 첫 장에서 거칠게 보여준다.

 

  
8년 간에 걸친 일종의 관리권 분쟁이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본 소송은 '텔아비브 가정법원'(2007년 9월~2012년 10월)과 '텔아비브 가정법원'(2012년 11월~2015년 6월)을 거쳐 왔고, 법률적ㆍ윤리적ㆍ정치적 딜레마로 점철된 그 소송 과정은 이스라엘 및 국제 언론에서 이미 다뤄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본 소송은 개인 소유권과 두 나라의 공익을 맞세우는 형태-독일어를 사용하는 프라하의 작가 막스 브로트(1884~1968)의 유산은 에바 호페에게 가야 하는가, 아니면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으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차라리 독일 마르바흐의 '독일문학 아카이브'에 보관되어야 하는가?-였다. 막스 브로트의 유산을 물려받는 것은 한때 중유럽 문화계에서 각광받던 인물의 유산만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었다. 브로트는 또 한 명의 프라하 작가, 하지만 이제는 현대문학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된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친구이자 편집자이자 유저 관리인이었다.
 
  
카프카의 원고가 호페 가족의 손에 들어가게 되기까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는 여러 정황들이 엮여 있었다.(아직 인정받지 못한 천재 작가의 마지막 유언을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지키지 못했다는 것, 나치 침략자들이 유럽의 문을 폐쇄할 때 아슬아슬하게 탈출했다는 것, 텔아비브에 좌초한 한 망명자들 사이에서 연애 관계가 맺어졌다는 것 등등). 그날 대법원에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해야만 한다는 두 나라의 강박증이 첨예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본 소송은 카프카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매우 폭발력 있는 질문을 가능하게 했다.
 

 

에바와 각 당국이 카프카의 이야기에 대한 소유권을 주제로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책은 문을 연다.

 

카프카의 작품들이 남겨진 데에 큰 역할을 한 것은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의 공이 크리라 생각한다. 카프카는 죽으면서 그에게 자신의 글들을 태워 줄 것을 부탁했지만 브로트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브로트는 카프카 생전에 함께 글을 나누기도, 수영을 하기도 했던 친구다.) 카프카의 유산은 브로트에게 가고, 브로트는 그것을 비서 에스테르 호페에게 주고, 그것은 또 에스테르 호페의 딸 에바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제목이 그렇듯 이 책은 각 장마다 재판의 과정이나 변호사, 판사들의 판결 혹은 나라와 인물의 주장까지가 담겨 있다.

 

막스가 소유했던 카프카의 유산을 두고 소송 일어나기까지의 과정 안에 주목할 일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에스테르가 그것을 경매에 내놓은 사건이다.

 

 

막스 브로트가 사망하고 20년이 지난 1988년 11월 17일, 에스테르 호페는 카프카가 1914년에 쓴 <소송> 원본 316페이지를 런던의 메이페어 중심가에 있는 소더비스 경매에 내놓았다. 카프카는 펠리체 바우어와의 첫 약혼을 깬 직후에 이 소설을 각양각색의 공책 열 권에 썼고, 1914년 9월에 첫 챕터를 브로트에게 읽어주었다. 이 소설이 실패작이라고 결정지은 그는 각 공책에서 해당 페이지를 뜯어내 책상 안에 보관했다. 열여섯 뭉치의 낱장 종이들이었다. 그는 1920년에 이 종잇장들을 브로트에게 주었고, 브로트는 그것들을 에스테르에게 주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손꼽히는 카프카 학자 마크 앤더슨은 <소송>을 경매에 내놓기로 한 결정을 두고 "매우 위험한 행보"였다고 말했다. 인터넷 억망장자, 아니면 와인 수집가이면서 카프카 친필뤙고를 탐내던 일본인 은행가의 금고 속으로 사라졌으면 어쩔 뻔했나. 그랬으면 연구자들이 <소송>을 영영 구경도 못 했을지도 모른다.

 

 

2016년 8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최종 판결을 내린다. 에바 호페는 카프카 원고를 포함한 브로트 유산 전부를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에 양도해야 할 것이며 단돈 1셰켈의 양도 보상금고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판사는 에스테르가 브로트의 유언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카프카의 원고는 브로트의 유산이 아니라는 점 등을 근거로 했다.

 

큰 쟁점을 두고 있는 '소송'인 만큼 책에서는 카프카의 작품 <소송>을 자주 언급한다. 이 부분에서 또한 그랬다.

 

 

카프카는 <법에 대한 의문>이라는 우화에서 이렇게 쓴다.

 

우리들의 법은 일반에 공개된 정보가 아니라 우리들을 다스리는 극소수의 ㅟ족층만 아는 비밀이다. 우리들은 이 옛 법이 엄히 적용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알 길 없는 법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재판은 판결문 아래에서 마무리되었을지 모르지만, 카프카가 남긴 유산을 둘러싼 상징적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책은 끝이 난다.

 

우선 이 소송은 꽤나 긴 싸움이면서 공방인지라 그 타임라인을 따라 읽는 게 조금은 힘들었다. 소송을 직접 겪은 에바의 사정은 감히 예상이 되지 않는다.

 

내가 해 볼 수 있는 생각은 예술이라는 것이 소유에 관해서일 것이다. 요즘은 그것이 중요해짐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중요성이 잊히기도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저작권'이라는 것이다. 창작자의 저적물에 대한 권리를 말하는 것인데, 그런 법이 있는 것 보면 세상은 어떤 것을 창조한 사람의 노고를 지켜주려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짚어볼 수 있는 사실이다. (물론 카프카의 사정은 저작권과는 별개의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 창조해낸 예술아 어느 하나의 소유가 되는 것은 다름 문제다. 유명 감독의 영화를 예를 들어, 그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그 영화의 소유권을 포함한 권리가 감독과 함께 하는 제작자들에게 있을비 모르지만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것은 다양한 형태로 세상을 유영한다. 영화를 관람한 이들이 다양한 해석을 하기도 하고, 명대사가 만들어져 개그 소재로 쓰일 수 있고, 희극인들의 귀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영화가 어느 하나의 소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카프카의 유산이 누구에게 가야 하는가, 를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지 못할 듯 하다. 카프카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고, 우리는 알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를 알게 될 수야 있겠지만 그것이 비단 선이 되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렇지는 못하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소유에서 멀이지려 하나 결국 소유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카프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잘 알지 못하기에 그가 진정 바라는 게 무엇일지, 이미 그의 손을 떠난 것에 그의 의견이 작용하는 게 맞는 것인지 또한 어려운 문제다. 다만 조금은 벗어나서 어떤 세계를 톺아보는 것에 나의 책임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겠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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