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명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문화 전반]

여름만이 가지는 "여름적" 특징에 관하여
글 입력 2024.06.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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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계절이 한 바퀴 돌아 여름이 왔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 마치 어항 속에 있는 듯한 습도와 밤잠을 방해하는 모기 등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항상 여름이 싫은 나만의 이유를 추가해 나가다가 문득 점점 길어져 가는 이 여름을 그저 꾹 참고 지나가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여름이 가진 매력을 나만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름만이 가지고 있는 "여름적" 특징을 정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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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즐기는 하루의 시간대가 다르다고 하지만 나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특히 세상이 다시 색을 찾아가고 나름의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는 아침 시간이 좋아한다. 여름이 그 "아침"의 시간이 가장 긴 계절이다. 사계절 중 가장 이른 시간부터 해를 떠올리고 가장 늦은 시간에 해를 감춘다. 여름은 밝지만 조용한 아침의 여유로움을 오래 간직한 매력 있는 계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여름은 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계절이다. 맥주는 온도가 가장 중요한 술이다. 차가울수록 첫 맥주 한 모금의 전율은 강렬해진다. 등줄기에 땀이 흐를 만큼의 더위와 머리가 깨질 듯 차가운 맥주의 완벽한 대비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풀벌레가 우는 여름밤에 대충 걸터앉아 기울이는 편의점 맥주만큼 완벽한 것이 또 있을까!

 

여름이 맛있는 건, 맥주뿐이 아니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으면서도 여름이 기대되었던 것은, 한껏 당이 오른 여름의 제철 과일 덕분이었다. 수박 한 통을 열심히 깍둑썰어 크나큰 통에 이리저리 굴려 넣어 보는 수박 테트리스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한 조각 꺼내 먹는 묘한 쾌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여름 한낮에 내리는 소나기를 좋아한다. 천장에 굵게 부딪히는 소나기 소리를 좋아한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올라오는 흙 내음을 좋아한다. 초록 잎에 맺혀 반짝이는 물방울을 좋아한다.

 

생각해 보면 여름은 좋아할 만한 것투성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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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고 보니 여름은 참 매력적이다.

 

무언가를 싫어하고 또 좋아하는 데에 이유는 별로 거창하지 않다. 이왕이면 주변의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무언가를 사랑할 법한 이유를 찾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비단 여름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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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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