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억에 남길 것들 -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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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디로 가보지.
좀 초록초록한 곳 가보자.
어디?
...글쎄. 어디 가지.
생각보다 쏘다니는 데에 취미가 있음을 최근에서야 알게 된 나는, 일상이 지루해질 즈음이면 항상 떠나고 싶어진다. 금요일 밤에 떠나서 일요일 낮에 돌아오는 주말의 비일상이면 한동안의 일상을 버틸 힘이 나기에.
어느 식당이 얼마나 맛있었고 어떤 반찬이 맛이 좋았는지, 어디가 유독 풍경이 좋았고 어느 곳의 바람이 참 좋았는지, 피부로, 눈으로 담은 뒤 돌아오면 남는 것은 기억이다. 그리고 그 식당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 바람이 좋았던 건 기억 나는데 어느 바다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상기하려 찍어둔 사진들도 남는다.
저자가 소개하는 장소 중에 내가 가본 곳은 적다. 그래서 좋았다. 추천이 가득했다. 어느 시기에 어느 곳을 가면 어떤 풍경을 볼 수 있는지 손쉽게 알 수 있다. 주말여행 전용 백과사전을 얻은 기분이랄까.
저자의 경험에 비롯하여 작성된 큐레이션은 가히 유용하다. 여행 테마에 따라 추천하는 스팟도 있고, 어느 달엔 어느 곳이 좋은지 나열도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계절별, 월별 여행지 추천 목록을 보고 미소가 절로 나왔다. 옳거니, 이번 여름 여행은 네 몫이 좀 크겠구나.
도서에 담긴 사진들도 상당하다. 물론 내가 가면 저렇게 찍지 못하겠지만... 사진마다 팁이 적혀있어서 참고하면 얼추 비슷하게 멋들어진 사진을 찍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기도 한다.
짝꿍과 벌써 올해 가을엔 단양에 위치한 구인사에 가기로 했다. 아직 한여름도 지나지 않았지만, 도서에 담긴 구인사의 사진이 엄청난 탓이다. 그리고 여름이 가기 전에는 논산의 온빛자연휴양림을 가보기로 했다. 사족으로, 사유지라는 덧말에 식겁했다.
서울 천호동 장미마을, 제주 금능해수욕장과 같이 이미 알고 있는 곳도 사진으로 보니 새삼 반갑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평소 통행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목적으로 해당 장소를 통과하는 사람의 시선과, 구도를 잡으며 공간을 화면 안에 담으려는 시선은 아무래도 접근 방식과 방향이 다르니까.
내가 아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다가오는 구도를 발견하니 이미 가본 곳들도 괜히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지기도 하는 건 덤이다.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초보 출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도서이지 않을까. 실제로 주말에 바깥나들이를 가보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경험상 서울과 멀어질수록 그들의 카메라 크기는 더욱 커진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에겐 이미 유명한 장소들일 수도 있지만, 카메라를 최근에 구입해 갓 출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될 도서라 확신한다.
사라지는 빛을 잡으려 발명한 것이 사진이랬다. 찰나의 빛과 피사체를 오래도록 담아두려 만든 것. 이 도서에서 소개되는 여행지에서 렌즈에 마음에 드는 풍경을 담고 사랑하는 사람을 담는 것도 실로 낭만적이지만, 도착한 여행지의 햇빛과 바람, 얼마나 시끄럽고 조용하고 향기로운지만 느끼고 와도 이 책의 본전은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주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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