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의 쓸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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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4박 5일의 일정으로 짧게 사이판에 다녀왔다.
결론적으로 여행은 참으로 소모적인 행위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특히나 목적지가 국외가 된다면, 여행 전부터 준비할 것들이 꽤나 많다. 시간, 돈, 갖은 예약과 부수적인 짐들까지. 그 많은 것들을 소비하면서 여행을 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여행의 쓸모가 무엇이길래 여행을 사랑하는 걸까. 내가 느끼는 여행의 쓸모에 대해서 적어보겠다.
여행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만든다.
새로운 것들에 부딪히면서 우리는 관습적으로 살아왔던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가끔 '새로움'은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것의 처음은 두렵기 마련이다. 또한 익숙한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무기력에 얹어지는 한 스푼의 새로움은 적응해야 할 숙제로 다가온다.
그러나 모든 것이 처음인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새로움'은 곧 설렘으로 해석된다. 반복될 하루가 아니라 하루쯤 마주치는 새로움 앞에서 숙제 같은 의무감보다는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를 가지게 된다.
물론 어떤 새로움 앞에서 우리는 굴복당하게 된다. 치밀하게 짜온 여행 계획이 때로는 들어맞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이런 순간들이 모여 여행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상상해 온 흐름과 다르게 전개되는 어떤 지점들이 오래 각인되기도 한다.
또한 여행은 과거 혹은 미래와 단절되도록 만들어준다. '단절'은 주로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여행이 만들어내는 단절은 곧 긍정적인 정서와 직결된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오늘 혹은 내일의 할 일에 대해서만 떠올린다. 여행지에서의 걱정과 고민은 오늘 저녁으로 적합한 식당, 내일 입을 옷차림에 대한 고민으로도 충분하다.
여행은 이렇게 과거와 미래에 머물러 있던 우리를 현재로 데려온다. 우리가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지금도 흘러가는 이 순간 속에 '나'로 존재할 뿐이다.
여행은 분명 소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을 여행에서는 찾을 수 있기에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난 후에도 가끔 툭 떠오르는 어떤 찰나의 행복이 하루를, 일주일을, 혹은 그 이상을 살게 한다.
찰나가 영원이 되는 마법에 우리는 종종 방랑자를 자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최지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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