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인색한 사람'에서 벗어나기

글 입력 2024.06.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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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저 오래도 짧게도 아닌, 적당히 살다가 아픈 곳 없이 세상을 뜨는 게 가장 좋다고만 생각했다. ‘100세 시대’는 됐고 그냥 50세에 생을 마감해도 아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건강치 못하게 늙을 바에야 아픈 곳 없이 편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상태를 보면 나중에 안 아픈 곳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 과정인 ‘늙어감’에 있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적당히 짧은 삶을 원한다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가 남들에 비해 더 중요할 텐데 말이다. 근데 올해 들어 마침 이 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할까? 아직 늦지 않은 고민일 것이다.


어떻게 늙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찰은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우선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 삶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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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어렸을 때 물질적인 것에 인색했다. 여유가 없었던 가정 형편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돈을 안 쓰는 태도가 정립되어 있었다. 가족들이 돈을 아끼라고 한 적은 없었고 그냥 나 혼자 눈치껏 안 썼다. 그래서 초등학생 땐 그 흔했던 문구점 불량식품이나 분식도 사 먹어 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현장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면 할머니께서 애들이 뭐 사 먹을 때 빠지지 말고 같이 사 먹으라고 천 원씩 쥐여주셨는데, 그것마저 안 쓰고 그대로 돌아가곤 했다. 부끄럽지만 그 시기의 나는 친구들에게 먹을 것도 나눠주기 싫어했다.


내가 인색했던 것은 비단 물질적인 것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도 인색했다. 문제는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만 인색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 표현은 잘만 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울 때마다 나는 항상 “내가 원래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서”라는 핑계를 대곤 한다.


어렸을 때부터 짜증이 많았던 나는 지금 화’도’ 많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 스스로에게 화가 많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니, 과하게 화를 내는 상황이 와도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다’라고 정당화해 버리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표정도 점점 굳어져 이제는 말 걸기 어려운 첫인상 보유자가 되어버렸다.


돌아보니 이것저것 인색한 게 참 많기도 했다. 나를 사랑하는 것에도 인색했고, 여러모로 나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한 삶을 살았던 게 아닐까 싶다. 그나마 물질적인 것에 인색했던 부분은 많이 나아졌다. “오늘은 내가 쏠게” 같은 말도 할 줄 아니까 참 다행이다.

 

*

 

그 외에는…. 수년을 이렇게 살아왔으니, 앞으로 쉬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기에 조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거야!” 같은 호기로운 다짐은 남겨두고 싶지 않다. “이대로 늙어간다면 나중에 온전치 못한 것은 몸만이 아닐 것이기에(마음도 낡아 있지 않을까) 천천히 바꿔봐야겠다”라는 다소 소극적인 말로 다짐을 대체하고 싶다.


나이 들었을 때 인상 많이 써서 생긴 것 같은 미간 사이 주름보다 잘 웃어서 생긴 눈가 주름이 보기엔 나을 것 같으니 일단 차차 표정부터 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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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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