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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무대 바깥의 존재에 조명을 비추다 - 더 발레리나

by 임유진 에디터
2024.06.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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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더 발레리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발레 공연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무용수의 작은 몸짓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서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무대 위에 선 그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 관객들은 여느 발레 공연의 관객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 무용수가 연습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서로 장난치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며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다. 연습을 진행하며 고난도의 안무를 소화해 냈을 때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박수를 치기도 한다. 실제 발레 작품에서 손꼽히는 하이라이트 장면도 아닌, 연습 장면에서 박수갈채가 신비한 경험이었다.

 

마치 관객들이 공연을 위해 땀 흘리는 그들을 응원해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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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 무용수들이 연습하는 장면과 실제 공연이 극중극으로 이어지는 장면 그리고 다시 연습실로 복귀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극중극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대사와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발레 작품만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현실감 넘치는 대사’이다. 극 중 발레마스터는 실제로 마이크를 착용한 채 대사를 내뱉는다. 그의 대사는 주로 “동작을 똑바로 보여줘야 해.”, “정면을 봐야지.”처럼 무용 레슨을 진행할 때 흔히 사용하는 일상적인 언어들이다. 그의 현실감 넘치는 대사 덕분에 공연의 분위기가 한층 더 부드러워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실제로 발레마스터가 대사를 내뱉는 것뿐만 아니라 무용수 또한 어느 정도의 연기력이 필요하다. 무용수들은 저들끼리 발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상대 무용수를 독려하는 등 그들의 일상을 몸의 언어로 표현한다. 무용수의 대화는 사전에 녹음된 음성을 재생하고 그에 맞춰 그들이 몸을 움직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무용수들의 마임과도 같은 몸짓에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늘 완벽한 것처럼 보이던 무용수와 객석 간의 관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1막은 주역무용수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모두가 어쩔 줄 몰라 하던 사이, 한 신입단원은 자신이 주역으로서 무대 위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단 한 순간에 주역은 기존 무용수에서 신입단원으로 교체된다. 이후 이어지는 무대는 신입단원이 성공적으로 작품을 마치는 결말로 향한다. 그러나 나는 새로운 꿈을 펼치는 신입단원보다 급작스레 자리를 잃어버린 기존 무용수가 더 신경이 쓰였다. 그녀는 공연 당일 목발을 짚은 채 무대 뒤편에 앉아 신입단원의 무용을 지켜본다. 주역으로서 화려한 동작을 펼치는 신입단원보다 빛도 없는 구석진 곳에서 무대를 감상하는 기존 무용수에게 더 눈길이 갔다. 화려한 무대 밖 무용수들의 애환에 초점을 맞춘 「더 발레리나」는 작품인 만큼 새롭게 빛을 본 무용수와 무대에 오르지 못한 무용수, 우리 모두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해준다.

 

본격적인 2막이 시작하기 전, 작품은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일상적인 관객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엄마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아온 어린아이라든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티켓을 예매한 연인이 있다. 그들은 곧 관람할 발레 공연에 대해 저마다 기대에 부푼 대화를 나눈다. 이 관객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공연의 깨알 재미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이후 문훈숙 발레단장이 직접 무대 위로 나와 발레의 역사에 관한 해설을 진행한다. 발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관객들도 실제 안무까지 곁들여 표현해 주는 그녀의 설명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공연을 관람하면서도 내가 지금 실제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공연 시작 전 해설을 듣고 있는 것인지 조금 헷갈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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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서는 처음 공연이 시작할 때처럼 모든 무용수가 다시 연습실로 모인다. 전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들은 여느 때처럼 익숙한 토슈즈를 신는다. 관객들은 첫 장면에서 무용수들이 반복했던 동작을 또다시 감상한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들이 무대 위에 오르기 위해 부상을 당하고, 근육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이겨낸다는 사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다음 날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연습실에 남아 소등하는 사람은 신입 단원이다. 그녀가 연습실의 전등을 끄고 퇴장하는 순간, 반대로 객석등은 환하게 켜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할 때까지도 등 뒤에 있는 연습실에서 무용수들이 발레 동작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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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발레리나」가 흥미로웠던 점은 화려한 ‘발레 무대’만 조명하는 것이 아닌, ‘무대 밖의 모습’까지 섬세하게 살폈다는 사실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만 조명하기에도 바쁜 무대에서 공연 밖의 모습까지 시선을 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무대 위와 무대 밖의 모습 둘 다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 오르기 전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고통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모든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그들은 연습실에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토슈즈를 신는다. 무용수는 무대 위에 존재해야만 그 자체로서 온전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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