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레파라시옹이 드러나는 시간 - 더 발레리나

글 입력 2024.06.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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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파라시옹(préparation). 회전이나 스텝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작을 의미하며 각 동작에 따라 포즈가 다르므로 통상 '준비' 혹은 '준비 자세'를 지시하는 용어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더 발레리나>가 다른 발레 공연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이러한 프레파라시옹을 작품의 시놉시스에 주요 파트로 배치하여 하나의 완성된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인 점이다. 이때 프레파라시옹은 단순히 무용수들의 다음 동작을 위한 준비 자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대 뒤에서 한순간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 그 자체, 다시 말해 연습실에서의 장면들을 아우르는 것이다.

 

작품의 종반부에 등장하는 대사에서 무용수들에게는 매 공연이 같은 동작의 반복에 불과하지만 처음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기에 그들을 위하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한다는 생각이 나타나는데, 마치 관객들에게는 하나의 아름다운 공연이 끝나고 무용수들의 퇴장과 함께 객석을 떠나는 순간도 무용수들에게는 다음 공연을 위한 새로우면서도 일면 권태로운 연습이 다시 시작된다고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공연을 마치고 연습실로 돌아온 무용수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리는 것이 여타의 발레 공연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피날레 장면보다도 더욱 인상적인 피날레로 생각되었다. 누군가의 끝이 누군가의 시작이 되는 순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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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연습실 장면 혹은 생각보다 많은 대사나 독백만이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게 만든 것은 아니다. <더 발레리나>는 인터미션이 없는 공연이지만, 공연에 대한 단장의 소개말과 인사말, 그리고 그 외의 발레 역사나 몇몇 동작들에 대한 추가적인 상세 설명들과 공연을 관람하러 온 관객들의 모습을 등장시키는 것까지 이 모두가 공연의 1장부터 줄곧 관객과 무대 사이의 거리를 유지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에게 익숙한 발레 공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당당하게 자신들이 준비한 무대를 선보이며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박수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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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때에도 기존 발레 공연과는 다르게 백스테이지에서 자신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무용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선을 분산시키고자 했다. 또는 단장이 강조했던 부분을 상기하며 발레리나들의 발 움직임과 같은 부분들에 초점을 두느라 관객들로 하여금 온전히 몰입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무용수들과 관람자들 사이의 거리감을 형성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설정들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기존의 단조로운 진행 방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표현 방식이나 메시지 전달의 확장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그러한 확장이 발레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의 경험과 같은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

 

또한 위와 같은 신선한 연출 방식의 새로운 시도가 단순히 무용수들이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열정을 쏟아붓는다는 식의 메세지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한다거나 그러한 맥락에 국한되지 않고, 본래 의도한 바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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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발레는 무대 위에서의 단발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끊임없이 몸과 마음의 흐트러짐을 다잡고 고통을 인내하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다.

 

그것이 그들이 연습실에서의 일상적 대화와 우발적 사건부터 시작하여 클래식 명곡과 국악 크로스오버 곡의 교차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네오클래식 발레에 이르기까지의 무대를 통해 제언하고자 한 전부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각자의 방식대로 감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혹은 그것에 담긴 의도대로 정확히 봐주는 것은 어렵고 나아가 예술의 광휘 뒤편에 자리한 고뇌와 절망, 분투의 순간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처럼 무대 뒤에서 여전히 무대의 완성도와 저마다의 표현 방식, 전체적인 예술성을 고뇌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무용술들의 하루를, 오늘도 새롭게 찾아올 관객들을 맞이할 다음 공연을 위해 같은 동작은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하고 있는 무용수들의 프레파라시옹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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